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회장, 자신의 지분 전량 조현범 사장에게 양도
횡령혐의·형제갈등 등 오너 리스크 벌써부터 우려
한국테크놀로지 “직책 및 경영상의 변화 없을 것”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선 조현범 사장. ⓒ뉴시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선 조현범 사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조현범 사장이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양도 받으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지분 양도는 사실상 차남에 대한 경영승계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 사장은 지난 4월 횡령 혐의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어 대주주로서의 적격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등의 주주가 조 사장을 탐탁지 않아할 경우,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경영분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범 사장은 이날 공시를 통해 공식적으로 그룹의 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앞서 조양래 회장은 지난 26일 차남인 조 사장에게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자신의 지분 23.59% 전량을 양도했다. 이로써 조 사장의 지분은 19.31%에서 42.90%로 증가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비롯해 한국아트라스BX, 한국네트웍스, 한국카앤라이프 등을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다. 한국테크노로지그룹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분 30.74%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지분양도는 사실상 조 회장이 차남인 조 사장을 후계자로 낙점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분 양도 시점을 두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조 사장이 지난 23일 일신상의 이유라는 설명만 내놓고 돌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데 이어, 횡령 혐의에 대한 항소심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경영승계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했냐는 것이다. 

앞서 조 사장은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과 함께 추징금 6억원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검찰이 항소를 결정함에 따라 조 사장 역시 2심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조 사장은 1심 판결에서 실형은 면했지만 사실상 횡령 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 7.7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조 사장의 경영 승계를 탐탁지 않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조 사장의 형인 조현식 부회장과 누나 조희원씨가 국민연금과 손을 잡는다면 차남의 경영 독주를 막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실제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 19.31%와 조희원씨의 지분 10.82%에 국민연금의 지분을 합하면 총 37.87%로 42.90%의 지분을 확보한 조 사장과의 격차가 크게 좁혀진다. 아직 이번 지분 승계에 대한 가족 내부의 합의 및 입장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지만, 업계에서는 차남 승계에 따른 경영갈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회사가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분 양도에 따른 그룹 내 역할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변경은 있었지만 두 분이 맡고 있는 직책 등 그 외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1986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온 만큼 회장님이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시각은 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분 양도 배경은) 확인되지 않아 말씀드리기 어렵다”라며 “(대주주의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이른 감이 있다. 현재 항소를 준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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