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규모 도시락 시장…플라스틱 쓰레기는?
매출은 느는데…코로나19 예방 위해 환경정책 완화
불법 재생 플라스틱 사용 용기 적발…안전성 우려도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편하고 깨끗하다는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는 가운데, 식생활과 직결된 ‘도시락 용기’의 비환경성 문제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도시락 용기는 낮은 재활용률로 인한 소각 처리 등 비단 폐기물로 인한 자연훼손 뿐 아니라 용기 자체의 안전성 담보 문제, 친환경 소재의 실효성, 정부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 등 여러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에 본지는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매김한 도시락이 불러오는 환경문제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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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식생활은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먹고 사는 일을 우선으로 하는 태도라는 뜻의 신조어 ‘먹고사니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식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특히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든 바쁜 일상 가운데 어디서든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 및 외식업체 도시락은 꾸준히 각광받고 있다. 반면 일회용 도시락은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로 이뤄졌기에, 간편한 한 끼 식사 뒤에 딸려오는 환경오염 등 각종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시대…스타마케팅부터 드론 배송까지

편의점 도시락이 대중화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요즘 도시락을 2000~3000원의 저렴한 가격의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편의점에서는 민물장어와 연어, 와규, 스테이크 등의 식재료를 사용한 1만원이 넘는 도시락부터 안주와 과일, 고급 디저트 도시락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CU의 백종원 도시락의 경우 지난 2015년 12월 첫 출시 이후 약 4년 만에 2억개(주먹밥·김밥 등 포함)를 판매했다. 편의점 도시락 열풍의 원조 격인 GS25의 ‘김혜자 도시락’은 신조어 ‘혜자스럽다(가격 대비 훌륭하다)’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세븐일레븐도 ‘혜리도시락’을 내세워 출시 3주 만에 50만개를 판매하기도 했다.

뛰어난 접근성을 확보한 편의점은 1인 가구와 함께 급증한 혼밥족(혼자서 식사하는 소비자)잡기에도 적극 나섰다. 이에 편의점들은 구매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상품군 다변화‧앱을 통한 도시락 예약주문 서비스‧스타마케팅 동원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업계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배달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배달서비스까지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드론 배송에까지 영역을 넓히는 등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8일 제주도에서는 GS칼텍스가 GS25편의점 상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시연행사를 선보였다. ‘나만의 냉장고’ 앱에서 상품 주문 시 주유소 인근 매장 상품을 드론에 실어 목적지에 배달한다는 방침이다.

편의점 업계가 도시락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면서 2013년 779억원 규모였던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지난해 5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크게 성장했다. 

도시락 시장은 최근 급부상한 편의점 도시락 뿐 아니라 ‘원조’ 도시락 업계가 큰 축을 차지하며 건재한 상황이다. 27년 전인 1993년 종로에서 처음 문을 연 한솥도시락은 국내 도시락 체인 브랜드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배달 없이 포장만 하겠다는 주의로 국내 첫 테이크아웃형 도시락 매장을 시도 했던 한솥은 현재 점포 수 730여개로 도시락 프랜차이즈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본죽, 본비빔밥 등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가 지난 2012년 오픈한 본도시락도 새로운 강자로 나섰다. 한식 프리미엄도시락을 공략하고 있는 본도시락의 점포 수는 340여개로, 주로 회사 야유회나 동호회 모임, 지역 행사 등 대량주문에 특화돼 꾸준히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뿐 아니라 한솥도시락과 본도시락 등 메이저 외식업체의 매출까지 더한다면 도시락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로 ‘위생’ 강조되며 도시락 시장 더욱 확대
 
일회용 도시락의 매출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더욱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편하고 깨끗하기에 무심코 사용해 온 일회용 플라스틱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고 그로 인해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지난 2018년에는 대형마트에서 무분별한 일회용 비닐 사용을 제한하고 커피숍에서 일회용 컵과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정책도 시행됐다.

이는 중국정부가 폐플라스틱 등의 고체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폐기물 재활용업체들이 공동주택 폐비닐 수거를 거부한 ‘쓰레기 대란’에서 촉발됐다. 당시 재활용 쓰레기가 갈 곳이 없어 산더미같이 쌓이는 모습으로 인해 재활용 만능주의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방역에 집중하게 되면서 지난 2월 말부터 카페와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에서는 일회용 컵과 그릇 사용이 다시 허용됐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감염병 위기 경보 ‘경계’ 단계 이상일 경우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감염 예방을 위해 여럿이 몰리는 식당보다 간단하게 도시락 식사를 택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재택근무 보편화까지 더해지며 도시락 소비량은 더욱 늘어났다.

실제로 편의점 브랜드 CU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달 4일부터 15일까지 오피스가 입지 점포의 도시락 등 간편 식품들의 매출이 4월보다 22.6%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본도시락도 지난 3월 125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며 월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8.9%, 지난 2월 대비 34.5% 증가한 수치다.

지난 3월 25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직원들이 주문받은 도시락을 준비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 3월 25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직원들이 주문받은 도시락을 준비하는 모습 ⓒ뉴시스

도시락 시장이 덩치를 키워가는 가운데, 우리가 먹는 도시락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만큼 우려의 시선도 함께 늘고 있다. 다양한 메뉴개발과 품질 제고로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긍정적 측면 뒤에는 플라스틱 남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하고 위생적이면서도 편리해 19세기 인류의 혁명적 발명품으로 통하던 플라스틱은 이제 환경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석유 추출 원료를 결합해 만든 고분자 화합물인 플라스틱은 육지와 해양을 오염시키고 분해되는 데도 기백 년이 걸린다. 결국 미세플라스틱으로 전환돼 먹거리 안전까지 위협하기에 환경재앙의 상징이 됐다.

