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섬노조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
한국 타투이스트, 해외 컨벤션 우승 등 위상 제고
국내선 ‘범법자’…“국제적 위상과 현실 간 괴리”
‘불법’ 현실 악용해 타투이스트 협박·갈취 사례도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 ⓒ투데이신문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한국의 타투 시장은 이용자 수가 1300만명으로 추산될 만큼 크게 성장했다.

타투 시장이 성장한 만큼 한국 타투이스트들은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타투 문화를 선도해나가고 있다. 해위 타투 컨벤션에서 우승을 하기도 하고,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을 만큼 그 위상이 높아졌다.

해외에서는 ‘아티스트’로 대접을 받는 타투이스트지만, 국내에서는 ‘범법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문신 시술 행위를 의료행위로 규정해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한 1992년 대법원의 판례 때문이다.

하지만 타투 시장이 성장한 만큼 타투를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타투이스트들을 처벌하는 것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타투이스트 노동조합인 ‘타투유니온’이 설립되기도 했다. 지난 2월 27일 타투유니온은 설립선언문을 통해 “시대와 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제도가 우리의 노동을 노동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타투이스트의 ‘일반직업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본지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타투 작업실에서 ‘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을 만나 타투유니온의 활동 방향과 이들이 요구하는 법·제도 개선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들이 지난 2019년 9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신사 법제화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가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들이 지난 2019년 9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신사 법제화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가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타투이스트 ‘일반직업화’ 이뤄져야

Q. 타투유니온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타투유니온의 정확한 명칭은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다. 타투유니온은 ‘어떻게 하면 타투가 불법으로 규정된 상황에서 더 큰 힘을 갖고 법을 바꿔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연대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돼 노동조합을 만들고자 한데서 시작됐다. 또 합법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문화예술노동자들의 경우 자기들끼리 조직을 만든다든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집단을 만들어 행동하는 걸 터부시 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른 업종에서 하지 못한 것을 타투라는 업종이 먼저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반 직장인들이 회사에 다니면서 얻을 수 있는 정기 건강검진, 산재·고용보험 등 ‘무리의 돌봄’이 있지 않나. 문화예술노동자들은 ‘우리는 평생 해당되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이를 누리게 되는 첫 사례를 우리가 만들고 싶었다.

Q. 타투유니온이 화섬식품노조에 가입하게 된 이유는.

처음에는 자체적으로 노동조합 승인을 받고 스스로 구축을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산별노조 가입을 생각하게 된 건 경험이 없어서다. 타투유니온은 일반적인 노동조합 형태와 다르다. 고용주에게 고용돼 단체교섭을 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조합을 생각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대한민국은 노동의 형태가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자들부터 시작해서 여러 형태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같이 완전히 새롭고 인정받기 힘든 형태의 조직을 수용해줄 수 있는 노동조합이 있을까 공부를 하다가 화섬식품노조를 알게 됐다. 화섬노조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IT분야, 파리바게트 등 식품분야, 그 외 아름다운가게 등 다양한 노조 조직들이 결합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의 모습에서 사고가 굉장히 유연하고 확장성이 전제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투유니온이 결합을 요청했을 때에도 화섬노조 내부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화섬노조가 기존의 형태만을 계속 가지고 간다면 직업의 형태가 바뀌는 것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타투유니온 같은 조직도 수용해보자고 결론을 내려 결합할 수 있었다. 타투유니온 내부에서도 화섬노조 가입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Q.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 합법화를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당장 타투유니온이 설립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 합법화다. 우리는 ‘일반직업화’라고 명명했는데, 일반직업화를 달성하는 게 첫 번째 목표가 되겠지만 앞서 선배님들이 긴 시간을 싸워 온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일반직업화와 별개로 타투이스트들의 복지, 직업 안정성 등에 대해 별개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타투가 불법인 나라에서 타투노동자들이 모여 스스로를 돌본다는 가장 발전된 사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Q. ‘일반직업화’라는 표현이 생소하다. 이에 대해 설명한다면.

