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그룹 “직원 개인의 실수...전사 차원 지시 아냐”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패션‧문화 기업 한세예스24그룹이 다가올 ‘황금연휴’ 기간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장 출근을 지시하는 메일을 발송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사측은 내부 절차상 실수로 일어난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갑질 등 사내 잡음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세예스24홀딩스는 석가탄신일과 노동자의 날, 어린이날 등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에 한세예스24그룹 김동녕 회장이 매장 순회에 나선다는 이유를 들어 직원에게 판매 매장 출근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패션 기업인 한세실업과 유·아동 패션유통기업 한세드림, 국내 온라인 서점 1위 예스24 등이 소속된 지주사다.

이를 처음 보도한 <일간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한세예스24홀딩스의 한 고위간부는 각 계열사 부서장 및 본부장들에게 연휴기간인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직원들이 판매 매장에 출근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일간스포츠는 이 같은 내용이 지난 27일 처음 전달된 후 28일 자세한 일정 공지로 이어졌으며, “회장님이 순회를 오실 예정이며 어디를 가실지 모르니 자리를 지켜달라”는 요구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팀장 직급 이상은 각 사업부별로 4~5명가량의 팀을 구성해 연휴 중 이틀 동안 매장을 순회하며 시장조사 등을 하라고 지시했으며, 일반 팀원들에게는 집에서 가까운 백화점 매장을 중심으로 연휴 중 하루는 참석해 판매 지원을 하라고 명시했다.

이 같은 지시가 알려지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세예스24그룹에 대한 계열사 직원들의 불만글이 다수 게시됐다.

이와 관련 한세예스24홀딩스 측은 내부 절차상 실수로 일어난 일이며 전사 차원의 지시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세예스24홀딩스 관계자는 “그런 내용의 메일이 발송된 것은 맞지만 직원의 실수”라며 “이직한 지 얼마 안 된 경력직 직원이 기업 내부 절차를 미처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오해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사 차원의 지시는 절대 아니고 서울에서만 2000여명이 근무하는 등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근무행태는 있을 수가 없다”라며 “다만 직원 개인의 실수 차원을 넘어 문제점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으며 교육시스템 정비 등을 통해 재발 방지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세예스24그룹의 소통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그룹 핵심계열사 중 하나인 한세실업에서는 직급체계 변경과 관련해 거센 반발이 일었다. 사측에서 새로운 직급체계를 공지한 이후 한세실업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승진자를 줄여 인건비를 줄이고 있으며 실적 부진의 이유를 직원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라는 취지의 메일이 발송됐다. 해당 메일에는 ‘오너일가 2세에게 미래를 맡길 수 있나, 노조가 있었다면 경영진 퇴출 운동을 먼저 했을 것’이라는 오너일가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해당 메일은 삭제됐다.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임원급 이상이 권한을 가지고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부여한 계정이지만, 내 계정에 다른 메일들을 다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등의 의견들이 게재되기도 했다.

현재 한세예스24그룹은 업계 불황과 함께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한세실업의 경우 거듭되는 손실에 올해 진행하기로 했던 신입사원 공채를 중단한 가운데 오너일가 2세들은 오히려 승진을 감행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한세엠케이가 4분기 18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음에도 김동녕 회장의 막내딸 한세엠케이 김지원 대표는 초고속 승진으로 대표로 올라서 이목을 끌었다. 아울러 올해는 장남인 한세예스24홀딩스 김석환 대표와 차남 한세실업 김익환 대표가 모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관련 한세예스24홀딩스 관계자는 “오너 2세들의 승진은 내부적 절차를 밟아 진행된 인사”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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