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계의 새로운 신화를 꿈꾸는 네 남자
‘진심’으로 가득한 선물 같은 음악을 하고 싶어
늘 곁에서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팀이길 바라
먼 훗날 차세대 ‘일 디보’로서 세계 진출 꿈꿔

사진제공=JTBC
(왼쪽부터) 길병민, 김성식, 박현수, 김민석 <사진제공=JTBC>

꿈을 위해 도전하는 사람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하지만 말 그대로 도전이기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나 포기하고 싶은 상황과도 마주해야만 한다. 그런데 여기, 끝 모를 꿈길을 따라 걷다 운명처럼 만나 한 팀을 이룬 네 명의 청년들이 있다. 치열하게 경쟁해야만 하는 순간에도 서로 같은 꿈을 그렸기에 무엇보다 응원이 앞섰던 그들이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항상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팀, 레떼아모르(Letteamor)다.

8월의 끝 무렵, JTBC 프로그램 ‘팬텀싱어3’를 통해 결성된 크로스오버 그룹 레떼아모르를 서울 압구정동에서 만났다. 예정대로라면 ‘팬텀싱어3’ 갈라콘서트 마무리를 앞두고 한창 바빴을 시기지만,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이들의 여정도 잠시 쉼표를 찍을 수 밖에 없게 됐다.

길병민, 김성식, 김민석, 박현수로 구성된 4인조 그룹 레떼아모르는 3년 만에 돌아온 ‘팬텀싱어3’에서 최종 3위를 차지한 팀이다. 방영 당시 ‘블렌딩 맛집’, ‘비주얼 최강팀’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것이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니, 오히려 종영 이후 반응이 더 뜨겁다. 프로그램을 보며 응원해 온 시청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할 테지만 아직 이 새로운 팀에 대해 낯섦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터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하자 서로를 바라보는 멤버들의 입가에 미소부터 번진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레떼아모르입니다. 띵!”

힘찬 인사말과 함께 자연스러운 손 하트가 이어졌다. 먼저 묵직하면서도 깊이 있는 음성으로 매회 놀라움과 감동을 안긴 ‘국가대표 성악가’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은 팀을 향한 애정을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팀의 리더이자 막내이기도 한 그는 레떼아모르를 ‘늘 곁에 있는 음악, 스토리가 있는 음악을 노래하고 싶은 네 남자’라 소개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탈리아어로 편지를 의미하는 ‘레떼라(Lettera)’와 사랑을 의미하는 ‘아모르(Amor)’를 더해 만든 ‘사랑의 편지’란 뜻이 담긴 팀명답게 레떼아모르가 추구하는 음악도 명확했다. 세련된 감각과 남다른 멋스러움으로 중무장한 자유로운 예술가, 팝페라 가수 박현수도 설명을 더했다. “그만큼 설렘과 진심이 담긴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선물 같은 음악, 받았을 때 설레고 또 벅찬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음악을 전해드리고 싶어요”(박현수)

답변을 이어가는 두 사람의 표정에는 그동안 함께 쌓아온 확신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 상반기를 내내 경연으로 달려왔던 이들이기에 지쳐있을 법도 한데, 직접 만난 레떼아모르는 오히려 방송에서보다 훨씬 더 활기차 보였다. 인터뷰 중간중간에도 끊임없이 서로를 칭찬하는 모습 역시 인상 깊었다. 오랜만에 맞이한 휴식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묻자 맏형 김성식은 “일주일에 한두번은 만나서 레퍼토리 연습을 하고 있어요. 어제도 만났고요”라며 “아직 콘서트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계속 연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비해 미래지향적으로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특유의 감미롭고 독보적인 음색으로 참여하는 곡마다 확실한 분위기 전환을 책임졌던 그는 동국대학교 연극 전공으로 팀 내 유일한 성악 비전공자다. 드라마 단역 배우와 뮤지컬 앙상블로 조금씩 꿈을 키워오며 ‘성장캐릭터’로 주목받았는데, 직접 김성식의 무대를 보고 나면 방송은 그가 가진 매력 중 극히 일부만을 담아냈을 뿐임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런 김성식에게 휴식은 개인적인 쉼보다 팀을 위한 시간이 먼저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보니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많이 하고 있진 못하지만, 남은 시간에는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도 먹고 만나지 못한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답했다.

