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서 선보인 첫 여성 원톱극, 특별한 의미
퀴리 부인 넘어선 과학자로 인식시켜 자부심
선택하는 첫 작품, ‘믿음’ 주는 공연이 됐으면
차후 여성 예술가에 관한 작품 준비하고 있어

【투데이신문 최윤영 칼럼니스트】 행복한 사람의 얼굴에선 환한 빛이 난다. 그리고 그 빛은 자연스레 주변마저 화사하게 밝히기 마련이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김소향의 얼굴에는 햇살처럼 밝은 기운이 가득했다.

뮤지컬 ‘마리 퀴리(연출 김태형, 제작 라이브(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르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벽히 구축한 그는 연이은 무대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한 번도 타기 어려운 노벨상을 2회나 수상한 최초의 과학자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손꼽히는 마리 퀴리지만, 일찍이 퀴리 부인으로 더 널리 알려졌던 인물은 이제 자신의 이름을 찾고 당당히 뮤지컬 ‘마리 퀴리’로 세상과 만나게 됐다. 그리고 그 시작에 김소향이 있었다.

마치 생동하는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가도, 여름의 푸르름과 닮아있기도 한 배우. 그리고 가을의 완숙함에 겨울이 담은 설렘까지 모두 품은 김소향을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뮤지컬 ‘마리 퀴리’, 지난 2월에 이어 다시 관객들과 만나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작사 대표님께서 작품이 대극장으로 오게 되었다며 ‘김소향이 마리인데 네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씀해 주신 데 큰 힘을 얻었어요. 사실 원래 하기로 했던 다른 작품이 있어 조금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리 퀴리’는 김소향 없이 갈 수 없다고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매 순간 그래 왔지만 그 어느 때 보다 더 무대에 서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큰 극장으로 온 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에너지를 더 쏟고 있습니다.

Q. 초연과 비교해 이번 재연은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또, 작품을 하면서 새로이 발견한 부분이 있는지요.

지난 시즌에 완벽하게 바꿨던 드라마가 마음에 들었어요. 관객들도 많이 사랑해주셨고요. 그래서 이전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향에서 업그레이드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사실 새로 바뀐 노래에 낯설어하는 분들도 있었고 다양한 의견도 오갔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바뀐 것이 오히려 과학자로서의 마리 캐릭터를 더 살리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 중 넘버 ‘라듐 파라다이스’의 경우 더 커진 극장 규모에 맞추다 보니 라듐을 더 찬양하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는데, 그토록 찬양했던 라듐의 유해성이 밝혀졌을 때 느껴지는 허탈감이나 놀라움, 공포감 같은 감정이 더 부각 되는 효과를 줘서 좋더라고요. 사실 ‘두드려’라는 넘버가 바뀔 뻔했던 곡 중 하나인데, 투쟁 끝에 지켜내서 다행이죠(웃음).

Q. ‘마리 퀴리’는 창작 뮤지컬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아닌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이 작품 선택에 있어 부담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는지, 또는 그것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는지요.

저는 창작 뮤지컬에 굉장한 매력을 많이 느껴요. 해외에서 들여온 라이선스 뮤지컬을 잘 소화해 내는 것도 배우의 능력이고 큰 기쁨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 두려워하는 스타일이 아닌 데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는 데 엄청난 자부심과 희열을 느끼고 있거든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창작 뮤지컬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김소향이 들어가는 첫 작품이 어떤 ‘믿음’을 주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리 퀴리’를 보러 오는 후배들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 배우들이 ‘인생에서 꼭 하고 싶은 배역이 생겼다’고 이야기해줄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예전에 저도 선배 언니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대부분 라이선스 뮤지컬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동생들이 ‘마리 퀴리’라는 창작 뮤지컬에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고 말할 때 가슴 뛸 만큼 참 좋더라고요. 어제 ‘마리 퀴리’ 온라인 녹화 중계를 본 후배들의 많은 연락을 받고 나서 감동을 받아 많이 울기도 했어요.

Q. 여성 배우로서 느낀 ‘마리 퀴리’,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나요.

우선은 대학로에서 선보인 첫 여성 원톱극이었다는 사실이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개인적으로 대학로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동안 보통은 남자 주인공 몇 명에 여자 주인공 한 명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불과 삼 년 전만 해도 그랬고요. 그래서 이런 변화와 함께 여기까지 온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여성 서사극이고, 또 ‘마리 퀴리’라는 위대한 여성을 ‘퀴리 부인’이 아닌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라는 대단한 과학자로 다시 한번 대중에게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Q. 그동안 수많은 ‘마리’(‘루드윅’ 마리 슈라더 역,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앙투아네트 역)를 연기했는데, 고정화된 ‘여성성’에 핵심을 두고 연기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마리 퀴리’라는 역할은 어땠나요.

