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간 지도부, 5.18 폄훼 발언 사과
진중권 불러서 토론회 등 달라진 모습들
 
박근혜 탄핵 입장 내놓지 않으면 극우 결별 어려워
당내 친박 세력 자리매김에 쉽지 않은 결정될 듯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뉴시스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5·18 민주화운동을 맞이해 광주를 찾았다. 당내 일부 인사의  5·18 폄하 발언을 사과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4.15 총선 이후 극우 세력과 결별을 하겠다는 지도부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에는 극우 유튜버를 공격하는 등 상당히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4.15 총선 참패가 미래통합당에게는 상당한 충격이 됐던 모양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미래통합당의 시선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당 지도부는 5·18 폄하 발언에 대해 뒤늦게 사과를 했고, 광주를 찾았다.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 대표권한대행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5·18을 폄훼하고 모욕한 당내 인사의 발언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다시 한 번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했던 모든 국민께 매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면서 머리를 숙였다. 유승민 의원 역시 지난 17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5·18 망언에 대해 사과했다.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 시절이었던 지난해 2월 김진태·이종명 의원 주도로 극우논객 지만원씨를 초청해 ‘5·18 진상규명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5·18 폄훼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있었지만 당내에서는 공식적인 사과가 없었고, 김진태 의원은 경고, 김순례 의원은 당원권 3개월 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 이종명 의원은 제명할 방침이었지만 1년을 끌다가 미래한국당 당적 이동 위해 제명 처리 됐다. 즉, 5·18로 제명된 것은 아니다.
 
황교안 체제, 5·18 논란 키워
 
이는 황교안 전 대표 체제가 결국 5·18 논란을 키웠기 때문이다. 황 전 대표 자체가 5·18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서 논란을 키웠고, 그런 논란이 4.15 총선 참패의 원인이 됐다. 극우 세력과 결탁을 하면서 5·18 논란을 키웠고, 그런 논란이 중도 보수층이 등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극우 세력은 5·18을 북한군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끊임없이 5.18 정신을 훼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런 극우 세력과 결탁한 자유한국당이 계속해서 5·18 정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으면서 5·18 폄훼 논란이 불거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주호영 지도부가 5·18 폄훼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면서 미래통합당은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것은 극우 세력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극우세력과 결탁해서 얻은 4.15 총선 참패 성적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으로서는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서 극우 세력과의 결별을 위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단추가 5·18 사과이다.

미래통합당이 그동안 5·18에 대해 명확한 사과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차기 대권 주자로 손꼽히는 유승민 의원이 사과를 했다는 점은 미래통합당이 앞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진중권 부르고, 극우 유튜버 공격하고
 
미래통합당이 극우 세력과의 결별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 움직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앞서 이달 15일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오신환·유의동 의원 주최)가 열렸는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초청했다. 진 전 교수가 정의당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통합당이 극우 세력과 결별하기 위해 진 전 교수를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진 전 교수는 극우 세력과의 결별을 요구했다.

극우 세력과의 결별 징후는 김무성 의원으로도 나타났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극우 유튜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의원은 “결국 걔네들은 다 돈 벌어먹는 놈들이다. 자기들 조회수 올려서 돈 벌어먹기 위해 자극적인 말을 쏟아낸다”라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 의원이 중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욕설을 섞어가면서 극우 유튜버를 비난했다는 것은 극우 세력과의 결별을 명백히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총선에서 극우 세력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목소리가 높였다는 것을 깨달은 미래통합당이 극우 세력과의 결별을 통해 중도 보수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래통합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박근혜와의 관계설정이 문제
 
이처럼 미래통합당이 극우 세력과의 결별을 예고하고 있지만 가장 큰 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이다. 미래통합당 내에는 아직도 친박 세력이 강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하루아침에 단절할 수 없다.

문제는 극우세력이 박 전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극우 세력은 계속해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해왔다. 따라서 극우 세력과 결별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도 결별해야 한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미래통합당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친박 세력이 자리매김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과의 결별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래통합당이 극우 세력과의 결별을 요구하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극우 세력과의 결별이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도 보수는 미래통합당에게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곧 대법원 선고까지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유승민 의원이 합당 조건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말과 연결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통합할 당시 합당 조건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제안을 유 의원이 했다. 하지만 황 전 대표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못했고, 그것이 총선 참패의 원인이 됐다.

극우 세력과의 결별을 예고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 문제는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극우 세력과의 결별이 되지 못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명확히 지우지 못한다면 미래통합당은 극우 세력과의 결별은 ‘구호’에만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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