방송 전후 달라진 반응에 대해서 그가 알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방송도 물론 좋지만, 갈라콘서트를 통해 확실히 자신이 무대를 더 사랑한단 사실을 깨달았다는 김성식은 쉬는 와중에도 무대가 너무나 그립다고 했다. 실제 관객들과 마주하고 함께 호흡하며 느끼는 감정들이 그가 부르는 노래에 더 힘을 실어준다고도 했다. 또 갈라콘서트가 진행된 이후 여러 관객들이 보여주신 긍정적인 반응에 더 많은 책임감과 기분 좋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남은 무대를 더 잘 해 보이겠다는 다짐도 여러 번 덧붙였다.

오랜 기다림에 보다 좋은 무대로 보답하리라는 생각은 길병민 역시 같았다. ‘팬텀싱어3’ 갈라콘서트는 지난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린 5회차 서울 공연과 22일 대구 공연을 마지막으로 휴식기를 갖는 중이다. 예정된 일정들도 현재로선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는 아쉽지만 모두 무대가 갈급했던 입장이라 준비했던 부분을 재정비하고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길병민은 “관객들과 직접 만날 기회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따로 시간을 내어 보러 와주신 관객들을 보고 좋아해 주시는 마음을 실감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쉬는 동안 기존 갈라콘서트에 약간의 변화를 줄 아이디어를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콘서트에서 이미 보여드렸던 모습들도 좀 더 업그레이드하려 합니다”라며 다시 한번 굳은 의지를 다졌다.

부드러우면서도 거침없는 표현력으로 시즌 내내 반전 매력을 선보인 테너 김민석은 주어진 휴식 기간을 최대한 여유롭게 보내려 노력한다고 했다. 오히려 이럴 때일 수록 잠도 푹 자고 잘 쉬면서 체력을 비축해두어야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는 SNS를 통해 받는 ‘좋아요’ 수나 응원 메시지를 보면 아직도 그저 신기하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잘 실감하지 못하다가도 공연장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응원 카드를 보고 크게 감동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자 모든 멤버들이 입을 모아 김민석과 똑같은 경험을 했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계셔도 무대 위에서 다 보여요. 반짝이는 눈과 밝은 표정이 전부 느껴집니다. 함성 대신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실 때도 그렇고요. 응원 카드도 정말 잘 보입니다”

그리고는 “성식이 형이 노래할 때 관객들의 내적 함성이 가장 큰 것 같다”며 길병민과 박현수가 ‘맏형 몰이’를 하기 시작했다. 멤버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냐는 질문에 “저는 그저......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수줍게 고개 숙인 김성식을 보고 세 사람은 만족한 듯 신나게 웃었다.

이렇게 뜨거운 사랑을 직접 느낀 레떼아모르에게 방송 이후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은 없는지 물었다. 먼저 박현수는 노래와 음악, 무대를 더 사랑하게 된 것이 분명하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조화로운 브릿지 역할로 멋진 하모니를 선보이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증명해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전에도 물론 그랬지만 이제는 그런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더 큰 책임감이 생겼다고 했다. ‘공연 3시간을 온전히 행복하기만 한 선물로 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가끔 부담으로 다가오긴 하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된다고도 말했다. 또 멤버들과 연습을 하다 식사를 하러 가면 먼저 알아봐 주시고 챙겨주시는 어머님 팬들이 꽤 생겼는데, 이 역시 새롭고 고마운 일이라 덧붙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테너 김민석은 방송을 계기로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이 더욱더 강해졌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자고 다짐했다는 그다. ‘밀크 테너’ 이미지도 마음에 든다며 이름을 ‘김밀석’으로 바꿀까 한다는 농담을 건넨 김민석에게 길병민이 동의한다며 크게 웃었다. 인터뷰 당일 김민석은 쏟아지는 우유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그런 김민석도 처음에는 부끄러움이 앞섰다. 하지만 팬들이 좋아해 주시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고, 이왕 여기까지 오게 된 김에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크로스오버계에 레떼아모르만의 매력을 잘 전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장르를 대중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지한 답변을 이어가던 그는 앞으로 ‘패션피플’로서의 면모도 꼭 보여드리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일찍이 ‘팬텀싱어3’ 결승에 오른 최종 12인이 선정한 ‘패션 테러리스트’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실감이 날 만큼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관객들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죠. ‘팬텀싱어3’ 출연을 결심했을 때, 다른 프로그램도 있는데 왜 이 오디션을 나간 거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유명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에 나가서 저를 선보인다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요. 시즌을 거듭해 온 ‘팬텀싱어’는 제가 그동안 갈고 닦은 가치를 가장 귀하게 봐줄 수 있는 분들이 모여계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분들을 만나 가장 큰 변화를 경험했고, 더불어 많이 사랑해주시는 관객이 생겼습니다. 이전에는 ‘이걸 사랑해주실 분들은 얼마 없을지도 몰라’라며 무대를 했었다면 이제는 더더욱 제가 좋아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열심히 갈고 닦는다는 느낌, 그리고 보람있게 준비해 공연을 올린단 확신이 든다는 데서 달라짐을 느낍니다”(길병민)