‘마리 퀴리’ 안에도 사랑이 있고, 엄마의 역할 역시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인물의 업적과 더불어 라듐의 위해성이라는 진실과 마주했을 때 그것을 과연 어떻게 극복하고 감내하는지, 그리고 진정한 과학으로 어떻게 위대하게 만들어내는지에 가장 중심을 두었습니다. 마리 퀴리는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마리 퀴리가 두 번째 노벨상을 탈 즈음, 남편 피에르 퀴리가 사망한 후 사생활 논란이 있었다고 해요. 여기에 그는 “상은 과학자의 업적에 주어지는 것이지 과학자의 사생활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어떤 여성으로서나, 누군가의 아내로서가 아니라 과학자 마리 퀴리로서 이민자 또는 성별의 벽을 어떻게 조금씩 허물고 우뚝 서느냐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자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Q. 작품에서 맡은 배역이 본인의 실제 모습에도 영향을 주는지요.

네. 실제로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뮤지컬 ‘루드윅’에서도 씩씩한 남장 여자 ‘마리’ 역을 맡았었는데 계속 작품을 하다 보니 점점 터프해지는 느낌까지 들었어요. 원래는 애교가 많고 좀 밝은 편인데 말이죠. 사실 ‘마리 퀴리’를 하면서는 투쟁을 하느라 ‘쌈닭’이 되기도 했어요. 적어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무조건 주장하진 않아도 최소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왜 그런지에 대해 정확히 관철하려 노력하는 버릇이나 성향이 생긴 것 같아요.

Q. 이번 ‘마리 퀴리’에 배우 옥주현 씨와 함께 출연하게 됐는데요. 미리 작품에 참여한 입장에서 서로 영향도 주고, 자극도 받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같이 ‘마리 퀴리’를 만들어 갔는지 궁금합니다.

초연 때 ‘마리 퀴리’를 보러 온 옥주현 씨에게 ‘꼭 하라’고 했어요. 당시 옥주현 씨는 같은 공연장 위층에서 ‘레베카’를 공연하고 있었어요.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료로도 참 좋아하는데, 마침 작품을 보러오겠다는 연락을 받았죠. 옥주현 씨는 후배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배우잖아요. 후배들뿐만 아니라 제작사에서도 주현 씨가 보러 온다는 소식에 무척 좋아했습니다. 만약 작품을 할 수 있다면 꼭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주현 씨도 ‘마리 퀴리’에 많은 감동을 받았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주현 씨가 이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에 시기가 적절하게 잘 맞았어요. 옥주현 씨도 요즘 많이 행복해하고, 참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의 마리 퀴리는 정말 달라요. ‘마리 퀴리’는 틀에 박힌 인물이 아니니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옥주현 씨의 마리 퀴리는 아주 씩씩하고 당당한데, 그런 모습을 숨기지 않고 표현해서 참 좋았습니다. 제가 그린 마리 퀴리는 굉장히 소심하게 7년 동안 시골 가정교사로 살며 가족에게 헌신하다가, 드디어 대학에 들어와 조금씩 꿈을 펼치며 당당해진 느낌이 담겼어요. 그래서 주현 씨의 또 다른 마리 퀴리를 보면서 저런 모습도 신선하고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Q. ‘마리 퀴리’는 여러모로 에너지 소모가 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개인적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이나 작품에서 잘 빠져나오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요즘 많은 작품을 하고 있다 보니 체력에 대한 걱정들을 많이 해주십니다. 물론 ‘마리 퀴리’는 우는 장면이 많아 체력적으로 정말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시는 모습이나 같이 우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것이 전부 다 사라져요. 오히려 작품을 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얻습니다.

Q. 17일 온라인 ‘마리 퀴리’ 실황 녹화 중계가 58만 뷰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시대,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인을 위해 8인의 프로듀서들이 모여 기획한 기부 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에도 출연 예정이죠. 이런 것들이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나요.

인터넷 실황 녹화 중계 21만 뷰(초연), 58만 뷰(재연)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아팠어요. 이 많은 분이 함께 공연장에서 박수 치고, 눈을 마주치고,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많이 울컥한 하루였습니다. 어느 공연장에서건 마스크를 끼고 다니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이 시기를 잘 이겨내길 기도합니다. 관객들이 관람 수칙을 철저하게 잘 지켜주시고, 또 방역에 열심히 신경을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덕분에 지금까지 공연장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기부 콘서트는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순전히 모두 힘든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자는 의미로 모이는 거잖아요. 와주실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지금 공연을 하고 있어 수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너무 가슴이 아프고, 제가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꼭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 뮤지컬이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 어떤 형태로든 예술은 절대 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국에 공연 예술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사라져서도 안 된다고 봐요. 공연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희망이 되고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준다는 데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Q. 예술계의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직접적으로 공감하게 됐던 사례가 있었나요.

