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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정부가 확진환자 동선을 공개로 시작된 신상털이 논란이 최근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을 계기로 크게 불거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경보가 ‘주의’ 이상으로 격상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의2 제1항을 근거로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접촉자 현황 등의 정보를 시·도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공개토록 했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된다는 지적이 일며 ‘신상털이’ 논란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확진환자의 사적인 정보를 캐내 퍼뜨리는 등의 문제까지 야기됐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이 환자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세부 정보 등을 담지 않기로 결정했고 우려는 잠식하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는 신상털이 논란을 다시 끌어냈다. 모 언론사에 의해 문제의 클럽이 성소수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는 업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 업체 최초 감염자로 알려진 용인 66번 환자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공유됐다.

이는 다른 성소수자들에게 아웃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과 낙인 등 공포를 심어줬고 진단검사를 방해해 방역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성소수자 인권단체로 구성된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남웅 활동가는 “일부 언론과 지자체를 통해 성소수자 클럽이라는 게 공개됐다. 자가격리대상자가 된 해당업소 방문자들은 이 사실을 직장이나 가정에 알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성정체성이 얼마든지 추론이 가능하고 이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컸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질병 자체에 대한 낙인효과도 있어, 두 가지가 포개져 두려움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실제 코로나19와 관련해 신상공개에 대한 상당한 두려움은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전국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결과 응답자의 62.7%가 ‘확진 시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과 피해가 두렵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다 보니 이태원 클럽 관련 전체 방문자 5000여명 가운데 3000여명이 연락이 닿지 않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진단검사를 받으러 가면 아웃팅 당할 수 있다며 당국 방역 방침에 비협조적 여론까지 형성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꾸준하게 신상공개 문제를 지적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소수자들에게 코로나19 검진은 신상공개로 인한 혐오와 차별의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두려운 일”이라며 “특수한 취약성을 고려해 방역과 무관한 정보를 요구받는 등의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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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 가운데 신상정보가 직장이나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대상자들 위해 익명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름 대신 보건소별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확진 판정 시에도 불필요한 동선 공개는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질본도 서울시의 익명검사를 도입, 전국 확대 시행키로 하며 특정 장소에서 코로나19 집단발생 시 발생 장소 및 개별환자 동선은 분리해 공개하는 등의 ‘익명검사 전국 확대 및 확진자 동선 공개 가이드라인 보완’ 계획을 공개했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익명검사 도입 결과 검사 건수가 8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질본도 지난 18일 여전히 이태원 클럽 방문자 가운데 2000여명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익명검사로 상당수가 검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남 활동가는 “수치상으로는 분명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검사 취지를 성소수자로 특정한 데서 기간과 장소 확대 등으로 대상을 넓히다 보니 논란도 많이 희석된 효과도 있는 것 같다. 그 지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 주민들의 우려로 동선을 구체화하기도 해 일부 사생활 침해나 낙인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뿐만 아니라 익명검사 도입 후 자발적 검사를 받지 않으면 경찰을 동원하겠다고 했던 ‘당근과 채찍’ 방식의 압박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강하게 했어야 할까라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남 활동가는 “성소수자 운동이 그동안 다뤄온 의제들과 이태원 코로나 사태는 맞닿아 있다”며 이태원 클럽 사태뿐만 아니라 어떤 인권 운동에 있어서도 성소수자가 차별받지 않고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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