서울대학교 성악과 졸업 후 영국 런던 로얄 오페라단 소속 가수로 진출했다가 과감히 사표를 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길병민. 성악계에서 익히 대단한 실력자로 널리 알려졌던 그의 출연은 자연스레 많은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좋아했던 런던 생활이었지만, 고국은 그에게 늘 그리운 곳이기도 했다. 새로운 꿈과 도전에 목말랐던 길병민에게 ‘팬텀싱어3’는 하나의 전환점이자 레떼아모르란 선물 같은 동료들을 만나게 해준 절호의 기회가 됐다. 정말 소중하게 만든 것을 혼자만 아는 느낌이 아니라, 분명 사랑해주실 거란 믿음이 통했다는 사실은 오늘날 그에게 엄청난 힘과 용기가 된 듯했다. 마음속에 눌러 담았던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그가 느껴온 간절함이 묻어났다.

김성식은 최종 12인이라는 중요한 위치에 올라오게 된 만큼 이제는 프로로서 더 양질의 음악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는 사실을 달라진 점으로 골랐다. 또 방송에 다 담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으니 이제 무대에서 보여드릴 더 많은 모습을 기대해달라고도 했다. 받은 사랑에 감사하며 팬들의 기대감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책임감은 네 사람 모두에게 가장 큰 무게로 자리하고 있었다.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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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떼아모르, 드라마틱한 서사의 시작

그렇다면 과연 레떼아모르는 어떤 계기로 모이게 되었을까. 레떼아모르의 출발은 어쩌면 이미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였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할 만큼 네 사람은 자연스레 서로에게 이끌리고 있었다. 방송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프로그램 초반부터 따로 연락을 자주 주고받고 있었다고도 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운명이었어요. 마지막에 이르러 결성된 팀이 아닙니다. 특히 현수와 저는 3중창 때부터 계속 함께했고요. 개인적으로는 프로듀서 예심 때부터 표현력이 뛰어난 현수를 마음속 2등으로 콕 찍어두고 있었거든요(웃음). 나중에 다 같이 모여서 참가자들의 영상을 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서로 어떤 파트너를 만나게 될지 궁금해하며 술렁이던 분위기 속에 병민이가 등장했습니다. 저는 성악 전공자가 아니라 길병민이 어떤 존재인지 잘 몰랐죠. 그때 곁에 있던 참가자가 병민이를 보고 깜짝 놀라면서 ‘저분은 여기 나오면 반칙인데’라고 이야기해서 알았어요. 첫인상부터 강렬했고, 대단한 사람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1:1 미션 때부터는 김바울(베이스·현 라비던스 리더), 김민석과 친해졌어요. 같은 팀을 한 적은 없어도 자연스럽게 서로 응원하는 사이였습니다”(김성식)

그랬던 김성식에게 놀랍게도 길병민이 먼저 다가왔다. 처음에는 길병민의 마음을 조금 오해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서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경연 프로그램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번호를 교환한 후 너무 대단한 사람이 자꾸 저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니까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자연스러운 호감이었던 것 같아요. 서로 정말 잘 맞고요. 병민이가 먼저 ‘형은 뭐가 되고 싶어요’라며 물어오는데, 그때 이야기를 나누면서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굉장히 따뜻한 친구라는 걸 느꼈습니다”

오페라 곡을 준비하던 상황에서 길병민의 원 포인트 레슨은 김성식에게 단비같은 도움이 됐다. 이후 결승전을 앞두고 넷이 한 팀이 되자 그동안의 경험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비로소 우리는 애초부터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박현수 역시 김성식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경희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박현수에게도 길병민은 이미 유명인사였다. 그도 마찬가지로 길병민의 응원 연락을 자주 받았다. 당시에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도 생각했지만 결국은 호감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고 했다.

