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애 작가.ⓒ김종근 미술평론가
최승애 작가

“나는 스스로를 그린다. 나는 자주 외롭고, 내가 잘 아는 주제가 자신이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국민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음을 울리는 고백이다. 최승애의 흙 작품들을 볼 때마다 프리다 칼로의 고백이 떠오른다.

그녀의 작품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그리움이 짙게 스며들어있다. ‘하트 모양 위에 넙죽 올라탄 강아지 한 마리’, ‘멀리 응시하고 있는 여자의 기다림’, 이 모든 서정적 풍경들은 자기애적인 내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모습부터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풍경, 그리고 의자나 소파와 일체 된 모습들은 최승애 작품의 극적인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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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놓인 다양한 형태의 의자는 누구를 기다리든가, 아니면 지친 누군가를 위한 휴식의 공간이자 빈자리이다.

‘굴레’라는 작품은 기둥에 가까스로 매달려 있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 모습은 주변 대상과 일체를 이루며, 희망의 온도가 얼마나 뜨거운가를 보여준다. 작가의 서정적인 작품 속에는 내밀한 삶의 풍경과 우리들 인생의 흔적이 한 장의 사진 스틸 컷처럼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또한 인간의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속 희망도 보인다. 

최승애의 작품들은 ‘기다림’으로 정의된다. 그 기다림은 근원적인 여자의 삶, 혹은 본능처럼 해석된다. 그녀의 작품은 방황하는 기다림이 아니다. 마치 종교적인 구애처럼 숭고하고 아름답다. 어린 시절 꿈꾸었던 꿈들을 불러내는 기도나 염원처럼 고귀하며, 그 꿈과 별을 찾아 떠나는 순례자처럼 정숙하고 순결하다. 모든 사람들은 꿈을 꾼다. 저마다의 별을 바라보며 아득한 밤하늘을 향해 손짓하듯 그녀의 작업은 끝없는 기다림의 연가처럼 아름답다. 

작가는 “이 힘겨운 세상을 살아내며 얻어지는 수많은 상처들과 그로 인해서 영글어지는 인간의 모습”을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도란도란 1 레진 120x90x170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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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작품은 ‘Narcissism Chair’다. 의자 자체는 결코 특별한 오브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의자를 나열하면서 위에 올려놓고자 한 것이 무엇인가를 은유적으로 제시한다. 서로 다른 얼굴과 서로 다른 몸짓과 생각으로 다른 환경과 상태에서 스스로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다양한 삶의 패턴을 의자에서 되묻는다. 의자에 다양한 모습의 선인장을 가져다 놓은 이유다. 

그녀는 선인장이 불완전한 인간이 충돌하며 사는 고난을 상징한다고 했다. 이것은 그 의자 위에 모두가 상처투성이니 외로워하지 말라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고있다. 

이 사색적인 의자에 빈자리의 의자를 설치해 그녀는 현실에 침몰하여 자신을 잃지 말고 살라는 아포리즘(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적인 작가의 메시지를 숨겨 놨다. 최승애 작품은 언어적인 매력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입체 조각이 갖는 칙칙함을 자유로운 색채로 표현했다. 그녀의 작품엔 작품 표면에 이야기의 내용을 실감 나게 입체 풍경으로 전환 시키는 힘이 있다. 

▲ 김종근 미술평론가<br>(사)한국미협 학술평론분과 위원장<br>
▲ 김종근 미술평론가
(사)한국미협 학술평론분과 위원장

뿐만 아니라 작가는 오래전부터 아픔, 상처로 좌절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예술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치유를 주제로 ‘토닥토닥’, ‘도란도란’, ‘쓰담쓰담’ 등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녀의 최신작들도 풍부한 색채와 화려한 장식성이 돋보인다.

최승애 작품은 원초적인 내면의 목소리를 정갈하게 담아내 인간이 가진 그리움의 언어를 다정하게 속삭여준다. 문득 그녀의 작품을 볼 때 우리는 우리의 내면세계를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그의 작품들은 삭막한 들판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는 우리들을 따뜻한 그의 의자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기이한 마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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