리얼돌, 인간을 흉내 낸 인형이다. 그 인간 유사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또 분노했다. 기술은 스스로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오랜 욕망 실현에 한발 다가섰지만, 인간의 도구화 등 새로운 문제 역시 드러내고 있다. 리얼돌은 인간의 정의까지 다시 생각하게 할 새로운 존재 탄생의 시작점일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파도를 우리 사회는 잘 준비하고 있을까. 이에 <투데이신문>은 지난해 불거졌던 리얼돌 논란을 되짚어보고, 리얼돌 판매업체·관련 교수들을 만나 리얼돌 논란의 핵심 쟁점과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팀포유 김성식 대표 ⓒ투데이신문
팀포유 김성식 대표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한관우 인턴기자】 리얼돌이 우리 사회의 수면에 돌을 던졌다.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업자의 손을 들어준 이후 리얼돌에 대한 관심은 커졌고 그만큼 걱정 어린 시선도 늘었다.

그 중심에는 리얼돌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는 여성계의 격한 반발이 있다. 여성의 신체를 그대로 모방한 리얼돌이 여성을 사물화해 여성에 대한 침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리얼돌 수입·판매 등을 금지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리얼돌 유통을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리얼돌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리얼돌을 직접 제작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본지는 리얼돌 국내 제작 업체 ‘팀포유’의 김성식 대표를 만나 직접 의견을 들어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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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그 이후

김 대표는 밀수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리얼돌 시장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리얼돌 사업을 하고 싶어 국내 생산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리얼돌 국내 제작에 대해 아직 국내 제작이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울 만큼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해외 수입은 편법을 통해 사실상 허용되고 있고, 수출은 막혀있는 상황이다. 국내 제작을 주장하는 업체들은 많은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해외 업체들이 국내에 공장을 지어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관련 재판에서 수입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리얼돌 수입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셈인데, 이번 재판 결과가 리얼돌 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대법원 판결이 리얼돌 업계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늘어났다기보다는 리얼돌을 공급하는 업자들이 더 늘어났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증가를 같이 고려하면 오히려 리얼돌에 대한 수요가 줄은 것과 같은 상황이다.”

팀포유 김성식 대표 ⓒ투데이신문
팀포유 김성식 대표 ⓒ투데이신문

리얼돌, 인권에 대한 침해 아니다

리얼돌에 대한 찬반 의견이 매우 분분하다. 

리얼돌을 허용해야 한다는 이들 가운데는 리얼돌이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이성과의 접촉이 없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리얼돌 허용에는 동의하면서도 이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30kg에 달하는 리얼돌은 비장애인 성인 남성이 조작하기에도 쉽지 않기 때문에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비싼 가격으로 인해 접근하기 쉬운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리얼돌 구매층은 매우 한정적이다.”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를 강화해 어떤 식으로든 성범죄와 연관될 것이라는 여성계의 주장에는 리얼돌과 성범죄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부정했다.

“어떤 물건이든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리얼돌과 성범죄 사이에 특별한 연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리얼돌의 영향으로 성범죄를 일으킬 사람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성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다. 리얼돌이 여타 도구들과 비교해서 특별히 더 성범죄를 야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동 리얼돌을 반대하면서도, 아동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아동형 리얼돌에 대해선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리얼돌이 성범죄를 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으로서, 아동 리얼돌이 아동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해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동은 일종의 도덕적 금기다.”

팀포유 제작 리얼돌 ⓒ투데이신문
팀포유 제작 리얼돌 ⓒ투데이신문

다단계처럼 기형적인 업계 구조…악순환의 연속

우리 사회에서 리얼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김 대표는 리얼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특히나 리얼돌 업계의 기형적인 구조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리얼돌 업계는 ‘리얼돌 체험방’이라는 일종의 리얼돌 성매매 업체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리얼돌 체험방 사업자들은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한편으론 리얼돌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리얼돌 체험방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리얼돌은 한번 판매된 뒤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성인용품이기에 남이 사용한 것을 사용하지 않으려 하는 것인데, 리얼돌 체험방은 리얼돌 하나를 여러명이 사용한다. 위생문제로 찜찜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몇 번 방문하지만, 막상 방문해서도 체험방의 리얼돌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때 리얼돌 체험방은 ‘인형방’이라는 이름으로 성행하기도 했지만, 경찰의 단속으로 사라진 전적이 있다. 이러한 선례에도 불구하고 리얼돌 체험방이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리얼돌 체험방 업계에 뛰어들고 있으며, 먼저 리얼돌 체험방을 운영 중이던 업자들이 고객들에게는 팔리지 않고 있는 리얼돌을 싼값에 후발주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즉,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다단계와 같은 상황이다.

이 다단계의 정점에 있는 중국 제조업체들은 리얼돌 체험방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아주 싼값에 리얼돌을 제공하고 업자들의 사이트에 자신들의 광고를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리얼돌 다단계 시장의 크기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이렇게 기형적인 구조 때문에 리얼돌 제작 업체들은 체험방에 납품하지 않고선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그리고 치열해진 경쟁 탓에 더욱더 자극적인 마케팅이 성행하는 등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김 대표는 기형적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인형방’ 단속은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중구난방 식의 단속이었다. 리얼돌 체험방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성매매도 아니기에 단속할 기준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리얼돌 체험방 등이 단속돼야 리얼돌 시장 및 인식의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사람을 상대로 하는 성매매가 아니라 리얼돌을 사용하는 성인용품점이기 때문에 단속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김 대표는 리얼돌에 대한 암묵적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리얼돌을 성기만 막아서 마네킹과 같은 형태로 수입한 후 가공하는 식으로 리얼돌 수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상 개인의 해외 직접 구매 만을 막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런 규제가 완전히 풀린다면 현재의 기형적인 리얼돌 시장 구조 역시 사라질 것이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리얼돌, 그저 인형일 뿐이다

김 대표는 현재와 같은 사회 분위기나 관련 업계 구조로는 리얼돌에 대한 인식이 극적으로 좋아지기 어렵지만, 리얼돌을 사용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로서 용인될 수 있을 정도로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리얼돌이 아무리 양성화된다고 해도, 성인용품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여성들이 좋은 인식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단지 어느정도 이해를 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리얼돌을 사용하더라도 개인 취미라고 이해해 주는 정도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김 대표는 여성계의 우려와 달리 리얼돌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하며 리얼돌에 대한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실제 사람과 리얼돌을 혼동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종종 그런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리얼돌을 사람과 혼동할 사람이라면 꼭 리얼돌이 아니었더라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리얼돌은 그저 인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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