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업계, “개인정보 유출우려… 보험사, 건강정보로 거액의 보험금 거부 할 것”
보험업계, “번거로운 절차 생략… 비용및 시간 경감효과↑ 고객편의 위한 것”
보험硏, “실손의료보험 청구절차… 피보험자, 보험업계, 의료계 모두에게 불합리”

지난해 4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 8곳이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법안이 의료계 반대로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지난해 4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 단체 8곳이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법안이 의료계 반대로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가 오늘 20일 열리는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또 다시 불발됐다. 보험업계에선 10년째 실비 보험 청구 간소화를 주장해왔지만 번번히 의사협회와의 충돌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보험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20일 본회의 하루를 앞둔 지난 19일 법제사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 상정이 불발돼 자동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 법안은 보험 가입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에서 자동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거쳐 보험사에 청구서가 전송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이 지난해 6월 기준 약 3800만명에 달하며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지만 보험금 청구방식은 소비자가 직접 진단서·진료비 세부내역서 등을 준비해 서면으로 청구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금액이 적은 보험가입자들은 아예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개선해야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보험업계에선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모든 과정이 전산화·자동화 돼 피보험자는 미청구 발생과 청구에 소비되는 시간 등을 경감할 수 있고 보험사도 정확한 보험금 지급과 지급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업계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10년째 반대하고 있다.

의료업계는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보험사에 넘어가 신규 보험가입과 기존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데이터 악용이나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선 건강보험에 포함되지 않는 비급여 정보가 보험회사 등에 노출되면 병원 경영 정보가 공개되는 데다 수가 산정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결국 보험사가 원하는 것은 건강정보”라며 “보험사가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 거액의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겠다는 계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가 질병 이력이 많으면 보험 갱신이나 가입을 거절당할 수도 있어 많은 정보를 넘겨야 한다는 점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보험국장은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과잉진료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환자가 보험사에 보내는 것은 관련 의료정보만 보내는 것”이라며 의료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제도 변경을 통해 비급여 정보가 공개되면 병원의 비급여 분야의 과잉 진료 요금이 줄어들어 실손보험 손해율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실소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두고 보험업계와 의료업계의 싸움이 팽배한 가운데 지난해 보험연구원 조용운 연구위원은 ‘인슈어테크와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정책 토론회에서 “현재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체계는 당사자인 피보험자, 요양기관, 보험회사 모두에게 불합리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피보험자는 행정절차의 불편 및 많은 시간 소모 그리고 그로 인한 청구포기가 빈번히 발생하며, 요양기관은 다량의 서면증빙서류 발급으로 인해 행정력을 소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회사는 청구서류를 수작업으로 전산 입력하기 때문에 지급행정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다시 한 번 21대 국회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그동안 미온적인 태도로 방관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금융당국도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11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공‧사보험 정책협의체에서 “의료기관의 행정업무 부담을 최소화하고 구축‧운용비용의 보험업계 부담 방안 등을 구체화해 의료계를 지속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업계는 보험사의 환자 정보 수집 등에 대해 우려하며 개정안 재추진 시 저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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