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천재지변이 닥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것을 막아내려고 노력했다.

본 지면을 통해 필자가 자주 주장하던 내용이다. 이 ‘모든 수단’ 안에 종교는 빠질 수 없다. 과거 가뭄·홍수·지진·전염병이 발생할 때, 당시의 과학기술만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당대 사람들은 다양한 재해를 막기 위해서 수라상의 음식수를 줄이고, 검소한 옷을 입으며, 각종 의례를 거행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도 재해를 막을 수 없다. 

그저 내진 설계를 의무화 하고, 손을 자주 씻으라고 홍보하는 등 피해를 최소로 줄이거나, 나무를 심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재해의 원인을 찾아내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수준이 전부다. 재해 자체가 발생하는 것은 막지 못한다. 

이러한 시대에 종교는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종교는 무슨 역할을 하고 있을까? 

현대 한국 사회에만 국한해서 생각했을 때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면서, 종교는 재해가 닥쳤을 때 자체적으로 재해가 그치기를 기원하는 의례를 설행(設行)한다. 

국가는 더 이상 지진이나 홍수, 가뭄이 닥쳤을 때 국가 차원에서 특정 종교의 의례를 설행하지 않는다. 그리고 종교는 자신들의 의례에서 재해가 멈추기를 기원하고,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의례의 거행으로 재해를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종교가 재해를 부추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예로 『스켑틱(skeptic : 회의주의라는 뜻이다. 필자 주.)』이라는 잡지에 “종교는 어떻게 공중보건을 위협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이 수록된다. 

실제 코로나19 대유행의 시대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의 독특한 시스템은 사그러져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다시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일부 개신교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강행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종교는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주변에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이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것이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동력이다. 

예를 들어보자. 교회(敎會)라는 말이 개신교에서 독점하다시피 쓰이는 말이 됐지만(실제 천주교에서도 교회라는 말을 쓴다), 원래 교회라는 말의 뜻은 “신앙을 같이 하는 공동체”라는 뜻이다. 

또한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David Émile Durkheim, 1858-1917)은 그의 책,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에서 종교를 “인간이 종교생활의 근거가 되는 이상을 꿈꾸고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 즉 집합적 생활의 결과”1)라고 설명했다. 

종교의 핵심 중 하나가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음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라는 점이 확인된다. 그러다 보니 종교에서 예배, 미사, 법회 등 주기적으로 모두가 모이는 집회는 너무나 당연하게 보였다. 심지어 그것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이 멈추기를 기원하는 의례라도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는 정기적으로 치러야 되는 의례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듯이, 종교도 비대면으로 의례를 설행했다. 커다란 종교 시설에서 전문종교인 몇몇이 의례를 주관하는 모습은 랜선과 전파를 타고 가정으로 퍼지고, 각 가정에서는 휴대전화, 텔레비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이 모습을 보면서 의례에 참여한다.  

또한 일부 종교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비상수단을 꺼내거나, 기존의 의무로 정해져있던 것을 과감하게 면해주는 조치도 취했다. 

천주교의 경우 매주 예수의 몸과 피를 모시는 성체성사가 신자의 의무 중 하나였는데, 비대면으로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성체성사의 의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자, 신령성체(神領聖體, spiritual communion: 성체를 모시겠다고 간절히 바라는 일)를 시행했다.

즉, 실제로 성체를 받아 모시지는 못해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성체를 모시고자 하는 지향만 가지고 있으면, 성체성사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비상조치를 꺼내 든 것이다. 

또한 이슬람에서는 신자들의 의무인 성지순례와 금요예배가 중단됐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자국민의 메카와 메디나 성지순례를 일부 금지시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기존에 대면 환경에서 가능했던 종교의 여러 의무들은 위기에 봉착했다. 어떤 종교는 코로나 시대 이후에도 생존하기 위해 구석에 있던 교리를 꺼내 들어서 비대면 의례에 적응하거나, 의무조항을 과감하게 중단시켰다. 

그리고 이것이라도 하지 않은 종교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종교가 우리의 삶에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 의심하고 있다. 사람들은 코로나 이후 시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변화가 강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변화에서 종교도 열외 될 수 없어 보인다.


 1) 에밀 뒤르켐 저, 민혜숙, 노치준 역,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 한길사, 2020, 107쪽.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