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박이삼 위원장
1600명 이스타항공 노동자들 고용안정·생존권 조속히 요구
인위적 구조조정, 악의적 임금체불로 생활고 겪는 노동자들
이상직의원 보좌관 출신이 재무담당, 측근들만 기업 자금 관리
노동자들 임금체불 진상 조사, 관련 책임자 구속처벌 강력 요청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박이삼 위원장. ⓒ사진촬영=박주환 기자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박이삼 위원장.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투데이신문 한영선 기자】 이스타항공 전 노선의 공식적인 운행이 중단된지 100일이 넘어간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인수 합병설이 떠들썩하게 언론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사이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포트에서 570여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됐고, 이스타항공의 1600여명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은 넉 달이 다 돼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제주항공과 기업을 매각하겠다는 이스타항공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임금체불을 이유로 인수시점을 미루고 있고, 이스타항공은 최근 창업주인 이상직일가가 보유지분을 모두 내놓는다는 입장을 표명해 한 발짝 물러난 상태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박이삼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현재 처한 상황은 어떠한가.

코로나19를 빌미로 시작된 인위적 구조조정과 악의적 임금체불로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생활고 속에서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다. 지상조업사인 이스타포트에 소속된 300여명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이스타항공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다섯달 째 임금이 체불된 상태다.

택배 일을 하고, 대리운전을 하는 분들도 많다. 대출이 막혀 있는 상태라 적금을 해지하거나 가족이나 친척을 통한 대출 등으로 어렵게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조종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조종사와 관련된 기사들을 살펴보면, ‘조종사 급여가 높아 몇달 안받아도 되지 않느냐’와 같은 댓글들을 보게되는데 이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했다. 

물론, 조종사가 다른 직종에 비해 급여가 많긴 하다. 하지만 조종사가 되기까지 시간과 비용도 많이 투입된다. 조종사가 되려면 1억2000만원~1억8000만원을 들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우리가 돈이 많아서 조종사가 된 게 아니다. 조종사의 꿈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 일반 직장을 다니면서 차곡차곡 적금하고, 퇴직금을 합쳐 겨우 목돈을 마련해 교육비만 들고 미국에 건너가서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다. 

우리 조종사들도 자본가가 아닌 월급 받는 노동자일 뿐이다. 임금이 체불되면 우리도 갚아야 할 빚이 많기에 두 달 이상을 버티기가 힘들다. 이번에 신입 조종사들 80명이 해고됐는데, 자격증을 따기 위해 들였던 교육비를 채 갚기도 전에 꿈을 포기하게 됐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박이삼 위원장. ⓒ사진촬영=박주환 기자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박이삼 위원장.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Q. 임금 체불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 원인은?  

이번 사태는 코로나19의 영향도 굉장히 크다. 하지만, 주된 원인은 과거의 정상적이지 못한 경영에서 비롯됐다. 2019년도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의 경영상태를 살펴보면 똑같은 일본 불매운동 사태에 직면했지만 결손금 처리 내역에서 이스타항공은 1174억원, 티웨이항공은 141억원이었다. 게다가 일본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많고, 이스타항공은 별로 없다. 이상하지 않은가. 결손금이 날 수 없는 상황인데 결손금이 난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공시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돈이 어딘가로 계속 빠져나가도 어디로 빠져나갔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재무제표를 M&A 관계자들에게 보여주면 이 기업이 10년 이상 운영됐다는 것도 신기해한다. 이 정도로 비정상적인 지표를 보여주는 것이다. 

Q.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경영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인가.

보통 항공기가 운항되기 전에, 정유업체에 선 지급으로 돈을 지불한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정유업체에 돈을 미리 지급하지 않고, 한번 비행기를 운행할 때마다 현찰로 돈을 입금했다. 이게 작년 12월의 일이다. 노동자 입장에선 오래전부터 악의적으로 미지급금을 쌓아뒀다고 밖에 생각 들지 않는다. 정유업체에서는 이렇게 지급을 안 하면 비행기가 뜰 수 없다는 통보를 회사측에 하기도 했었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부채는 정유업체·하청업체 미지급금 등을 합치면 1500억원에 달한다. 보통 다른 저비용항공사는 이렇게까지 안돼있다. 이스타에서 미지급금을 지급 안 하고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미지급 상태로 지속시키고 도망갔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스타항공은 은행 거래를 한 적이 없다. 은행 부채가 없다는 건 첫 번째로 신용이 없다거나, 두 번째로 은행 거래를 하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나뉜다. 은행도 기업의 신용도를 보는데 내부 상황을 명확하게 알릴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사무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Q.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이상직의원 보좌관 출신이 재무 담당을 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기업 자금 관리를 이상직 의원 측근들만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 신기한 게, 이상직 측근들이 진행하는 업무는 절대 공유되지 않는다. 셋 중 하나라도 휴가를 가면 그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정치만 하던 비전문인이 들어와 회사 경영을 하고 있어서 믿음이 가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스타항공에서 매년 회계감사를 맡길 때, 유명하지 않은 회계법인에게 맡긴다. 그 회계법인 대표가 이상직의원의 친구로 알고있다. 삼성같은 거대그룹이 유명한 회계법인에게 기업 감사를 맡기듯 6000만원에 가까운 거액으로 매년 회계감사를 맡긴다. 희한하지 않은가. 그사람들이 와서 회계 감사를 맡게 되면 서류 가져오라고 소리지르기도 하며, 갑질이 장난 아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이 29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열린 노사협의회에 참석하기 전 사측의 체불임금 등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이 29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열린 노사협의회에 참석하기 전 사측의 체불임금 등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Q. 최근 이상직 의원이 편법증여 등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면서 지분까지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노동자 입장에서는 이상직 일가가 회피한다는 생각만 든다. 이상직의원이 모든 지분을 헌납했다고 얘기하지만, 이것저것 다 제하고 나면 체불임금에는 훨씬 못미치는 돈만 남는다. 언론사들이 이상직 일가를 취재하기 시작하니 이제 와서 도망가기 바쁜 것이다. 이상직일가 기자회견 이후 변화된 게 있나.