1992년 대법원의 판례 때문에 타투가 불법으로 규정됐고, 이를 극복하는 것을 합법화라고 칭해왔다. 그런데 명확히 따져보면 대법 판례만 있을 뿐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불법이라고 명문화된 법조항은 없다. 합법화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나은 고지에서 싸움을 하기 위해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 타투이스트는 지난 2015년 정부가 ‘신(新)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을 통해 신직업군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미래가 유망한 직업이다. 타투이스트들은 해외에 나갈 때 ‘아티스트 비자(O-1)’를 받는다. 또 타투유니온이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 지위를 획득하기도 했다. 일반직업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것은 오로지 1992년의 판례 하나가 남는다. 노동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직업이 아닌 것도 아니다. 다만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방해하는 일정한 요소가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가장 보편적인 상태의 일반직업인이 돼서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고, 세금을 내지 않는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노조가 계도할 수 있도록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 일반직업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의 작업실에 타투 시술용 바늘이 놓여 있다. ⓒ투데이신문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의 작업실에 타투 시술용 바늘이 놓여 있다. ⓒ투데이신문

‘타투=의료행위’ 판례 한국이 유일

Q. 타투를 의료행위로 판단해 비의료인의 시술을 불법화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

타투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의사가 시술해야 한다는 판결은 전 세계에서 비웃을 일이다. 타투를 의료행위로 보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대법의 1992년 판례는 일본이 갖고 있던 판례를 그대로 베껴서 일본과 같이 타투를 의료행위로 해석하고 불법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일본은 지난 2018년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이후 합법화 수순으로 들어갔다. 일본의 경우 정확하게는 반영구화장 같은 미용문신과 흔히 타투라고 하는 서화(書畵)문신으로 나뉘어 있다. 미용문신은 의료계의 이권 때문에 인정되지 않고 있지만, 서화문신은 의료계의 관심 밖이기 때문에 서화문신만 합법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말이지만, 한국의 법원이 일본 법원을 카피하고 있다면 우리도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Q. 해외에서는 타투 관련 제도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나라마다 차이가 있고 굉장히 많은 모델이 있다. 일반적으로 타투 관리가 잘 된다고 인정하는 나라는 독일, 호주, 유럽의 몇몇 국가, 그리고 미국의 몇몇 주가 있다. 이들 나라는 거의 동일한 형태의 관리 프로세스와 법률을 갖고 있다. 이는 수십년간 쌓인 노하우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타투유니온도 세상에 없던 모델을 창조해 제안하려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해온 것을 우리 상황에 맞게 조금 더 수정하고 변형해 제안하려고 한다.

Q. 지난 6월에도 창원지법에서 비의료인 타투이스트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정기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보통은 민원이나 신고를 통해 단속된다. 현재는 단속을 나오면 걸릴 수밖에 없다. 타투샵에서 준수해야 하는 법이나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반직업화가 필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인데, 타투샵에서 준수해야 하는 규정이 만들어져야 소비자들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샵은 해외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하는 기준보다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해 관리하고 있다. 위생관리를 전담으로 하는 직원을 두고 있을 정도다. 작업자 양심에 맡겼을 경우 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속을 나오면 걸릴 수밖에 없다. 존재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특이한 사례를 제외하면 100% 가까이 신고로 단속된다. 타투이스트 중에서는 단속을 당한 이후 안 좋은 선택을 한 사람도 있다. 평생 그림 그리던 사람이 경찰서 갈 일이 뭐가 있겠나. 그런데 신고 때문에 단속에 걸려 수사 받고 압박감에 시달리다가 안 좋은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일을 한 번 당하고 나면 해외로 나가서 작업을 하려고 한다. 굳이 여기서 벌벌 떨면서 작업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Q.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타투이스트를 협박하는 사례도 있다고.

신고를 빌미로 타투이스트를 협박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실제로 모든 서비스 업종이 그렇지만, 작업이나 판매 이후에 소비자와 트러블은 생길 수 있다. 이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도 산업의 노하우다. 그런데 타투 시술은 오픈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응 수칙이나 소비자를 대하는 기본적인 매너가 부족해서 트러블이 발생한다. 결국 대응방법을 찾다가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불법이라는 걸 알게 된 소비자가 타투가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해 작업을 의뢰하고 시술을 받았음에도 해코지 하듯이 신고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업자가 잘했는데도 신고를 당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트러블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손님과 소통하고 풀어야 하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싸우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굉장히 많은 사례 중 하나가, 타투를 받은 다음 트러블을 만들고 신고를 하면 작업자들이 신고를 두려워해 돈을 준다는 것을 인지해 대놓고 협박하고 갈취하는 사례가 많다. 심지어 여성 작업자가 강간을 당한 사례도 있다. 예전 같으면 거친 분들이 돈을 뜯으려고 달려드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젊은 친구들 중에서도 ‘타투를 받고 맘에 안 들면 신고한다’는 것이 ‘놀이문화’처럼 잦은 빈도로 발생하고 있다. 타투유니온을 설립하고 나서 일반직업화, 타투이스트들의 복지를 가장 큰 업무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 지난 6개월 동안 업무를 하는데 지장을 받을 정도로 이런 사례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작업실에서 타투머신을 소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작업실에서 타투머신을 소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합법화 시도, 의료계 반대로 번번이 좌절

