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요양병원 CCTV 설치 의무화 요구…찬성 여론 높지만 ‘인권침해’ 반론도
지속되는 요양병원 CCTV 설치 의무화 요구…찬성 여론 높지만 ‘인권침해’ 반론도
  • 김태규 기자
  • 승인 2020.05.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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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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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요양병원 내 CC(폐쇄회로)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호소가 지속되고 있다.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고 있는 A씨는 지난달 초 요양병원으로부터 할머니의 욕창이 악화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할머니께서 입원하실 당시 욕창이 있었지만 미미한 정도였고 간병인이 관리를 잘 해주셔서 호전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로 보호자 면회가 금지되면서 간병인이 바뀌었고 한 달여 만에 요양병원으로부터 욕창이 악화됐으니 큰 병원으로 옮기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면회가 금지돼 있던 지난 4월 2일 요양병원 측은 A씨에게 큰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다. 이후 같은 달 7일 A씨는 할머니를 대학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방문했다.

A씨는 “당시 할머니는 비듬, 각질로 상태가 엉망이었고,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고 계셨다”며 “호전되고 있던 욕창은 악화돼 꼬리뼈까지 드러나 보이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면회금지 후 짧은 기간에 증세가 악화된 것을 이상하게 여긴 A씨의 가족들은 할머니의 간호기록부와 진료기록부를 떼 살펴보게 됐다.

간호기록부에는 욕창의 크기가 3x3cm에서 하루 만에 5x5cm로 커졌다고 기록돼 있었으나 이튿날에는 다시 3x3cm로 작아졌다고 기록돼 있었다. A씨는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제대로 된 진료 없이 복사해 붙여넣기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코로나19로 불가피한 상황에 병원 측에서 관리를 소홀히 한 게 틀림없다”며 병원 측에 사과와 욕창에 대한 치료비 부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최선을 다했으나 우리의 잘못은 없다”며 “도의적인 차원에서 아직 정산하지 않은 한달여분의 입원비는 받지 않겠다”고 관리소홀을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SNS 등 온라인을 통해 병원의 이름이 노출되면 대응하겠다”며 A씨에게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A씨는 “간호기록부 등 모든 정황이 관리소홀을 말해주고 있지만 병원에 CCTV가 없어 할머니께서 실제로 제대로 관리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증환자, 치매환자 요양병원 병동의 CCTV 설치를 의무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CCTV 의무화 법안 3년 넘게 소관위 계류 중

요양병원 및 요양원 내 CCTV 설치 의무화 요구는 그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앞서 지난해 1월 8일에도 요양병원이 환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전국 노인요양병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게시된 바 있다. 또 2018년 1월부터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요양병원 관계자들에 의한 환자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며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는 청원이 지속적으로 올라온 바 있다.

일부 노인요양시설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아 노인 학대 행위 발생 시 사실을 밝히기 어렵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이 같은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지난 2019년 12월 31일 노인요양시설 내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제도를 확대 실시하고, CCTV 설치 권장을 비롯해 CCTV 설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했다.

그러나 이는 권고사항일 뿐 요양시설 내 CCTV 설치를 강제하는 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 2016년 9월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의원 11명과 함께 노인요양시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노인법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은 노인의 안전 및 시설 보안을 위해 CCTV를 설치해야 하며, 기록된 영상정보를 6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아직까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계류 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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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노인·보호자·종사자 모두 찬성 비율 높아

여론은 노인요양시설 내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6년 11월 발표한 ‘노인복지시설 인권침해 예방조치방안 연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1000명 중 노인복지시설 내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2.9%(매우 필요하다 40.3%, 필요한 편이다 42.6%), 필요 없다는 응답은 4.0%(전혀 필요 없다 0.3%, 필요 없는 편이다 3.7%)로 나타났다.

노인보호전문기관 입소노인 2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0.6%(매우 필요하다 18.4%, 필요한 편이다 62.2%)로 나타났으며 필요 없다는 응답은 5%(전혀 필요 없다 1.5%, 필요 없는 편이다 3.5%)로 집계됐다.

또 보호자 2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87.6%(매우 필요하다 40.8%, 필요한 편이다 46.8%), 필요 없다는 응답은 3%(전혀 필요 없다 1.5%, 필요 없는 편이다 1.5%)고 조사됐다.

노인보호시설 종사자 201명을 대상으로 한 CCTV 설치 의무화 찬반 설문조사에서는 80.6%가 찬성한다고 응답했으며 18.9%는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종사자들은 의무화 찬성 이유에 대해 △시설 내 학대 예방(36.3%) △시설과의 분쟁 발생 시 객관적 자료 확보(28.4%) △안전사고 발생 예방(11.4%) △보호자 불안해소(4.5%) 등을 꼽았다. 반대 이유로는 △요양자(노인) 사생활 침해(7.5%) △근본적인 노인학대 해결책이 되지 못함(7.0%) △종사자 사생활 침해(1.0%) △개인정보 관리부실 위험(1.5%) △입소노인과의 신뢰관계 저하(1.5%) 등을 꼽았다.

보건복지부의 연구에서 알 수 있듯 요양병원 내 CCTV 설치가 인권침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기자와의 문답에서 “환자의 신체 일부나 대소변 등 민감한 부분이 기록될 수 있다”며 환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요양병원, 요양원 등 노인보호시설 내에서 노인학대, 관리부실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만큼 인권침해 요소를 최소화하고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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