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내부거래, 국내 대기업집단 중 6번째로 높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내부거래 비중 줄이기 위해 노력 중”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사. ⓒ뉴시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타이어그룹이 지난해 지주회사의 사명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변경하고 그룹 브랜드 체계를 구축하는 등 쇄신에 나섰지만 지속적으로 논란이 됐던 계열사 내부거래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13개 계열사에서 여전히 높은 비중의 내부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계열사들은 오너일가가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기준(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곳으로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64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5개 그룹 계열사 의 일감몰아주기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난해 규제대상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38.3%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7년 51%, 2018년 43.5%에 비해서는 비중이 낮아진 것이지만 동원(91.9%), 삼양(67.6%), 하이트진로(39.4%) 등에 이어 국내 대기업집단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주목받는 곳은 과거 엠프론티어에서 한국네트웍스로 이름을 바꾼 SI(시스템통합) 계열사다. 그룹 내 IT 서비스 및 물류 엔지니어링을 맡고 있는 한국네트웍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449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71%인 320억원의 매출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 회사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조현범 대표, 그리고 이들의 누나 조희경 씨가 각각 24%, 24%, 12%씩 주식을 가진 곳이다. 

대주주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역시 특수관계인이 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해당 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오너 일가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SI계열사의 경우 IT기업이 가진 보안 특성상 외부에 맡기기 어렵다며 다수의 기업들이 내부거래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경 대기업 SI계열사 50여 곳에 내부거래와 수의계약 비중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는 등 일감 몰아주기 여부 파악에 나선 바 있으며 계열분리나 총수 지분 정리 등을 권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로 지목 받은 신양관광개발 역시 여전히 매출의 100%를 계열사 거래를 통해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조현식 부회장 44.12%, 조현범 대표 32.65%, 조희경씨 17.35%, 조희원씨 5.88% 등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곳이다. 

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 개인소유 회사인 아노텐금산과 에스아이카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대주주로 있으며 오너일가가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 한국프리시전웍스 등에서도 20% 내외의 내부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글로벌 경쟁력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대대적인 사명변경 이후에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내부거래가 사실상 계속되면서, 일감 몰아주기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해왔다는 업계 내외의 시선은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사명변경이 있은 후, 조현범 부회장의 협력업체 뒷돈요구 및 횡령 혐의가 불거지고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면서 그룹 쇄신 의도가 무색해진 모습이다. 더욱이 한국테크놀로지라는 그룹명은 동일 이름의 코스닥 상장사로부터 제기된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신사옥의 로고를 가림막으로 가리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관계사를 정리하는 등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IT와 기술 부문에 대한 계열사 거래 축소는 보안 문제 상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IT부문은 다른 회사를 통한 프로젝트 유치를 시도하고 있지만 보안적인 문제가 있다 보니 관련 없는 회사와 거래하는 게 쉽지 않다”라며 “몰드 제조생산 라인 역시 주요 기술 등이 중국 또는 후발기업에 넘어갈 우려가 있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상황이긴 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2018년 경 건물관리 비중 100%의 관계사와의 거래를 끊기도 하고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라며 “IT 부분 역시 별도의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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