Q. 국내 타투이스트의 수는 어떻게 되는지.

지난 2018년 11월 식약처 ‘문신용 염료 안전관리 방안 포럼’에서 국내의 한 문신염료 제조업체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미용문신 이용자는 1000만명, 서화문신(타투) 이용자는 300만명이다. 또 미용문신 시술자는 30만명, 타투 시술자는 5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해당 업체 측이 판매량을 근거로 추산한 값인데, 타투이스트들이 느끼기에도 업체 측의 추산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 타투이스트들이 체감하는 규모인 것이다. 국내에서 미용문신이든 서화문신이든 경험한 사람들을 다 다져보면 1300만명 정도 된다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왜냐하면 웬만한 여성분들이나 심지어 남성분들까지도 눈썹 미용문신을 다 하고, 정치인들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1300만명 이상이 될 거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실태조사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더 모순적인 상황인 것 같다. 사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대답하기 민망하다. 누구나 하고 있고, 어딜 가나 받을 수 있는 일반적인 문화임에도 불법화 된 현실 때문에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민간 산업체가 추산한 자료를 근거로 말할 수밖에 없다.

Q. 국제 컨벤션 우승, 심사위원 초청 등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범법자’ 신세인 한국 현실과의 괴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한국사람들이 손재주 좋다는 말은 이전부터 듣던 말 아닌가.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타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입시미술의 영향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입시미술은 기계적으로 일정한 퀄리티 이상의 그림을 뽑아내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편적으로 말하기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 중에서도 뛰어난 작업자가 많다. 제가 작업하는 장르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파인 타투(Fine tattoo)를 주로 하는데 기존에 있던 장르를 벗어나서 재료에 조금 더 집중해서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한다. 잉크와 바늘로 사람의 살갗에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 소비자와 소통하며 만들어나가는 단계에서 이를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게 한 것이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이다. 파인 타투의 종주국이 어디냐고 물으면 누구나 한국이라고 말한다. 또 블랙워크, 올드스쿨, 뉴스쿨, 이레즈미 등 기존에 있던 장르에서도 한국 작업자들이 굉장히 튀는 활약들을 한다. 그래서 한국 타투이스트가 해외 컨벤션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해외에서는 아티스트로서 좋은 대접을 해준다. 경비와 체류비 등을 지원받고 초청돼 작업을 하거나, 해외 업체에서 컬래버레이션 의뢰를 해 나가서 작업을 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내 가방에 있는 타투머신이 걸릴까봐 조마조마하다. 엄밀히 말해서 타투머신이나 바늘이 캐리어에 있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시술할 때 불법이 되는 것이지 소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아닌데도 공항에서 압류되는 경우도 있다. 그게 가장 자존심 상하고 괴리를 느끼는 상황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전까지 작업실의 손님 5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주변에는 손님의 80~90%가 외국인인 경우도 있다. 타투를 받기 위해 본인의 1~2년 치 휴가비를 털어 한국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외화벌이 수단이 되는 것이다. 우리 돈으로 4000만원 정도를 들고 들어와서 이틀은 저한테 작업을 받고, 또 며칠은 다른 작업자에게 타투를 받는다. 국가가 타투시장을 지원하고 성장시켰다면 세계 타투시장의 핫플레이스는 서울이 됐을 수도 있다. 서울이 아닌 제주, 경기 등 지자체가 혜안이 있었다면 지금쯤은 전 세계 타투 시장은 한국이 휘어잡고 있었을 수도 있다. 저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본다.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하나의 큰 산업이 죽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Q.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일반직업화가 멀게만 느껴진다. 문신사법 발의, 2015년 정부의 신직업 선정 등 그간 합법화 시도가 많이 있었는데.