국제자연보존협회가 발표한 2018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연간 3억톤 이상의 플라스틱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듬해 발표된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연례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요구량이 2020년 기준 약 4억톤에서 2100년 약 13.5억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사용량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초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간한 ‘일회용의 유혹,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에서 사용된 비닐봉지는 235억개(46만9200t), 페트병은 49억개(7만1400t), 플라스틱 컵은 33억개(4만5900t)에 달한다.

특히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국내 하루 평균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3949톤이었으나 2016년 5445톤으로 38% 증가했다.

플라스틱 도시락 생산량 및 소비량만을 조사한 자료는 없지만,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포장·배달에 사용된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가 40억개, 접시 등 용기는 46억개에 달한다.

대부분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배달업계의 빠른 성장으로도 그 사용량을 가늠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앱 등 온라인 서비스를 통한 음식 거래액은 9조7365억원으로, 2018년(5조2731억원) 대비 84.6% 늘었다. 2018년 거래액도 전년(2조7325억원)보다 93.0% 증가해 2년 연속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시장 커지는데…대체 어렵고 이물질 묻으면 재활용도 안 돼

플라스틱 도시락의 사용량은 점차 느는데 대체 소재는 마땅히 없는 점도 과제다. 업계에 따르면, 간혹 샌드위치나 국물이 없는 덮밥 류의 경우는 종이 재질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물기가 있는 반찬들이 주를 이루는 도시락 특성 상 유통 과정에서 새거나 젖을 수 있어 플라스틱 소재를 대체할 만한 용기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플라스틱 도시락의 환경문제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재활용품 분리배출의 핵심사항인 ▲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 ▲섞지 않는다 등의 원칙을 모두 맞추기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먼저 용기 안에 담긴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헹구는 과정부터 난관이다. 도시락은 처음부터 음식이 담기기에 이물질이 묻을 수밖에 없는데, 간편한 점을 좇아 도시락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이를 무심코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깨끗이 씻어서 내놓는다고 해도 선별이 제대로 안 돼 재활용이 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인력이 부족한 선별장에서 빠르게 분류가 이뤄져야 하는데 플라스틱의 색이 다르거나 도시락 뚜껑과 몸체가 서로 다른 재질인 경우, 비닐이나 스티커가 붙어있는 경우에는 재생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리기에 재활용이 되지 않고 버려진다.    

그래서 이물질이 묻고 손이 많이 가는 도시락 용기는 각종 이유로 재활용이 되지 않고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경우가 많다. 한 재활용 선별장 관리자는 “재활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시락은 이물질이 묻거나 분리배출이 안되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장에서 선별하기 어려워 대부분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투데이신문
여러 플라스틱이 한 데 섞인 재활용품의 모습 ⓒ투데이신문

반면 동일한 플라스틱이라도 페트병의 경우는 상황이 개선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고품질 원료로 재생 가능한 투명페트병이 다른 플라스틱과 섞여 버려져 생산량 가운데 약 10%만 재활용된다는 점에 주목해 분리배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이 개정돼 내달부터 전국 아파트를 시작으로 적용되며 내년 1월에는 단독주택에 적용될 방침이다. 

이런 정책이 발표되면서 기업 차원에서도 유색이던 페트병 소재를 무색으로 바꾸고, 라벨이 쉽게 떨어지게 설계하거나 아예 같은 재질로 라벨을 사용하는 등의 시도도 늘고 있다.

그러나 도시락 용기는 좀 다르다. 몇년 전 업계에서 잘 썩는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시도가 있었지만, 도시락 용기가 썩을만한 시간과 공간이 확보되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 일반 플라스틱과 특정 바이오 소재가 섞여 제조된 해당 용기는 동일 소재라야 재활용이 되는 선별장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지기에 다른 플라스틱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이와 관련 “친환경적인 일회용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현재 구체적인 재활용 대책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친환경 소재에 집중하게 되면 일회용품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문제에서는 멀어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은폐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재활용업체 선별장에서 일일이 손으로 선별하는 현실에서 이물질이 묻거나 재질 구별이 어려운 플라스틱의 대다수는 버려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선별장에서의 재활용률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은 그린피스와 충남대 장용철 교수팀이 함께한 연구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국내 재활용률 62% 가운데 물질 재활용은 22.7%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39.3%는 에너지 회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생활계 폐기물의 경우 물질 재활용률이 13%로 저조할 것으로 분석했다.

물질 자체를 변형시키지 않고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물질 재활용률과 에너지 회수는 개념이 다르다. 에너지 회수는 플라스틱을 태워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한 번 사용하면 일부 재를 제외하고 대부분 대기중으로 사라지게 된다.

재활용이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플라스틱 재생원료 경쟁력이 떨어진데다 코로나19로 자동차 업계 등 산업계 수출길이 닫히면서 재활용 플라스틱 가격이 급락해 쌓여만 가고 있는 것.

현재 재활용시스템은 업체가 수거 및 선별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익이 없으면 사업 유지가 어려워 수거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8일부터 재고량을 선매입해 보관하다 업체에 다시 판매하는 공공비축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2년 전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는 등 국내 재활용시장의 불안정성이 강조되면서, 공공 수거 체계로의 전환과 생산자인 기업 차원에서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뿐만아니라 플라스틱 도시락의 이면에는 소비자 안전문제도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도시락 용기 제조 시에는 재활용된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없기에, 매번 새 플라스틱으로 만들게 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를 어기고 불법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해 도시락을 제조한 업자들이 대거 적발되면서, 플라스틱 용기의 안전성에도 물음표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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