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자금 절박한 소비자에게 저금리 신용‧대환대출 등 제안
현대캐피탈 “명함 위조해 피싱 하기도, 적발시 법적조치 진행”
금감원 “피싱 인지 후엔, 은행 지급정지 신청이 가장 중요”

현대캐피탈 피싱 사례. ⓒ피해 고객 블로그 캡쳐 화면
현대캐피탈 피싱 사례. ⓒ피해 고객 블로그 캡쳐 화면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할부금융 업계 1위 현대캐피탈의 직원을 사칭한 대출 피싱(Phishing) 사기가 또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피싱범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여파로 생활자금이나 여윳돈 마련에 절박한 소비자들의 상황을 악용해 신용‧대환대출 등을 제안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할부금융사 직원을 사칭한 피싱 사기 피해가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수 포착되고 있다. 실제 올해 초 이후 보이스피싱 인터넷 카페, 블로그, SNS 등에는 대출 피싱 피해를 입었다거나 관련 전화를 받았다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업계 1위 현대캐피탈을 사칭하는 피싱 범죄는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와 관련 지난 2017년 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회사 사칭 현황을 살펴보면, 총 3만44건의 피해 사례 중 캐피탈사에 의한 피싱이 1만2800건으로 43%를 차지했고 그 중에서도 현대캐피탈에 의한 피해가 5299건으로 가장 많았다. 

실제 자영업자 A씨는 최근 현대캐피탈 직원과 은행 직원을 사칭한 일당으로부터 조직적 대출 사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먼저 은행 직원을 사칭한 피싱범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A씨는 제1금융권 대환대출 상품을 통해 대출 이자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은행 앱을 설치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다시 현대캐피탈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받고 자사와의 계약사항을 위반했다는 협박을 받았는데, 피싱범은 교묘하게 피해자의 화를 돋으며 추가 금융정보를 얻어내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A씨는 대출 과정 중 현대캐피탈 직원의 과격한 대응이 발생한 것으로 사안을 이해하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했지만, 해당 사례는 피싱 사기로 판명이 됐으며 은행의 앱 역시 악성 코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대환대출 피싱 사례는 특히 최근 많이 목격되고 있다. 피싱범들은 A씨의 사례처럼 제1금융권을 구실삼아 대출을 제안하거나, 할부금융을 통해 낮은 금리를 적용해주겠다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B씨 역시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이 같은 사칭 사례를 소개했는데 그의 경우 현대캐피탈로부터 직접 정부지원자금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B씨에 따르면 피싱범은 통화 이후 카카오톡을 통한 대화를 요청했고 채팅 중 신분증, 주민등록등‧초본, 사업자등록증, 주거래은행3개월거래내역서, 부가가치세표준증명 등을 요구했다. 

또 은행거래내역서를 제외한 나머지 서류는 사진으로 찍어 보내도 가능하다는 설명을 전했으며, 관련 개인정보를 취합하는 중 ‘대환 2팀’이라고 위조된 현태캐피탈 사원증 이미지 파일을 보여주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 의아함을 느낀 B씨가 현대캐피탈을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면서 피싱사기인 것이 범행 도중 드러났다. 그와 통화한 고객센터 직원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에서는 정부지원자금을 통한 대환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B씨의 상담이력 또한 본사에서는 조회되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주의해야할 부분은 만약 B씨가 피싱범 등이 제안한 앱 등을 설치했다면 추후 금융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도, 같은 조직의 공범에게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출 진행 중 한도를 맞추기 위해 일부를 먼저 상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행위는 피싱범들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 피해자는 직원 조회까지 확인하고 대출을 진행했음에도 피싱 피해를 입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현대캐피탈은 소비자들의 민원에 즉각 대응하고 고소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업계 1위 기업인만큼 자사를 사칭한 범죄 사례가 적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자산총계는 31조9000억원 수준으로 업계 자산총액의 39%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다보니 직원 사칭 사례가 적지 않다. 직원 명함을 위조해 피싱한 경우도 적발해 형사고발을 진행한 적도 있다”라며 “정부지원 서민대출 내용이 담긴 문서를 통해 속이는 사례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상품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센터로 전화를 주면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당사를 사칭해 사기를 벌인 사안에 대해서는 법무팀에서 고소‧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로운 유형이나 수법의 피싱 사기가 등장한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할부금융사의 직원 사칭 시도 등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업무를 진행하고 면밀하게 보고 있다”라며 “금융회사든 정부기관이든 선입금 등의 금전은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 앱 역시 불확실한 앱은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피싱사기 이후) 사기 용의자에게 돈이 빠져나가면 빠르게 자금세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에 지급정지 신청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이후 돈이 인출되지 않았다면 피해구제신청을 통해 환급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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