2015년 정부의 발표 이후 간담회를 열기도 하고 문신사법이 발의되는 등 입법부나 정부에서는 협조적이었다. 왜냐하면 상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지 않나. 타투가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그 정도까지는 진행이 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은 굉장히 쉽다. 그런데 항상 마지막 단계에서 의료계가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나면 없던 일이 돼버린다. 의료단체가 성명을 발표하면 왜 갑자기 보건복지위 소속 모든 국회의원들이 입을 다물고, 관련 기관들이 갑자기 업무를 중단하는지 짐작은 되지만, 공식적으로는 ‘이유를 모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게 타투이스트들이 20년째 겪어오고 있는 일이다. 처음 헌법소원을 냈던 2012년에도, 2015년도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굉장히 구체적인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그냥 관심이 없어서 이슈화가 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아직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곧 합법화가 되겠구나’ 싶다가도 항상 마지막 단계에서 무산되는 것은 참 쉬운 일이더라. 이번에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을 거라고 생각한다. 타투유니온이 설립된 이후 서화문신 타투이스트 집단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가 됐으니 토론이나 공청회 파트너로 참여를 해서 합법화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Q. 의료계에서는 혈액매개 감염 등을 이유로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타투이스트들은 감염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우선 한국에는 타투 관련 법률이 없다. 의료계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한 일이라면, 1300만명이 시술을 받는 동안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가나 의료계가 어떤 도움이나 권고를 해줬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의료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타투유니온은 번역이 가능한, 혹은 직접 가서 배워올 수 있는 해외 사례와 법률을 수집해 해외 사례보다 조금 더 타이트하게 지키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웬만한 타투이스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위생수칙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걸 국가가 정한 지침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타투이스트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가 정말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비의료인의 타투시술 합법화를 반대한다면 1992년도 판례가 나온 이후 30년 가까이 1300만명이 시술을 받는 동안 ‘적어도 이것만은 지켜달라’는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걸 안 했다면 오히려 입법부든 의료기관이든 국가기관이든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국가가 이번에도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다면 그때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우리가 움직일 것이다. 그래서 타투유니온은 녹색병원과 함께 TF를 만들어 감염병관리지침을 참고해 가이드를 만들고, 이를 통해 교육을 할 계획이다. 왜 의료계가 타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가 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다. 일본도 그렇지만 타투가 의료행위라는 판례가 나온 이후 의료산업이 타투시장을 큰 이익산업으로 구축했다. ‘의사들이 그 정도 까지 하겠느냐’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1000만명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다.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서 아이라인, 눈썹문신을 실제로 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놓칠 수 없는,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이다.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작업실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작업실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노조 가입 이득 될 것…지지·참여해 주길”

Q. 타투이스트 일반직업화 외에 구상하고 있는 활동방향이 있다면.

타투유니온이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힘을 모으는 건 아마 일반직업화 까지다. 그때까지는 더 강력하고 대표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게 끝나고 나면 저희가 할 일은 명확하다. 손님응대·해외작업 세미나·노동권 교육·세무교육·법률교육 등 소양교육을 책임지는 ‘타투예술문화교육센터’라는 기관을 녹색병원과 같이 설립 중이다. 또 하나는 타투이스트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다. 타투이스트는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 거북목이나 손목 질환 등을 직업병으로 케어 해야 한다. 또 정신과 진료 등 상담도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일반적인 직장인처럼 정기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나 ‘성범죄 예방 및 대응 교육’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중점을 두고 노력하고 있는데, 밀폐된 공간이거나 작업자와 단 둘이 있는 환경 때문에 여성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여성 작업자가 손님에게 느끼는 불안감도 크다. 작업자와 소비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과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 부분들이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노동조합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거기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이 ‘타투유니온에 가입된 작업자들은 규정을 잘 지켜 믿음직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고, 노조에 가입하고 연대하는 행위 자체가 조합원들에게 이득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게 목표다.

Q. 타투이스트들에게 타투유니온에 대한 지지와 참여를 호소한다면.

서화문신 타투이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타투유니온이 정부를 상대로 타투이스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면 우리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얼마나 크게 연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타투유니온은 타투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조직이다. 일반직업화를 이뤄낸다면 좋든 싫든 모두가 수혜자가 될 것이다. 모든 타투이스트가 힘을 실어주신다면 좋겠다. 타투유니온이 내고 있는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조합원이 돼서 의견을 피력해주신다면 좋겠다. 노조는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눈치를 보고 있거나 잘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계셨던 분들은 ‘잘 한다면 가입해야지’가 아니라, 가입해서 잘 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해주신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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