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강요되는 독박육아·가사노동
‘이상적인 어머니상’ 그려 여성에 강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모성-애(母性愛)
「명사」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본능적인 사랑

모성(母性)
「명사」 여성이 어머니로서 가지는 정신적·육체적 성질. 또는 그런 본능

국립국어원 표준대국어사전에 등재된 모성애의 정의다. 단어의 뜻에도 나타나듯 사회는 모성애를 본능적인 것으로 여겨왔다. 표준대국어사전은 부성애에 대해서도 ‘본능’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대한민국 부모학교’ 홈페이지의 부모교육 매뉴얼은 ‘모성과 부성은 선천적’이라는 통념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모성과 부성 모두 본능이라는 잘못된 믿음은 모성과 부성의 양태를 다르게 하는데 기여한다. 둘 다 본능이지만 모성은 헌신적으로 희생하며 자녀를 교육하고 보듬는 모습을, 부성에 대해서는 엄하고 강인한 모습을 강요한다.

사회에서 모성과 부성을 대하는 시선은 이처럼 다르며, 때문에 육아에 대한 책임은 어머니에게 더 크게 전가된다. 어머니에게는 “그래도 아이가 어릴 땐 엄마가 곁에 있어야지” 같은 말을 쉽게 하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이 같은 말은 흔히 하지 않는다. 그릇된 모성인식에 기대 어머니에게 육아를 강요하는 것이다.

세대가 변하면서 이 같은 모성에 대한 강요는 점차 옅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여성의 ‘독박육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어버이 중 한 사람이 육아를 책임지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소득이 높은 남성이 수입을 책임지는 ‘바깥양반’이 되고, 여성은 육아와 가사노동을 책임지는 ‘안사람’이 된다. 소득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 같은 선택으로 여성은 자신의 이름을 잃은 채 아이의 어머니로만 살아가게 된다.

이와 반대로 여성의 소득이 더 높은 경우, 남성이 육아와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남성이 육아를 책임지고 여성이 자신의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 경우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향하게 된다.

‘애 엄마가 독한 모양이네.’
‘남자가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모성은 본능 아닌 ‘감정’”

사회는 그동안 모성애가 ‘본능’이라고 믿었다. 때문에 육아는 자연스레 어머니의 몫으로 여겨졌다.

모성에 대해 더 많은 육아의 책임을 지우는 것은 10달 간 아이와 한 몸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보다 더 큰 유대관계가 있을 거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과연 모성애는 본능일까.

과학자 이은희는 자신의 저서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에서 여성이 임신을 하면 태아와 생존경쟁을 벌인다고 말한다.

“모체는 절반이 타인의 유전자로 이뤄진 태아를 자신이 받아들여 키울 것인지 결정하고, 그 이후에 임신을 유지하면서도 태아의 엄청난 식욕과 성장욕에 대항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에 관심을 가진다.”

이를 보면 어머니는 태중에 아이를 품고 있는 열 달의 기간 동안 자녀를 길러냄과 동시에 경쟁을 한다. 어머니들은 물론 자녀를 사랑으로 품을 테지만, 이를 근거로 ‘본능’이라며 모성을 찬양하는 것은 왜곡된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엘리자베트 바댕테르는 <만들어진 모성(L’Amour en plus)>에서 ‘모성애란 본래부터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성애는 여성의 본능’이라는 명제에 대해 의문을 품은 바댕테르는 역사, 문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정신분석학 등 방대한 관련 분야의 자료를 정리해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모성애는 본능이 아닌 근대에 만들어진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모성애란 하나의 감정에 지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모성애라는 감정은 본질적으로 우발적일 수밖에 없다.”

바댕테르의 주장은 모성이라는 ‘믿음’을 완전히 깨부수는 것이다. 하지만 바댕테르는 모성애가 부질없는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성애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며 아버지도 어머니와 같이 자녀를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사진제공 = 롯데 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사진제공 = 롯데 엔터테인먼트

사회의 강요로 내면화하는 ‘모성’의 대물림

출산 이후 여성이 육아와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모습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도 잘 드러난다. 작중에서 김지영은 출산 후 육아와 가사노동을 전담하면서 사람들의 비난과 혐오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소설 속 김지영이 그렇듯 현재 3040세대 이상의 성인들은 자녀에게 헌신적이며, 육아와 가사노동을 책임지는 모습의 어머니를 보며 자랐다. 때문에 그 같은 모습이 이상적인 어머니상이라고 여기게 된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진 시기를 경험하면서 이들은 자신의 성취를 이루며 살고 있기에 어머니가 되면서 이상적인 어머니상과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의 괴리를 느끼게 된다. 이른바 ‘슈퍼우먼’이 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상적인 어머니상은 문학, 영화, 미디어 등을 통해 꾸준히 강조돼 왔다. 또 이는 모성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이어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의 여성들은 이 같은 모성에 대한 믿음을 강요당하고 이를 내면화하면서 가족 내 성별 간 역할분담에서 가사노동과 육아를 떠맡게 된다. 여성에게 어머니로서의 역할만을 강조하게 되면 주체적인 삶을 실현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게 살아온 어머니들은 딸에게도 이를 강요해 억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여성은 딸로 태어나 아내로 살다가 어머니로 죽는다는 말이 있다. 여성의 삶이 유사한 형태로 대물림되는 이 악순환은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고 여성 스스로 내면화하게 되는 구조에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여성의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자녀가 잘 되는 모습을 보는데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가 아닌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투데이신문>은 30대부터 60대 이상의 어머니들을 인터뷰해 그들이 육아를 하면서 느낀 모성애와 사회가 요구하는 모성애에 대한 생각, 그리고 ‘본능’으로서의 모성애에 대해 들어봤다. 더불어 아빠가 육아를 하고 있는 30대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본능’이라는 이유로 엄마에게 강요되는 육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참고자료

이은희, <하라하라 생물학 카페>, 궁리, 2002
엘리자베트 바댕테르, <만들어진 모성>, 심성은 역, 동녘, 2009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