인연의 출발점을 이야기하던 레떼아모르 멤버들 표정에는 감사함이 감돌았다. 그러다가도 서로 장난을 칠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았다.

“이렇게 대단한 친구(길병민)가 나한테 적극적으로 어필은 하는데 막상 팀은 안되니까 나 혼자 착각한 건가 싶어 헷갈렸어요. 마치 호감 있는 남녀관계처럼요. 왜 떠보기만 하고 대시를 안 할까 싶었죠. 결국은 결선 전까지 저희 둘이 같이 (무대를) 해보지는 못했거든요(웃음)”(김성식)

“왜냐면 저는 계속 끌려다니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선택권이 없었어요. 오히려 형이 저를 뽑아줘야 하는 상황이었죠”(길병민)

진작부터 함께 무대에 서고 싶었으나 지명을 받아야만 팀원이 될 수 있는 드래프트 룰 때문에 먼저 나서기 어려웠다던 길병민은 ‘그런데 형이 (나 말고) 민석이 형을 뽑았잖아’라는 애교 섞인 말과 함께 김성식에게 눈길을 보냈다. 가만히 웃는 김성식과 길병민. 옆에서 둘을 바라보던 김민석이 고개를 저으며 말문을 열었다.

“랜덤 뽑기라도 한 번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너무 어려웠어요. 마음도 아프고

이렇게 지난 일화를 추억하며 즐거워하던 네 사람 모두 지금 레떼아모르로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

길병민은 왜 처음부터 그토록 형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던 걸까. 길병민에게도 김성식과 김민석, 박현수는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였다. 다가설 용기가 필요했다. 대화를 나눌 때마다 순수한 에너지가 느껴졌던 사람들이라 더 친해지고 싶었고, 쉽지만은 않았던 꿈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꺼내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단순한 쇼 비즈니스가 아닌, 정말 진심으로 호감이 느껴져 더 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방송에 나온 레퍼토리를 준비하면서 쌓는 서사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같은 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또 그동안 살아온 삶이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이 무엇인가를 만들어갈 때 가슴이 뛰어야 하잖아요. 이분들과는 정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응원을 하면서 더 힘을 받는 편인데, 좋은 마음을 표현하면 할수록 더 좋잖아요. 경연이지만 그래도 저는 계속 (호감이 있다는) 티를 낸 거죠”라며 끝까지 자신의 마음을 의심하고 호감마저 숨겼다던 김민석을 바라봤다. 그러자 곧이어 다시 커다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행복한 웃음이었다.

레떼아모르, 방송에서 보지 못한 그들만의 이야기

방송에 나오지 않은 팀 에피소드도 궁금했다.

멤버들이 놀랐던 순간은 바로 김민석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물을 보였던 때다. 생방송 결승 파이널 무대를 앞두고 마지막 곡인 ‘Love will never end’ 리허설을 하던 중이었다. 평소 감정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 김민석이지만, 본격적인 무대를 앞두고 그간의 여정이 담긴 VCR을 본 그 순간만큼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여러 가지 경험들이 빠른 속도로 머릿속을 스쳤다. “방송 내내 조금 더 자신감 있게 임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대중가요나 록발라드에도 자신이 있던 그는 오히려 뮤지컬 등 기타 장르의 다양성에 도전하는 것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가진 성악 베이스에 바탕을 두고 자연스럽게 풀어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까닭이다. 다만 그가 걱정한 것은 익숙지 않은 감정 표현이었다. 그래서 길병민에게 고민 상담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길병민도 김민석의 말에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프로그램 자체가 굉장히 치열했고, 결과물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눈물 많고 감정 표현이 많은 저를 (민석 형이) 무척 신기하게 봤습니다. ‘난 감정이 메마른 것 같다,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며 고민을 말해오는데, 사실 저도 고충을 느끼는 건 똑같았거든요. 그래서 형에게 ‘나도 지금 무대 위 내 모습이 낯설고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그저 그 순간에 사력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그 진실한 마음이 프로듀서님들에게 잘 가닿길 바랄 뿐, 나도 정답을 아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줬죠”

