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깨끗이 씻은 다회용기 빌려주는 스타트업 P.NOT
산처럼 쌓인 플라스틱 식기에 문제의식…新외식문화 고민
다회용기 진입장벽인 ‘불편함‧위생우려’ 해소가 최대 관건
“‘제로웨이스트’ 문화 알리며 피넛 거점 점차 확대해갈 것“

▲대학생 스타트업 P.NOT (왼쪽부터) 김윤성 팀원, 김연주 팀원, 전혜영 대표, 권예진 팀원 ⓒ투데이신문
▲대학생 스타트업 P.NOT (왼쪽부터) 김윤성 팀원, 김연주 팀원, 전혜영 대표, 권예진 팀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심심풀이 땅콩’이라는 말이 있다. 많이 먹어도 배가 차지 않고 고소한 땅콩이기에, 시간을 죽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까서 먹는 행위에서 기인된 관용어다. 이는 인지하지 못하고 마구 사용하는 우리의 플라스틱 사용 습관과 겹쳐진다.

실제로 ‘깨끗한 편리함’을 명목으로 한 일회용품 사용량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올해 초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에서 사용된 비닐봉지는 235억개(46만9200t), 페트병은 49억개(7만1400t), 플라스틱 컵은 33억개(4만5900t)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에 플라스틱을 심심풀이 땅콩(peanut)처럼은 쓰지 말자며 당차게 회사를 차린 대학생들이 있다. 스타트업 P.NOT(피넛)은 한 번 쓰고 버려 환경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일회용품의 대안으로 다회용 식기를 렌탈해 주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36여 개국 1700여개의 대학 연합 단체인 ‘인액터스’의 성균관대학교 소속 프로젝트로 시작된 젊은 기업이다. P.NOT의 이름에는 ‘심심풀이 땅콩(피넛,peanut)’처럼 인지하지 못하고 마구 사용하는 우리의 플라스틱 사용 습관을 경계함과 동시에 ‘플라스틱 프리, 별로 어렵지 않아요(Plastic free, NOT that difficult)’라는 뜻이 담겼다.

지난 4일 <투데이신문>은 혜화역 인근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다회용 식기 렌탈 서비스 기업 P.NOT을 만나 플라스틱 줄이기에 집중한 사업을 비롯한 각종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P.NOT은 식사가 포함된 행사 및 모임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달에서 수거, 세척, 보관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다. 세미나, 컨퍼런스, 포럼 등 기업 및 단체의 작은 행사부터 축제 푸드트럭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식기를 대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혜영 대표, 권예진 팀원 ⓒ투데이신문

‘플라스틱 프리’ 가벼운 시작, 깊어진 문제의식

전혜영 대표(소비자학과, 22세, 이하 전혜영)를 필두로 김윤성 팀원(경영학과, 22세, 이하 김윤성), 권예진 팀원(통계학과, 21세, 이하 권예진), 김연주 팀원(경영학과, 21세, 이하 김연주)으로 구성된 P.NOT은 지난해 창업해 1년째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각기 다르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모이게 됐다. 팀원 모두 시작은 가벼웠지만 플라스틱 감량에 대한 문제의식을 깊이 느끼게 됐다. 생활 속에서 얼마나 플라스틱 제품이 남용되는지 깨달은 이들은 플라스틱을 땅콩(피넛)처럼 쉽게 소비하지 말자는 경각심을 담긴 사명을 짓기도 했다.

“일상 속에서 낭비되는 플라스틱의 낮은 재활용률 등 심각성을 깨달은 이후 지속가능한 삶과 지구를 위한 실천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플라스틱 줄이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전혜영

“대학 입학 후 카페문화를 새로이 접하게 됐는데, 매장에서도 대부분 테이크 아웃용 컵이 사용되는 모습을 봤습니다. 지저분하게 산처럼 쌓여 있는 플라스틱의 모습에 경각심을 느껴 이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김윤성

언론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거나 수업 중 교수님의 강의에 영향을 받아 참여하기도 했다.

