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수사 정당성을 검찰 외부에 묻는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구한 지 이틀만의 결정이다. 사실상 검찰이 이 부회장이 꺼내든 마지막 카드인 ‘여론전’에 강경책으로 맞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사장은 위증 혐의도 받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된 삼성 측의 불법 행위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이번 수사는 2015년 합병 당시 주식교호나 비율을 산정하면서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분식회계 의혹에서 출발했다.

지난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증선위 고발한 회계사기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된 증거인멸 혐의로 삼성그룹 임직원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는 등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바이오 회계 사기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떼어내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삼성물산 주식 1주를 제일모직 0.35주와 바꾸면서 합병이 이뤄졌다. 이 같은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 영향이 컸다.

결국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지만 제일모직 지분 23.2%을 보유하고 있던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부회장은 확보한 삼성물산 지분으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로 인한 최대 수혜자인 이 부회장이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의 ‘최종 지시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6일과 29일 이 전 부회장을 소환해 약 17시간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 이 전 부회장은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제기된 혐의를 부인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검찰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피의자의 기소·불기소 여부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와 이에 대한 기소 정당성을 검찰 밖에서 따져보자는 것이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수사심의위는 서울중앙지검에 구성되는 ‘부의심의위원회’에서 안건을 부의하기로 결정해야 개최될 수 있다.

심의위 의결이 강제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 사실상 이 부회장이 검찰을 상대로 ‘여론’을 통한 반격에 나선셈이다.

이 같은 이 부회장 측 조치에 검찰 또한 구속영장이라는 강수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와 별도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판단할 부의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입장자료를 내고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통해 사건 관계인의 억울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주고 위원들의 충분한 검토와 그 결정에 따라 처분하였더라면 국민들도 검찰의 결정을 더 신뢰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오는 8일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하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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