결국, 노동자들은 임금이 안 나오는 상황만 지속되고 있고, 오히려 상황만 더 복잡하게 악화됐다. 기자회견문의 본질은 이 의원 일가가 인수 과정에서 빠지고 모든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편법증여라는 의혹도 마찬가지다. 편법증여가 맞다고 생각한다. 이스타홀딩스는 지난 2015년 3000만원 자본금을 투자해 사모펀드로 100억원을 발생시켰다.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된 후 출처가 불분명한 100억원 대출을 받아 이스타항공 주식 68%를 사들여 최대 주주로 등극한 것이다. 

결국, 매각대금에 눈이 멀었던 이상직의원한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언론 쪽에 제보자들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이번 사태가 위로 올라가다보면 어디까지 연류됐는지 걱정된다고까지 하는 제보자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이번 사태는 아마 일파만파 크게 커지지 않을까 싶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박이삼 위원장. ⓒ사진촬영=박주환 기자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박이삼 위원장.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Q. 저비용항공사 위기와 관련해 정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평가는? 

정부가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기간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이라는 명목으로 4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게, 부채 비율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재벌에게만 기금을 지원했다.

대상 기업 요건이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에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저비용항공사가 몇이나 되겠는가. 국민 혈세를 투입해 재벌 살리기를 하겠다는 정부에게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기간산업자금이 아니라 ‘재벌산업 안정자금’ 아닌가. 저비용·저가 항공사에게는 그건 도산촉진자금이나 마찬가지다. 도산을 유발하는 자금인 것이다. 

국민 세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이유로 대기업에게만 지원해 저비용항공사를 통폐합하고, 큰 대형 항공사에만 독점화를 주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없어진다. 국민 세금을 들여서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막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결국 국민들은 비싼 요금을 주고 항공 티켓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현 정권에서 저비용항공사를 그렇게 허가를 많이 내줬으면서, 이제와서 코로나19가 터지자 저비용항공사를 통폐합 하겠다는 기조를 보이는 것도 참 아이러니 한 일이다. 

그리고 정부가 제주항공에 400억원이라는 유동성 자금을 지원할 때, 티웨이에는 60억원 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큰돈 400억원을 지원할때는, ‘너네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고, 고용 안정을 할 것이다’ 라는 뜻이 내포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그렇게 돈을 받고서도, 자기네들이 구조조정을 할 수 없어 고용유지명목으로 이스타항공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모양새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애꿎은 노동자들만 무더기로 잘려나가게 됐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사무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Q. 이번사태 해결을 위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정부가 이제 이상직 일가를 그만 감쌌으면 한다. 임금 체불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를 빨리하고, 경영진 책임자들을 빨리 구속 시켜주길 바란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본계약 내용을 공개시켜서 사태의 책임이 누구한테 발생된 건지 책임자를 가려냈으면 한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4대보험 횡령혐의로 고소한지 오래됐지만 경찰서가 이스타항공 전화번호도 모르고 대표번호로 조사하고 있으며, 4월 초에 넣은 민원이 6월 말이 돼서야 형사입건 됐다. 다들 이렇게 관망하고 있는 상태라 안타까울 뿐이다. 

게다가 민주당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얼마전 전화해서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너무나 황당했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박이삼 위원장.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우리는 그저 노동자일 뿐이다. 언론에서 프레임을 씌우기를 노동자 임금체불 250억원으로 인해 인수합병을 미루는 것 같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다. 항상 회사들끼리의 다툼에 희생되는 건 노동자인 것 같다.

둘이서 딜을 하다 어긋나면, 꼭 노동자를 끌어들인다. 노동자가 마치 거래의 한 축인냥 프레임을 씌운다. 본인들이 거래 성사를 안하고 있으면서, 노동자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바는 간단하다. 밀린 임금이 해결됐으면 하고, 원래의 자리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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