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첫날부터 귀가·등교 중지 속출
“이럴 거면 개학 왜 했나” 학생들 불만
학교가 새로운 감염 매개될까 우려도
학생 안전 최우선 한 중장기 대책 필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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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굳게 잠겼던 교문이 80일 만에 열렸지만 등교 학생 일부 중에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교육부는 지난 4일 방역당국과 협의를 토대로 5일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잠복기로 알려진 14일 이후부터 등교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3일부터 고3을 시작으로 학년에 따라 일주일가량의 간격을 두고 등교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인해 등교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등교를 이틀 앞두고 교육부는 클럽 방문자 가운데 44%만 검사가 진행됐고, 확진환자 분포도 전국적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고3 등교를 20일로 일주일 추가 연기하겠다고 전했다. 다른 학년 등교 역시 일주일씩 미뤄졌다.

그런데 학원강사와 학교 교직원 다수도 이태원 일대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고, 등교 추가 연기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졌다.

그러나 교육부의 입장은 강경했다. 고3은 대입 일정 탓에 등교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은 데다가, 수능이 200여일 앞으로 다가오는 등 학사일정을 고려하면 더 이상 등교를 미룰 수 없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었다.

다만 교육부는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을 고려해 △격주제·격일제 등교 △학생 간 거리 1m 이상 책상 간격 배치 △오전·오후 등교 △기자재 활용 미러링 동시수업 등 안정적인 등교수업을 위한 방안을 논의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예정대로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재개됐다. 80일 만의 등교에 대한 기대와 설렘도 잠시 일부 지역에서는 귀가·등교중지 조치를 내렸다.

이날 인천에서는 고3 학생 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고 이에 따라 인천시교육청은 10개 군·구 가운데 5개 구의 66곳의 고등학교 고3 학생들에 대해 귀가 조치를 내렸다.

경기 안성시에서도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학원강사의 동선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지역 내 9개 고등학교에 대해 등교중지 결정을 내렸다.

갑작스러운 귀가·등교중지 조치에 학생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 가서 2시간 코로나19 교육받고 수업 시작하려는 찰나 귀가 조치 됐다’, ‘이럴 거면 왜 개학을 했는지 모르겠다’ 등의 불만 글이 이어졌다.

특히나 21일에는 그간 미뤄졌던 ‘4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예정돼 있던 탓에 학생들의 불만과 불안감은 더 커졌다.

논의 끝에 안성 9개교 학생들은 등교해 학평을 치르게 됐으나, 인천의 66개교 학생들은 온라인 평가로 대체됐다. 온라인 평가는 시험 시간표에 따라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시험지를 풀고 자체 채점을 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별도로 성적표가 나오지 않는다. 전국 단위의 학평은 수험생이 수능을 대비해 자신의 성적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이기 때문에 일부 지역 학생들이 성적 반영에 배제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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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를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교육부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교육계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상황이며, 향후 학교가 감염의 매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정현진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고3 등교 여부는 감염병 전문가 등도 끊임없이 우려를 표명했던 사안이다”라며 “이태원 클럽발 확진환자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최근에는 학생 확진환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학교가 감염의 매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역당국이나 교육부에서는 학교 현장을 잘 모르다 보니 마스크를 쓰게 하고, 책상 간격을 두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학생들의 특성을 잘 아는 교사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교사들이 최선을 다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개학의 목적은 교육활동을 위함인데 정작 학교에서는 체육 수업, 음악 가창 수업, 토론 수업 등이 제약되고 있어 학생들에게는 마스크만 쓰고 앉아있으라고 강요하는 상황이다”라며 “고3의 경우 입시는 형평성과 공평성이 매우 중요한데, 입시 때문에 먼저 등교를 시작했는데 우히려 입시에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학생 안전 최우선’, ‘제대로 된 교육활동’이라는 원칙을 유지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대변인은 “초반에 합의했던 두 가지 원칙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며 “다음 주부터 개학이 순차적으로 이뤄져 학교가 모두 채워지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더 확대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한 학교에 대해 등교 중지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등교 여부에 대한 판단은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교원단체나 교육부가 내릴 것이 아니라 전문가나 방역당국에 기초해야 한다”며 “이보다 더 우선될 수 있는 가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교사는 방역 전문가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 역할을 교사들이 도맡고 있다”며 “등교를 유지하겠다면 학교에 방역 전담 인력을 시급히 파견해야 하고, 학교 현장에 맞는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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