주변에 일을 못 하고 있는 동료들이 많아요. 얼마 전 좋아하는 친구가 새 작품에 들어가게 돼 기쁜 마음에 같이 울며 통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2주 뒤, 작품이 취소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돼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가끔은 바쁜 것이 미안할 때도 있어요. 배우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심장이 왔다 갔다 합니다. 이 공연계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공연이) 멈출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조심스러워요. 기쁨이나 슬픔, 그런 여러 마음을 보고 있으면 제발 공연이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들도 공연을 통해 코로나를 뚫고 살아갈 힘이 생긴다고 해주시죠. 그래서 무대 위에서 더 열심히 합니다. 함께 힘을 주면서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Q.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 됩니다. 상황이 유동적이겠지만 혹시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요.

워낙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를 했어요. 미국에 가 있었던 시기도 있었고요. 돌이켜보면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때이기도 합니다. 따로 계획을 세운 것은 없고, 사실 내년 일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창작 작품을 할 것임은 확실해요. 새로운 창작 뮤지컬일지, 했던 작품을 또 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것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요.

한 여성 예술가에 대한 작품을 가지고 작가님과 열심히 이야기하고는 있어요.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Q. 타고난 부지런함 때문에 ‘에너자이저’, ‘헤르미온느’ 등 관객들 사이에서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기도 하는데 접해본 별명 중 어떤 수식어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자신에 대한 수식어를 직접 달아준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요.

처음에 ‘헤르미온느’라는 수식어를 들었을 때 정말 많이 웃었어요.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았어요. (작품) 바깥에서는 ‘블리블리’, 사랑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제일 좋아요. 늘 행복하고 감사함을 느끼는 요즘, 마음속만큼은 늘 꽃길입니다.

Q. 오래 해오다 보면 관성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뮤지컬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어떤 여자가 무대 위에서 실제로 구현되고 캐릭터화되는 것이 정말 뿌듯해요. 마리가 라듐을 발견하고, 이름을 남기면서 자신을 찾고 싶어 했던 것과 많이 비슷하죠. 제가 만든 캐릭터를 다른 사람도 연기하고, 또 그것이 이어지면서 그 작품이 계속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김소향으로서가 아니라 제가 만든 무언가가 실제로 무대 위에 존재한다는 게 이상한 희열을 느끼게 해요. 라이선스 작품도 마찬가지죠. 표현했던 캐릭터를 두고 관객들이 ‘마음에 남더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굉장히 마음이 이상해져요. 그리고 관객들의 눈을 보는 것이 정말 좋아요. 두려움 반, 감사함과 행복함 반이에요. ‘나를 보시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란 생각을 하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같이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 그 잔상이 오래 잊혀지지 않아요. 그런 데서 오는 묘한 중독성이 있어요. 이런 이유 때문에 뮤지컬을 정말 좋아합니다.

Q. 팬들이 올려준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SNS 멘트가 있다면요.

아무래도 무대에서는 한계가 있다보니 SNS를 통해 더 많이 만나려고 하는 편인데요. 워낙 좋은 반응이 많아요. 그중에서도 새로 생긴 곡인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의 가사에 대한 멘트가 좋았어요. 극 중 루이스에게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 가보자, 널 가둔 구덩이를 나와’라고 노래하는 부분이 있는데, 부를 때에도 너무 눈물이 날 만큼 그 가사에 확 꽂혔어요. 저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고,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요.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듬어주며 해주고 싶던 말입니다. 저도 그럴 때가 많았고, 하루에도 한두 번씩은 그런 느낌을 받기도 해요. 연기할 때 루이스들도 그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보입니다. 그만큼 와닿는다는 의미 아닐까요. 그 부분이 좋아요.

Q. 올해 브로드웨이 공연 계획이 있었는데요.

현재 코로나 때문에 모든 미국 공연이 중단된 상태여서 어렵게 됐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절 찾아주시는 관객들이 있을 때까지는 열심히 한국에서 공연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언제, 어디서든 도전은 멈추지 않을 거예요.

한 시간 남짓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김소향의 표정에선 행복이 묻어났다. 밝은 어조로 작품 이야기를 풀어놓는 모습은 보는 이마저 설레게 했다. 물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대한 고민도 엿보였다. 그런데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와 같은 배우가 있는 한 한국 뮤지컬은 어떤 위기가 다가오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으리란 사실이었다. 배우가 진심으로 무대를 사랑하고, 자신의 역할에 커다란 책임감을 느낄 때 그 마음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진다. 무대 위 김소향이 보여준 진정성은 무대 밖에서도 보이는 그대로였다. 모두 힘을 모아 하루빨리 이 복잡한 시기를 벗어나, 이토록 사랑스러운 배우가 온 마음을 다해 연기하는 ‘마리 퀴리’와 마음껏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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