“평소에 플라스틱이 썩는 데 500년이 걸리고 한 달에 몇 만 톤씩 버려진다는 정보는 많이 접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에게  돌아오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이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을 먹는 것과 같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고 심각성을 체감했어요” –권예진

“지난해 1학기에 ‘환경과 건강’이라는 수업을 수강하면서 플라스틱의 유해성을 깨달았어요. 당시 학생들 책상 위에 놓인 플라스틱 생수병을 보신 교수님께서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100년 후에 보여주면 현재 기준으로 책상 위에 올려진 수은을 보는 느낌과 같을 것’이라고 비유를 해주셨어요. 너무 충격을 받아 그 후로 환경과 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김연주

직접 기획해 펀딩한 에코백과 손수건을 소개하는 김연주(좌) 팀원과 김윤성(우) 팀원 ⓒ투데이신문  

네 명의 구성원들이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계기는 모두 다르지만,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과정에서는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다. 사람들이 만나는 행사에서 일회용품 없이도 잘 진행되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는 점이다. 

“대학생인 만큼 여러 규모의 행사를 접할 기회가 잦은데, 원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 식기라는 대안을 떠올렸습니다. 대부분의 행사에서는 사용과 처리가 편리한 일회용품이 남용되고 분리수거 없이 버려집니다” –전혜영

“실제로 녹색연합에 따르면 축제에서의 방문객은 1인당 평균 2,3개의 일회용품을 사용해 한 번의 행사에서 3만6800개의 일회용 쓰레기가 배출된다고 해요. 다회용기로도 행사가 잘 진행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어요” –권예진

알아도 실천 못하는 ‘불편’ 없애며 인식변화 앞장

다회용 식기 렌탈 서비스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팀원들이 P.NOT 내에서 각자 맡은 역할은 다르다. 

먼저 소비자학과인 전혜영 대표는 기획/회계 및 지원사업을 맡고 있으며 경영학과인 김윤성 팀원은 운영 및 고객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같은 과인 김연주 팀원은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한다. 통계학과인 권예진 팀원은 운영/마케팅 및 각종 통계를 맡았다. 아무래도 서로 학과가 다르다 보니 과 특성 또한 업무에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P.NOT 렌탈 서비스는 주문과 배송, 회수, 세척, 보관의 순서로 이뤄진다. 사업의 중점은 사용자의 편리함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회용기 사용은 플라스틱 사용의 대표적인 대안입니다. 소비자들이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다회용 식기 사용 시 발생하는 불편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번거로운 과정을 줄이고 사용자의 편리함에 가장 중점을 뒀어요. 주문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받고 있고, 배송과 회수는 피넛 박스를 카트에 담아 이동하고 있습니다. 규모에 맞춘 식기 세트를 필요한 시간에 맞춰 배송하고, 이용 후에는 세척할 필요 없이 저희가 시간 맞춰 회수해가는 시스템입니다” –전혜영

플라스틱 남용의 원인으로는 위생적일 것이라는 사용자들의 막연한 신뢰감도 한 몫을 차지한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정부는 일회용품 제한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P.NOT은 일회용품이 더 위생적이라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사실 세척만 잘 된다면 일회용품보다 단연 깨끗한 것이 다회용기예요. 일회용품이 위생적이라는 막연한 인식에 대해 반박하는 자료나 실험결과가 다수 존재해요. 저희는 외주를 맡기지 않고 친환경 설거지비누와 수세미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세척하고 있습니다” –김윤성

P.NOT은 향후 ATP 기계 측정 등 배송 전 자외선 살균을 거치는 프로세스를 추가로 구상하고 있으며, 서비스 실행을 하러 갈 때는 라텍스 장갑과 마스크 등을 꼭 착용해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NOT은 그들만의 차별화된 서비스의 특징으로 통합 케이터링 서비스 등 고객 맞춤 마케팅 등을 들었다. 케이터링 서비스와의 파트너십의 경우 음식이 필요한 소비자가 그릇과 음식을 한번에 간편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식기의 경우 더욱 세세하게 신경썼다.

“수저는 스테인리스 수저와 나무 수저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데, 나무수저는 스테인리스 그릇과 부딪쳤을 때의 불편함을 감안해 마련됐어요. 스테인리스 그릇의 경우 뜨거운 음식이 닿아도 호르몬이 발생하지 않아 위생적이고, 진열해놓으면 행사 분위기에 예쁘게 연출돼요. 세 가지 크기를 가지고 있어 모임에 가장 적합한 그릇을 폭 넓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김연주

특히 그릇의 이름은 평평이, 오목이, 통통이 등 재미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귀엽고 친근한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반영한 이름으로 식기 모양에 따라 직관적으로 와 닿을 수 있게 순한글말로 표현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다회용 식기 렌탈 서비스 외에도 P.NOT의 프로젝트에서는 재치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은 다회용 식기를 빌려주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진행했던 텀블벅 펀딩 ⓒP.NOT 

