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에 학원 간판이 불을 밝히고 있다.(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지난 3월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에 학원 간판이 불을 밝히고 있다.(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사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예방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원 강사들도 성폭력 예방교육을 받게 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됐습니다.

자신을 16세 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자신과 친구 7명 모두 학원 강사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청원글에 따르면 학원강사 A씨는 학생들을 어깨동무하듯 껴안고, 팔을 주무르고, 허벅지·엉덩이를 때리듯 만지거나 허리를 감싸는 등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했습니다.

A씨는 피해학생 중 한 명이 참다못해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머리를 툭툭 치며 “신고해. 어차피 증거도 없으니까”라고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청원자는 이후 부모님께 이 같은 사실을 말씀드렸고, 원장인 A씨의 아내는 학생들을 불러 “선생님 세대는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해 그런 행동(성추행)을 하는 것이 이뻐한다는 표시다”라며 “평소 딸과도 그런 스킨십이 있어서 딸같이 생각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가해자들이 하는 전형적인 변명 중 하나입니다.

청원자는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하니 조금은 이해가 된다”면서 “A씨처럼 학생들에게 함부로 신체접촉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인식하는 강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n번방 사건 같은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어린 학생들도 다니고 있는 공교육기관 교사가 아닌 학원 강사들은 성범죄 예방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학원 강사들도 1년에 2차례 정도는 관련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홈페이지 캡처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홈페이지 캡처

학원강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세종시의 한 태권도 도장 사범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러 징역 8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입시미술계 성폭력을 고발하는 만화가 SNS에서 퍼지며 학원가에 만연한 성폭력 피해 고발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앞서 2018년 8월에는 제주의 한 입시학원 강사가 학생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이처럼 학원가에서 강사들에 의한 성범죄가 연일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규교원인 학교 교사들의 경우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에 따라 성폭력 예방 교육을,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성희롱 예방 교육을 각각 연 1회 1시간 이상씩 의무적으로 받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학원의 경우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강사에 대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시행할 수는 없습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제15조의4는 ‘교육감은 학원설립·운영자, 강사 및 교습자가 갖춰야 할 사회교육 담당자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이들의 연수에 관한 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교육감의 재량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부에서 의무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성범죄에 대한 강사들의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강사들에 대한 의무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아동·청소년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 등 법정 의무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력 제도가 마련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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