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부회장 “父 건강상태 전문가의 명확한 판단 받아야”
조양래 회장 “건강 이상 없어, 지분승계는 검증 거친 판단”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설에 휩싸인 차남 조현범 사장(왼쪽)과 장남 조현식 부회장. ⓒ뉴시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설에 휩싸인 차남 조현범 사장(왼쪽)과 장남 조현식 부회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이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의 건강상태에 의문을 제기하며 ‘성년후견심판절차’에 동참하기로 했다. 장남인 조 부회장의 이번 결정은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 대한 경영승계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업계 내외에서는 장남과 차남을 중심으로 한 한국타이어의 형제간 경영갈등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은 25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절차’에 동참한다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그룹의 새로운 의사결정은 보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년후견제는 신체적·정신적 제약이 있는 성년의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후견인은 본인, 친족, 검사 등이 청구하면 법원이 감정해 선임하며 피후견인의 재산을 비롯한 법률행위를 대리할 수 있다.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을 처음 청구한 것은 딸인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조희경 이사장이었다. 조 이사장은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 대한 지분승계가 그동안 조 회장의 신념과는 동떨어진 행동이었다며, 자발적인 의사결정이었는지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지난 7월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접수한 바 있다. 조 이사장은 특히 수십년 간 이끌어 온 그룹에 위기가 오는 것을 우려하며 조 회장에 대한 신상보호와 재산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 부회장이 이날 발표한 입장문도 조 이사장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그는 “현재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며 “회장님의 최근 결정들이 회장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회장님의 건강상태에 대한 논란은 회장님 본인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한국테크놀로지 그룹, 주주 및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인 절차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성년후견심판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 부회장과 조 이사장은 모두 그룹의 장래를 위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조 회장의 성년후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업계 내외에서는 사실상 조 사장에 대한 경영승계를 겨냥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 회장에게 후견인이 필요하다는 건 즉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차남에 대한 지분승계가 잘못된 결정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국타이어 내부의 형제간 경영갈등은 지난 6월 24일 조 회장이 조 사장에게 자신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양도하면서 이미 예견됐다. 조 사장은 조 회장의 주식을 양도 받으며 42.90%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해소되지 않은 횡령 혐의에 따른 적절성 논란과 조 부회장을 비롯한 다른 형제들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 19.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조 부회장과 누나인 조희원씨(10.82%), 조희경 이사장(0.83%)의 지분을 합하면 30.97%가 되며 여기에 조 사장의 횡령 혐의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국민연금의 지분을 합하면 37.21%로 양측간 지분격차가 5%대까지 좁혀진다.  

하지만 성년후견 대상으로 지목된 당사자 조 회장은 자신의 건상이상설을 일축하며 조 사장에 대한 지분승계를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번 장남의 성년후견심판 동참에 대해서도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양측 간 대립은 법원의 결정에 대한 항고와 재항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조 회장은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심판 청구 사실이 알려진 이튿날 직접 입장문을 내고 “사랑하는 첫째 딸이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많이 당황스럽고 정말 마음이 아프다. 이번 주식 매각 건으로 인해서 관계가 조금 소원해졌다는 건 느꼈지만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저야말로 저의 첫째 딸이 괜찮은 건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번 주식 매각건과 관련해서는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고, 그 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 뒀다”라며 “최근 몇 달 동안 가족 간에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이는 여러 가지 움직임에 대해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미리 생각해 두었던 대로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상태 논란에 대해서도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저는 매주 친구들과 골프도 즐기고 있고 골프가 없는 날은 P/T도 받고, 하루에 4-5KM 이상씩 걷기운동도 하고 있다”라며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데, 저의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저 또한 제 개인 재산을 공익활동 등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고 향후 그렇게 할 방법을 찾고 있다”라며 “가족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내년 창립 80년이 되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더욱 발전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저도 힘 닫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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