올해 5월에는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고자 텀블벅에서 일회용품의 대안 아이템인 ‘피넛백과 손수건’ 펀딩을 진행해 목표 금액의 203%를 달성하기도 했다. 특히 에코백과 손수건으로 일회용 비닐과 휴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P.NOT이 렌탈서비스를 통해 다회용식기의 불편함을 없앤 것처럼, 펀딩 역시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프리 라이프를 실천할 때 발생하는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했어요. 펀딩 용품 배송에 있어서도 다회용 포장재인 쓰임:팩을 사용해 친환경적 펀딩의 선례를 남기려 애썼습니다” –김윤성

학생으로서 사업을 꾸려나가는 P.NOT은 어려웠던 점에 대해 비교적 부족한 경험을 지목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기성 사업가에 비해서 연륜이 부족한데다 학업과 병행해야 했기에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자등록부터 시작해 실제 기업과 같이 팀원들이 함께 운영해 나가면서 점차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권예진

이들은 새로운 시도를 거침없이 빠르게 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꼽았다. 상사에게 승인을 받는 구조가 아닌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에 도전에 두려움이 덜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처음 겪는 것들을 함께 공부하며 사업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많이 성장하고 배웠다고 평가했다.

반신반의 중 ‘첫 주문’ 환호…가능성 엿본 순간

P.NOT은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가 사업이긴 하지만 주 목표가 수익 창출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환경 문화를 확산하고 플라스틱 프리 트렌드를 소개하는 것을 중점으로 수익성도 차츰 갖춰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P.NOT은 서울시NPO지원센터 비영리스타트업 4기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지난 1월에는 성균관대vs아주대 대학연합창업캠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울러 P.NOT 렌탈 서비스는 지난해 9월부터 2020년 8월 현재까지 총 8회의 행사를 진행해 다회용 식기 사용 기준으로 939개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팀원들은 해당 사업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실제로 플라스틱 감량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꾸준히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회용품을 단순히 다회용기로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으려 해요. 일회용 식기에 비해 다회용기를 사용하면서 깨달은 점이 많았다는 고객 후기가 많은 만큼,단순 수치는 939개지만 더 많은 플라스틱을 줄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쓰레기 처리 비용이나, 직간접적인 환경적인 부분으로도 좋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김연주

“저희의 미션은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것이고, 비전은 다회용 식기 대여를 통해 플라스틱 프리 트렌드를 확산시키는 것입니다” –김윤성

이밖에도 P.NOT은 플라스틱 프리 제품 후기, 제로웨이스트샵 방문기, 환경에 대한 정보성 카드뉴스 등을 자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P.NOT은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에도 중점을 두고 있기에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저희의 홍보자료를 함께 비치하고 있어요. 지난 2월경에는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플라스틱 프리 기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어요” –권예진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진행했던 플라스틱 프리 기부 캠페인 ⓒP.NOT

“첫 문의가 들어왔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용 문의가 들어올까?’ 하던 와중 첫 주문이 들어와 다 같이 놀랐었던 기억이 납니다” –김연주

반신반의. 이것이 이들의 인상깊었던 소회다. 사업 시작단계에서는 수요가 있을까 반문했지만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는 당초 우려보다 가능성을 엿봤다는 설명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행사 및 모임이 줄은 가운데서도 P.NOT의 향후 활동 방향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사업에 많은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가 현재 파악하는 바, 서울 내 대규모 행사 및 모임은 많이 취소되고 연기됐지만, 모임이 아예 열리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에 따라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열릴 수 밖에 없는 중소규모 행사와 모임을 타겟팅해 안전하게 다회용 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방역 및 위생 관리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혜영

앞으로 P.NOT의 목표와 비전은 거점 확대와 인식 개선이다. 현재 서비스 가능 지역은 수도권이지만, 사업으로서의 수익성을 갖춰 전국으로 더욱 넓히고 싶다는 목표다. 서비스 외적으로는 환경 관련 캠페인을 진행해서 플라스틱 프리나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더욱 보편화한다는 계획이다.

일회용 식기 사용이 갈수록 늘어가는 가운데, 이같은 다회용기 렌탈 시장이 구축되고 확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P.NOT은 일회용기와 함께하는 행사가 편리하고 위생적이라는 고정관념을 천천히 깨 나가고 있다. 환경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라는 이들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