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 선악 구분 시대 ‘끝났다’, 스토리 중요
영화 조커, 세상에 절대선·절대악 존재하지 않아
미래통합당, 여전히 이분법적 사고 범여권 비판
조커가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스토리에 공감
​​​​​​​미래통합당도 스토리 만들어 유권자와 공감해야

영화 ‘조커’의 한 장면ⓒ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조커’의 한 장면ⓒ워너브러더스코리아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해 10월 영화 ‘조커’가 상영됐을 때 대중은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절대악(惡)인 조커가 왜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스토리를 그렸기 때문이다. 사회는 다변화되면서 이제 ‘절대선(善)’도 ‘절대악(惡)’도 사라졌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에서는 ‘권선징악’이 절대적인 주제였지만 이제 놀부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는 등 절대선과 절대악이 사라진 상황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도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는 ‘절대선 절대악’인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기대려고 했기 때문이다.

고담도시에는 두 인물이 있다. 하나는 배트맨이고, 또 다른 하나는 ‘조커’다. 과거에는 배트맨은 ‘절대선’이고 조커는 ‘절대악’이었다. 만화가 나올 때 배트맨은 악당 조커를 무찌르는 멋있는 주인공으로 나왔다.

하지만 시대는 변화하면서 이제 ‘조커’에도 주목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영화 ‘조커’가 나왔다. 영화 ‘조커’에서는 왜 악당 ‘조커’가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그렸다. 영화 ‘조커’를 관람한 대중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악당’이라고 생각하고 무찔러서 ‘선(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대중은 조커의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시대는 점차 달라지고

불과 얼마 전까지 만해도 ‘권선징악’은 우리 시대의 과제였다. 선을 장려하고 악을 징벌한다는 것은 시대적 과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선인(善人)’과 ‘악인(惡人)’을 구분하고, 악인은 무찔러야 할 대상으로 인식했다.

그런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시대가 변화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넘어가면서 자연과학은 절대적인 진리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로테스탄트 혁명을 통해 성경도 교황 등 일부 성직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전유할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런 상대주의가 계속 제기되면서 ‘절대선’이라는 존재도 존재하지 않고 절대악이라는 존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것이 인문학이나 사회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18세기 자유주의가 판치면서 자유시장경제가 극성을 부리게 됐다. 이에 반대하면서 공산주의가 나오게 됐다. 하지만 자유주의가 심화되면서 수많은 부작용을 낳게 됐고, 1930년대에는 세계대공황이 발생했다. 세계대공황을 겪으면서 자유주의가 경제의 절대적인 이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인류는 ‘뉴딜정책’을 통해 자유주의와 국가주의가 혼용된 혼합자본주의가 탄생하게 됐다.

그때부터 인류는 ‘자유주의’와 ‘국가통제’ 중 어떤 것을 더 비중 있게 다루느냐에 따라 신자유주의 등으로 불리면서 수많은 경제 이론을 만들어냈다.

정치도 마찬가지. 절대적 민주주의도, 절대적 사회주의도 겪어봤던 인류는 절대적 민주주의도 없을뿐더러 절대적 사회주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절대적’이라는 단어는 점차 사라지게 됐다.

ⓒ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사태, 왜 통합당은 살리지 못했나

지난해 조국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래통합당은 상당힌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제대로만 살렸으면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래통합당은 계속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손가락질을 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를 했다.

미래통합당은 조 전 장관과 문재인 정부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나 썩었는지 등을 계속 파헤치면서 유권자들에게는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해달라는 호소를 했다. 반문 정서에 철저하게 기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유권자들은 절대선이나 절대악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즉,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조 전 장관 등 범여권을 향해 계속 손가락질을 하지만 유권자들은 “그러는 미래통합당은?”이라고 되물었다.

미래통합당은 스스로 ‘배트맨’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유권자들 눈에는 미래통합당이나 범여권이나 ‘조커’로 보인 것이다. 그것을 미래통합당은 인식을 하지 못했다. 미래통합당은 계속해서 반문 정서를 자극하는 말들을 쏟아내면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 의혹 제기에 대해 유권자들은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대답이 나왔다.

즉, 조커는 ‘없애야 하는 대상’인 것이지만 배트맨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지 않은 것이 이제 대중의 시선이 됐다.

조커의 스토리 갖춰야

대신 영화 조커를 통해 대중은 조커를 동정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조커가 왜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은 과거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갇혀서 범여권을 악당으로 내몰았고, 같이 손가락질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과거의 배트맨이라면 배트맨에 대해 열광을 했겠지만 이에 유권자들은 과거의 유권자들이 아니게 됐다. 그러면서 조커의 스토리에 공감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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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직 내정자와 면담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뉴시스

그렇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의 가장 큰 패착은 ‘손가락질을 해달라’는 호소를 하기 전에 ‘스토리’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점이다. 미래통합당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서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해달라고 호소를 했었어야 했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은 오로지 ‘반문 정서’에만 기댔다. 이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즉 절대선과 절대악에만 기댔기 때문이다. 이미 영화 ‘조커’가 나왔는데도 과거의 ‘배트맨’ 사고방식만 갖고 있었던 셈이다.

세상에 절대악과 절대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유권자인데도 미래통합당은 절대선과 절대악은 존재하고 범여권은 절대악이라고 규정했으니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미래통합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냉혹할 수밖에 없다.

조국 사태가 발생했을 때 ‘조국=악당’이라면서 ‘손가락질 해달라’고 호소만 했을 것이 아니라 조국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서 제시했다면 미래통합당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이 달라졌을 것이다. 즉, 조국 사태로 인한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스토로’를 만들어 유권자들에게 다가갔어야 했다.

이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사태와도 연결된다. 미래통합당은 끊임없이 윤미향 사태에 대해 윤 당선인에게 손가락질을 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윤 당선인을 비난하는 너희(미래통합당)는?”이라는 것이다. 즉, 윤 당선인의 잘못을 따져야 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문제이고, 그 다음으로 미래통합당이 내놓는 원인과 대책 등 ‘스토리’다. 스토리 없이 무조건 ‘권선징악’만 외친다면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셈이다.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혁신을 하고자 하는 시점이다.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영화 조커에서 조커가 왜 악당이 됐는지 스토리를 통해 알려서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했듯이 미래통합당도 단순히 ‘범여권을 향해 손가릭질 해달라’고 호소할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 세상에는 ‘절대선’도 ‘절대악’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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