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총아 미래통합당, 체질 개선되나
우여곡절 끝에 1일 김종인 비대위 출범
내부에서도 경제 변화 움직임 보여
따뜻한 보수로 전환 한다는 목소리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 회의에 참석 후 차에 탑승하고 있다.ⓒ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 회의에 참석 후 차에 탑승하고 있다.ⓒ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미래통합당이 1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킨다. 이날로 시작해 내년 4월 7일까지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운영된다. 김종인 비대위를 이른바 ‘경제 비대위’라고 칭한다. 그만큼 경제에 모든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기존의 경제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경제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과거의 보수정당 속 경제정책에서 얼마나 변화할 것인지 여부다. 이런 이유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1일 출범해서 내년 4월 7일까지 운영된다. 김종인 비대위는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출범하는 것이다.

4.15 총선 참패 이후 비대위 체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당내에서 형성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을 이뤄내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난관을 헤쳐가야 했다. 지난 4월 28일 김종인 비대위 임기를 연장하는 당헌당규를 개정하기 위해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자 했지만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심재철 원내대표 체제는 붕괴됐고, 주호영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왔다. 그리고 당선자 워크숍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공감대를 모았고, 끝내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경제민주화처럼 새로운 것 내놓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라

지난달 27일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전국 조직위원장회의에 참석했다. 당의 첫 행보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때 사회주의자냐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비난을 많이 받았는데, 시대가 바뀌었고 세대가 바뀌었으니 이제 보수니 우파니 하는 말도 꺼내지 말라. 더이상 이념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처럼 새로운 것을 내놓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라고 주문했다. 이는 경제민주화와 같은 혁신적인 경제정책을 내놓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민주화를 꺼내 들었을 당시에도 김 위원장을 향해 “빨갱이” 혹은 “공산주의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수 진영에서는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민주화’가 주요 경제 기조 중 하나가 됐다.

따라서 새로운 보수를 보여주기 위한 새로운 경제 기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김종인 비대위를 ‘경제 비대위’로 부르는 것이다. 그만큼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대 국회가 ‘이념적 대결’에 몰방한 모습을 보였다면 21대 국회는 정책적 대결의 모습을 보여야 미래통합당의 미래가 있다고 김 위원장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새로운 경제정책을 모색하는데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당내 분란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당 회의에 앞서 내놓는 모두발언도 소수 인사만 하는 등 최대한 언론에 공개되는 내용을 아끼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는 최종적인 합의안을 내놓지 않으면 가급적 말을 아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경제정책이 어떤 정책인지는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지만 기존 진보 진영에서 발표한 내용보다 더 진보적인 경제정책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도 변화 움직임

이런 경제정책의 변화는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당선인 워크숍이 열렸는데 이 워크숍에서 ‘반공’ ‘안보’ ‘성장’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버리고 ‘북한 민주화’ ‘안전’ ‘균형’을 새로운 보수 가치로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그동안 ‘무엇을’ 성장시킬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 ‘어떻게’ 성장시킬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이야기다.

당선인들은 하나같이 그동안 “삽질했다”고 4.15 총선을 평가했다. 삽질했다는 말은 헛수고를 한다는 말의 비속어이다.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답을 적어냈다는 의미다.

자신들은 냉혹한 보수에 불과했다면서 ‘따뜻한 보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나 월세를 사는 사회적 약자는 2~3년 만에 수십%가 오른 억 소리 나는 집세를 거의 폭력적으로 강요당해도 미래통합당은 언제나 ‘계약자유의 원칙’ ‘자유시장경제’를 외쳤기 때문에 표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갖고 손을 내밀었어야 하는데 동정심보다 얼음처럼 차가운 법리나 현학에 가까운 원칙, 그리고 공공성·사회성·평등성보다는 경제성을 우선하면서 서민들이 미래통합당을 떠나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다. 서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은 ‘재정건전성’을 따지면서 서민의 힘든 삶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됐다는 것이다.

압축성장·대기업 중심 상생 버려야

이날 워크숍에서는 압축성장, 대기업 중심의 상생 등을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동안 보수의 가치로 삼았던 압축성장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도 마찬가지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도 기존의 보수 가치를 대변하는 경제정책으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보수적 경제가치를 내세울 것으로 예측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본소득제’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한숨을 돌린 사실이 통계를 통해 드러나면서 기본소득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기본소득제 도입을 강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과거 경제민주화를 통해 새로운 경제정책을 내놓았다면 이번에는 기본소득제를 통해 새로운 경제정책을 내놓으려고 하고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차기 대권 주자 즉 차기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으로 새로운 경제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 위원장은 830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즉 80년대생, 30살, 00학번 세대가 정치권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경제전문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정치 지도자는 주로 민주화운동 세력이나 3김 혹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밑에 있었던 인물이었다면 앞으로의 리더는 경제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구상이다.

따라서 새로운 리더십이 김 위원장을 통해 제시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 미래통합당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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