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캡처
<사진출처 =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한 초등학교 교사가 속옷 빨래를 과제로 내 주고 학생들에게 ‘섹시하다’는 등 성희롱 발언을 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한 포털 커뮤니티에 올라온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 정상인가요’라는 글에 따르면 울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학급 담임교사인 김모씨는 학급특색교육활동인 ‘효행레크축제’의 일환으로 학생이 자신의 팬티를 직접 빨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학급 커뮤니티 앱에 업로드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속옷을 빨고 있는 모습을 촬영해 업로드했습니다. 그런데 김씨는 과제 사진에 ‘이쁜 잠옷, 이쁜 속옷 부끄부끄’, ‘울 공주님 분홍색 속옷 이뻐요’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과거에도 같은 숙제를 낸 바 있는 김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당시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학급 학생들이 속옷을 빠는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 업로드하면서 ‘섹시팬티. 자기가 빨기. 행복한 효행레크축제’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초등학생이 자신의 속옷을 빨고 있는 모습에 ‘섹시팬티’라는 문구를 담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김씨는 제목을 ‘팬티 자기가 빨기, 행복한 효행레크축제, 꿈트레이너 학교아빠’로 수정했습니다. 이후 보도와 항의가 이어지자 김씨는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김씨는 팬티 빨래 숙제를 내주면서 “아이들의 자신감은 그냥 가지라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 어려운 성공경험을 해야 한다”며 “부모님께서 칭찬과 함께 인정해주셔야 자존감이 더 크게 자라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출처 =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캡처
<사진출처 =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김씨는 숙제 사진에 댓글을 달면서 학생들이 빨래를 한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학생들의 속옷 색상이나 외모에 대해서만 언급했습니다. 이는 김씨가 학부모에게 설명한 것과는 일치하지 않는 칭찬입니다.

이 밖에도 김씨는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를 소개하며 올린 사진에 ‘미녀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미남들까지’, ‘매력적이고 섹시한 OO’ 등의 댓글을 남겼습니다.

학생의 외모를 평가하는 이 같은 발언은 학생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말입니다. 어려서부터 외모가 중요한 평가기준이라고 여기게 돼 선입견을 갖거나, 스스로 꾸밈노동을 강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초등학교 1학년 아동에 대해 섹시하다고 한 것은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으로, 교사의 자질을 의심케 만드는 표현입니다.

이 밖에도 김씨는 ‘우리 반에 미인이 너무 많아요. 남자친구들 좋겠다’라며 여성을 남성의 눈요깃거리로 여기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교육청은 김씨가 잘못된 점을 인지하고 시정 조치 중이며, 교육청 차원에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김씨는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김씨는 과제와 발언이 논란이 되자 학급 커뮤니티 앱에 입장문을 게시했습니다. 이 입장문에서 김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 채 ‘소통의 문제’로 치부했습니다.

김씨는 “저에게 직접 연락 주셔서 오해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숙제를 냈을 때 ‘여자아이들이 팬티 빨기는 조금 쑥스러워하지 않을까요. 양말 빨기로 하면 안될까요’라고 의견 주시면 숙제를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표현상에 ‘섹시팬티’ 같은 말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앞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표현이 ‘오해의 소지’에 불과하다는 듯 문제를 축소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사진출처 = 구글 검색화면 캡처
<사진출처 = 구글 검색화면 캡처>

김씨는 아직도 학생들이 팬티를 스스로 빨게 한 것만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팬티가 아닙니다. 본질은 김씨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많은 누리꾼들이 지적하듯, 김씨의 언행은 성범죄, 성희롱에 해당합니다.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고 외모로 평가하는 김씨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숙제를 양말 빨기로 바꾼다고 해도 문제는 지속될 것입니다.

지난해 서울교대, 청주교대 등 교육대학교 학생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초등학생들에 대해 성희롱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건이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교사들이 있다는 것은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시대에 교육현장이 상당히 뒤쳐져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김씨에 대한 철저한 징계 및 처벌과 교육당국의 성인지 감수성 함양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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