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 소유 부지, 식용 개농장 운영 논란
롯데 관리 부실 불똥, 상속 불투명 대책 난망

불법 개농장 참고사진ⓒ뉴시스
불법 개농장 관련 참고사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롯데그룹은 지난 1월 작고한 고(故)신격호 명예회장이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 작업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신 명예회장이 남긴 부지에 불법으로 식용 개농장이 운영되고 있던 사실이 확인돼 동물보호단체 등으로부터 철거 조치 등 원성을 사고 있다. 하지만 당장 땅 상속 문제로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있어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

2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양산 인근의 신 명예회장 소유 부지에 개가 식용으로 가둬 키우는 개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농장에는 좁은 철장 우리에 어림잡아도 수백 마리의 개가 갇혀 사육되고 있었다.

일부 개들은 우리 속에서 뱅뱅도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개들의 먹이도 음식물 쓰레기였다. 만약 가열하지 않고 그대로 개에게 먹이면 사료관리법상 불법이다.

MBC에 따르면 해당 농장은 이미 지난 2017년부터 개발제한구역법 위반, 폐기물 처리시설 미신고, 가축분뇨 배출시설 변경 신고 미이행 등으로 지자체로부터 수차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작년 6월에 사용금지 명령이 내려진 불법 시설인 셈이다.

동물권단체 케어 등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시설의 즉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당장 강제적인 시설 폐쇄는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부가 무허가 축사 정리 기간을 추가로 부여해 오는 8월에나 진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농장 존폐를 두고 잡음이 이어지면서 롯데 측의 관리 부실 문제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해당 농장 부지는 신 명예회장이 1978년부터 소유한 곳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09년 계양산 골프장 건설 사업 진행을 위해 인천시로부터 허가까지 받았지만 난개발 방지, 주민 반발 등으로 2012년 허가가 취소됐다. 이후 허가 취소 불복 소송을 벌였지만 2018년 대법원 상고에서 최종 패소하며 사업은 무산됐다.

하지만 그사이 해당 부지 일부에 개농장이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개농장 업주는 “롯데하고 이야기 다 끝냈다”며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92년 신 전 회장 측근과 계약을 맺고 임대료도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두로 이뤄진 계약인 데다 임대료 증빙 자료도 공개되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

이렇다 보니 롯데 측의 토지 운영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해당 개농장의 존재는 지난 3월 <일요서울> 단독 보도로 처음으로 언론에 알려졌다. 하지만 3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특별한 상황 변화는 없다.

롯데 측은 개농장의 존재를 최근에야 알았다는 입장이다. 해당 부지가 창업주 개인소유인 만큼 회사 차원에서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신 명예회장의 개농장 운영 및 계약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신 명예회장이 사망하면서 현재 땅 소유주도 불분명해진 상태다.

롯데에 따르면 일단 상속인 측에서 개농장주에 부지를 돌려달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해당 부지에 대한 상속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보다 철거 조치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신 명예회장의 재산 상속 작업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계양산 일대 토지에 대한 상속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 대상인 신동빈 회장 등 롯데 오너일가가 사태 해결을 위해 서둘러 부지 소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잡음은 한동안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의 개인소유 부지여서 확인이 어려웠다”며 “현재 상속인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상속인이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라며 “상속 작업은 7월쯤에나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롯데그룹 내 계열사 지분 상속이 시작됐다. 신 명예회장의 유산 규모는 롯데그룹 지분과 부동산 등 약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상속인은 신 명예회장의 자녀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주 SDJ 회장, 서미경씨 사이에 출생한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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