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A씨, ‘잘못된 상품구조’…“양사 책임 회피 한다”
NH투자증권, “발행사로서 성실상환 되도록 적극지원”
삼성생명, “투자자 보호방안 검토 중…최선 다하겠다”

삼성생명이 투자자에게 제공한 DLS 상품설명서 ⓒ투자자 제공
삼성생명이 투자자에게 제공한 DLS 상품설명서 ⓒ투자자 제공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NH투자증권이 발행하고 삼성생명이 판매한 ‘유니버셜 인컴 빌더 시리즈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이 지난 달 환매가 연기되면서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생명을 통해 펀드에 투자한 한 투자자는 해당펀드가 상품구조와 다르게 운용됐다고 주장하며 삼성생명과 NH투자증권이 제대로 된 확인을 거치지 않고 펀드를 판매했다고 하소연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발행한 ‘유니버셜 인컴 빌더 시리즈 연계 파생결합증권’의 만기가 내년 5월 14일로 미뤄졌다. 정상대로라면 지난달 16일이 만기다. 해당 상품은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1857억원 가량 팔렸고 현재 남은 판매액은 614억원 정도다. 삼성생명은 이 중 534억원을 판매한 최다 판매사다.

삼성생명을 통해 해당 DLS에 투자한 A씨는 삼성생명 자산관리부(WM)로부터 해당 펀드가 홍콩에서 금 실물거래를 해 안전하며 리스크 대비 높은 절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A씨는 삼성생명 측이 “중도해지 불가, 만기 연기가 없는 상품으로, 활발한 ‘홍콩 금시장’에서 모든 거래가 이뤄진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매연기가 된 이후 삼성생명에게서 투자자 안내문을 받은 A씨는 상품설명과 달리 거래 과정 중 홍콩이 아닌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인 마그나 캐피탈 리소시스(MCR)에 신용장이 발행된 것을 발견했다.

A씨는 당초 판매사로부터 전혀 설명 듣지 못했던 곳에서 신용장이 발행된 만큼, 투자자로서 투자를 판단하는데 있어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됐다고 생각해 삼성생명 측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확인해 보겠다”라는 말 뿐이었다.

삼성생명이 투자자에게 제공한 상품설명서에는 홍콩에서 거래가 이뤄진다고 설명돼 있다. ⓒ투자자 제공
삼성생명이 투자자에게 제공한 상품설명서에는 홍콩에서 거래가 이뤄진다고 설명돼 있다. ⓒ투자자 제공

A씨가 삼성생명에게 받은 상품설명서상의 상품 구조에는 금 판매자, 신용장 발행(GOLD SPV), 금 구매자(정제소)가 모두 홍콩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설명돼 있다.

A씨는 ”삼성생명이 신용장을 발행하는 GOLD SPV도 홍콩이라고 했다”라고 주장하며 ”삼성생명이 상품구조를 잘못 파악하고 판매한 ‘불완전 판매’”라고 주장했다.

해당 DLS는 홍콩 자산운용사인 ‘웰스 매니지먼트 그룹(WMG)’이 운용하고, 투자자문을 맡은 홍콩 ‘유니버스 아시아 매니지먼트(UAM)’가 운용하는 ‘유니버셜 인컴 빌더(UIB) 펀드’ 수익률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UIB펀드는 조세피난처인 케이맨제도에 설정됐으며 WMG와 자문계약을 맺은 UAM이 사실상 펀드를 운용했다.

UIB펀드는 홍콩에서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 세공업자를 대상으로 금을 판매하는 무역업체에 은행 신용장 개설을 위한 단기자금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아 수익을 얻는다.

문제는 신용장을 발행한 인도네시아 소재의 MCR에서 터졌다.

NH투자증권이 지난 달 1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현지 운용사 의견 요약’ 공문에 따르면 MCR은 지난 5월 22일 NH투자증권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락다운으로 인해 물류 산업 관련 지연사태가 발생했다고 알려왔다.

그리고 한달 뒤인 6월 22일 MCR은 무역 산업 운송이 재개됐으나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에 신용장 거래 작업이 집중돼 송금 업무 기한이 수일 추가된다고 전했다.

운용사의 만기 지연 사유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한 NH투자증권은 7월 6일에 NH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직원을 보내 상황 파악에 나섰지만 NH투자증권과 MCR이 직접적인 거래 상대방이 아닌 이유로 명확한 자료를 전달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7월 10일, 운용사인 WMG는 “투자 자문사인 UAM이 최초 계약 내용과 다르게 펀드를 운용해 일부 비용을 지급받지 못했다”라는 이유로 NH투자증권에게 사임의사를 밝혔다.

결국 해당 펀드는 7월 31일로 환매 연기된 데에 이어 2021년 5월 14일로 재 연기 됐다.

이에 A씨는 “이 사건의 1차적인 문제는 NH투자증권이 제대로 된 실사를 하지 않고 펀드를 발행한 것과 삼성생명 또한 상품의 특성을 확인하지 않고 판매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애초에 운용사가 자문사에 위탁을 해 펀드를 운용 한다는 사실도 들은 바 없고, 운용사가 사임을 한 이유에 대해서도 양사가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며 하소연했다.

A씨는 환매연기가 된 이후 지금까지 삼성생명에게 수차례 걸쳐 ‘만기지연’에 대한 정당한 이유, ‘홍콩이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거래’가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라고 요청했지만 ‘NH투자증권에 확인해보겠다’, ‘기다려 달라’라는 말 외에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A씨는 “‘사모펀드’라는 사실도 환매연기가 된 이후에 알게 된 만큼 삼성생명쪽에서 상품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라며 “무엇보다 판매사로서 환매 연기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던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판매사가 운용사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없어 변동사항이 발생하면 발행사인 NH투자증권을 통해서만 알게 돼 있고 전달 받은 대로 즉시 고객에게 안내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라며 “NH투자증권과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상품구조 등 상품에 관한 것은 삼성생명에게 그대로 전달했다”라며 “해외 현지 운용사라서 문제점 파악이 원할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 특성상 운용사가 자문사에 위탁해 운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GOLD SPV의 소재지도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며 UAM이 5차에 걸쳐 성실상환 하겠다고 알린만큼 NH투자증권도 상환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사실 관계를 들여다 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펀드에 대한 조사를 검토 중이다”며 “다만 자세한 일정 등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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