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참패 이후 여론의 뭇매 맞는 여의도연구원
한때 가장 정확함 자랑했던 여연, 독립성 부재로 무너져
당 대표가 여연 활동에 개입, 입맛에 맞는 분석 내놓아
독립성 최대 보장 필요, 당헌당규 개정 통해 이뤄내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미래통합당이 결국 여의도연구원을 발전적으로 해체할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제안을 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4.15 총선 참패 이후 여의도연구원 무용론이 제기됐다. 그러면서 여의도연구원을 해체하고 새로운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제는 독립성이다. 여의도연구원이 무용론에 휩싸였던 것은 황교안 전 대표의 개입이 극심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민주연구원이 있다. 4.15 총선 당시 민주연구원은 그야말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 각 지역 여론조사는 물론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느 시간대에 어느 지역이 가장 인구 유입이 많은지 분석해서 각 지역 후보들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민주연구원은 SK텔레콤과 연계에서 특정 지역이 어느 시간대에 가장 많은 기지국 접속량이 많은지 분석해서 해당 지역구 후보에게 제공했다. 다시 말하면 민주연구원이 A라는 지역의 경우 오전 8시에 기지국 접속량이 제일 많았다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그것을 해당 지역 후보에게 제공해줘서 가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움직일 때마다 가장 많은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의도연구원 무용론 제기

하지만 여의도연구원은 상황이 달랐다. 후보들에게 여론조사 결과물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총선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여의도연구원은 150석 이상을 얻을 것이라는 막연한 결과물만 내놓았다. 후보들은 그것만 믿고 선거운동을 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여의도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자랑하는 정치연구기관이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그 명성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여의도연구원이 무용론이 나왔고, 발전적 해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여의도연구원 해체를 요구했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여의도연구원으로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패배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의도연구원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여의도연구원 명성은 상당했다. 최초의 정당 정책연구소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1995년 발족한 여의도연구원은 선거 전략 수립과 정책 비전 제시 등을 주도했으며 여론조사는 지금의 여론조사 기관보다 더 정확해서 명성을 떨쳤다. 그것은 양질의 표본을 확보하고 ARS 방식 여론조사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여의도연구원 출신이다. 여의도연구원에서 여론조사 기법을 배운 후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를 창업한 것이다.

그만큼 여의도연구원이 우리나라 여론조사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지금의 여론조사 기법들을 여의도연구원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의도연구원은 보수정당의 꽃이었다.

지난 2013년 10월 10일 여의도연구소에서 여의도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진행된 현판식 모습ⓒ뉴시스
지난 2013년 10월 10일 여의도연구소에서 여의도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진행된 현판식 모습ⓒ뉴시스

찬밥 신세가 된 여의도연구원

하지만 4.15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의도연구원은 찬밥신세가 됐다. 당 대표와 주류 눈치를 보면서 그들의 입맛을 맞추는 하부조직이 됐다는 평가다.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지낸 김세연 의원은 여의도연구원이 사조직이 됐다고 비판했다. 여의도연구원이 황교안 대표 체제 당시 사조직으로 전락하면서 당 대표의 입맛에 맞는 분석과 전망을 내놓게 됐다. 총선 기간 동안 150석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샤이 보수를 꺼내 들어서 여론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는 뒤처지지만 투표장에서는 뒤집어질 것이라는 등의 분석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샤이 보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만큼 황교안 전 대표의 입맛에 맞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4.15 총선 참패의 원인이 됐다.

실제로 총선 후보로 나섰던 많은 정치인들이 여의도연구원으로부터 제대로 된 데이터를 받아본 사례가 거의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는 숨기고, 유리하 여론조사 결과만 후보들에게 제공하면서 후보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연구원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후보들이 어떤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지 정확한 자료를 제시했지만 여의도연구원은 전통적인 선거운동 방식만 고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연구원은 그저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출퇴근 인사’ 등의 선거운동 전략만 제공했다.

독립성 담보가 가장 큰 숙제

여의도연구원이 발전적 해체를 하기로 함에 따라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성 담보’이다. 여의도연구원이 사조직화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기관은 독립성을 담보해야 한다. 과거 여의도연구원은 당 대표와 이사장은 분리됐다. 이런 이유로 당 대표가 바뀌더라도 이사장은 꾸준하게 유지되면서 당에 쓴 소리를 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즉, 여의도연구원을 해체하는 대신 과거의 형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당 대표가 연구기관을 통제하지 못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시절 윤여준·유승민 소장, 박근혜 대표 시절 박세일 소장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의 여의도연구원장은 당 대표가 측근들을 꽂아 넣는 자리가 되면서 독립성이 훼손됐기 때문에 이제 과거로 돌아가서 당 대표와 소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방안은 여의도연구원장을 당 대표급 중량급 인사를 배치하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 대표가 여의도연구원을 통제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당 대표급 인사가 여의도연구원장을 맡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당 대표와 이사장을 분리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기관을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의도연구원이 정치권을 분석하는 기법이 낡아서가 아니라 결국 특정 세력이 입맛에 맞게 움직이게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전적 해체보다는 여의도연구원을 유지하되 독립성을 보장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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