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이마트가 절도사건 방지를 위해 직원 퇴근 동선을 위험한 하역장으로 변경하고 이를 사찰하는 등 노동자들을 ‘잠재적 도둑’ 취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이마트 한 지점은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직원들의 매장 퇴근 동선을 상품 출입고(하역장)로 변경했다. 앞서 매장 내 절취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당초 해당 지점에서는 직원들이 매장으로 이동해 쇼핑을 한 후 퇴근할 수 있었지만, 이마트는 구체적 설명 없이 돌연 지게차와 화물차가 드나드는 하역장으로 직원 퇴근 동선을 변경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노조는 하역장으로 퇴근하는 것은 화물차가 지나다니고 지게차가 짐을 나르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부 점포의 경우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쇼핑 동선 취소조치에 대해 사측에 항의했으나 회사는 지난 5개월간 단 1회 발생한 절취사건을 언급하며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답변했다”라며 “위험한 상품이동 동선으로의 출퇴근 방침은 사원들을 사람이 아닌 물건 취급하는 것이며, 잠재적 절도자로 간주하고 내부 절취를 예방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회사의 갑질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튿날인 2일, 이마트 타 매장에서 모 직원은 매장 동선을 통해 퇴근했다는 이유로 점장으로부터 서면 경고장을 받았다. 

노조는 그 과정에서 매장 관리자가 해당 사원의 쇼핑 및 퇴근 동선을 CCTV를 통해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원사찰 및 개인정보법위반 등 위법 행위에 대해 회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마트의 사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노조탄압 사건 당시 검찰 조사 결과 이마트가 수년간 사원들을 사찰하고 미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대표이사가 실형을 확정 받은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2014년에는 퇴근 시 사원들의 소지품검사 등으로 개인 칫솔, 여성용품까지 압수한 사실로 검찰에 소가 제기되며 ‘소지품검사 폐지’ 등 조직문화 혁신을 선언했지만 2015년 일부 매장에서 소지품 검사가 여전히 자행되는 것이 언론에 폭로되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지품검사 규정은 이마트 취업규칙 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취업규칙 47조(소지품 검사)에 따르면 ‘회사는 사내의 질서유지와 위해 예방을 위하여 사원의 출퇴근 시 또는 필요할 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소지품의 검사 또는 검신을 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 43조(명령복종과 솔선수범) 중 ‘사원은 상사의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내용 또한 눈길을 끈다.

노조는 해당 조항들을 들어 이마트가 2020년 현재까지도 사원들을 잠재적 절도자로 규정하고 인격권을 무시하고 있다며, 사원 동선 개선과 부당한 취업규칙 조항 삭제를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국가 권력기관에서조차도 수색이나 검신을 하기 위해선 엄격한 규정과 절차를 따르는데 일반 사기업인 이마트에선 직원 사생활의 자유와 인격을 무시하고 잠재적 절도자로 간주하고 있다”라며 “회사가 사원들을 잠재적 절도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즉시 취업규칙 47조의 삭제와 사원 동선 개선을 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마트 측은 절도방지를 위한 동선 변경이 아닌 고객 편의를 위한 조치인데다, 하역장 퇴근에 있어 안전 문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직원들은 원래 매장 퇴근이 아닌 별도로 마련된 직원 동선으로 다니게 돼 있지만 해당 매장의 경우 최근 몇 달간 직원들이 매장으로 퇴근하면서 쇼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를 악용하고 혼잡을 야기해 고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있어 동선을 변경하게 된 것이며 절도 방지를 위한 조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출입고인 하역장은 직원 이동 구간이 별도로 분리돼 있어 안전에는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CCTV 사찰에 대해선 “해당 직원이 사내 규칙인 출퇴근 동선을 준수하지 않고 매장을 통해 다닌다는 타 직원들의 제보가 들어왔다”라며 “직원간의 형평성을 위해 해당 시간과 위치에 있는 CCTV 영상에 대해서만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을 기점으로 전국 단위 1인 시위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관련해 선행을 펼쳐 온 정용진 부회장의 이중적 모습에 대해 꼬집었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는 물건을 훔치는 도둑도 아니고 회사가 시키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머슴도 아니다”라며 “TV에 비춰지는 모습만큼만, 아니 고객들을 생각하는 것의 100분의 1만이라도 생각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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