항상 진심을 강조했던 길병민의 마음은 방송이나 상황을 의식한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진짜’였다.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유난히 강조돼서 조금은 낯부끄럽게 느껴진 적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김민석이 점차 힘을 내기 시작하며 두고두고 고맙다 말해주고 자신에게 의지하는 모습에 뿌듯함이 더 컸다. 이런 길병민의 꾸준한 진심이 통해서였을까. 김민석은 감춰오던 감정을 그렇게 한 번 눈물로 터트리고 나니 모든 것이 훨씬 더 편해졌다고 했다. ‘형이 좋으면 뭐든 좋다’고 말하는 길병민에게 김민석은 조용히 웃어 보였다.

다른 멤버들 역시 그의 놀라운 변화를 칭찬했다. 한편의 뮤지컬 또는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선사하자며 나름의 몸짓과 안무를 준비했던 결승 2차 경연곡 ‘Oceano’였지만, 김민석에겐 여전히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몸 쓰는 방법을 묻던 민석이가 오히려 이제는 먼저 점프를 선보이며 이건 어떨지 묻기도 할 만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김성식은 길병민을 주축으로 모였던 4중창 일냈다(존노, 김민석, 박현수, 길병민) 팀을 기점으로 김민석의 감정이 터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했다. 이후 레떼아모르를 만나면서 더 물이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너무나 큰 힘이 됐다’는 김민석은 이제 자신이 직접 느낀 바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며 앞으로 선보일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자신을 둘러쌌던 두꺼운 알을 깨고 나온 김민석의 표정은 정말로 편안해 보였다.

탈락의 위기, 여전히 쓰디쓴 기억들

아찔했던 탈락 위기를 맞이한 경험 또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반드시 떠나야만 하는 경쟁 속에 놓였던 순간은 그 어느 것보다 진한 기억으로 남았다.

길병민에 의하면 본 촬영 전 연습 기간에 탈락을 예감하거나 두려운 감정을 드러냈던 동료들이 실제로 해당 경연에서 탈락하게 돼 많이 놀랐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내가 내일 떨어지더라도’, ‘나 내일 떨어질 것 같아’라고 말했던 분들이 정말 그렇게 됐습니다. 어쩌면 본인이 직감했을 수도 있겠죠. 다 같이 힘드니까 의지를 하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를 한 걸 텐데요. 단상 위에 서서 누군가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모두 가슴이 철렁합니다. 같이 꿈꾸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게 멈춰버리니 생이별을 겪는 느낌이었고요. 인사를 나누기도 어려웠고, 배웅을 해줘야만 하는 상황이 제일 싫었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오가는, 짧은 한 마디로 모두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었죠. 남아있는 사람들도 마치 이별을 경험하지 않은 것처럼 그 다음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마찬가지고요”(길병민)

김성식도 오히려 노래할 때보다 더 떨리는 순간이 바로 이때였다고 했다. 그래서 ‘팬텀싱어3’ 이야기를 나눌 때 누구든 먼저 ‘그때’라는 말을 꺼내면 뭔가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훅 올라오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만큼 함께 나눈 경험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통할 만큼 서로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멍뭉즈(김민석, 최민우, 윤서준)로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어 결승까지 오게 된 김민석에게도 탈락은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 방송에선 그가 탈락이 결정된 뒤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다가 제작진의 연락을 받고 급히 돌아오는 장면이 송출되기도 했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전화가 와서 있던 그대로 달려갔어요. 사실 그 부분이 방송에 나갈 줄은 몰랐는데 재미있게 편집해 주셨더라고요”(김민석)

세 사람이 다시 돌아오기 전, 멤버들은 제작진으로부터 탈락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술을 마시다 오는 참가자와 샤워를 하다 오는 참가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대다수가 김민석이 샤워를 하다 오는 참가자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뜻밖의 결과를 가져와 재미있었다고 추억했다. 김성식은 덕분에 김민석이 ‘깔루아 밀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며 많은 분이 이해해주시고 재미있게 여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잊지 못할 인연, 그리고 자극

이런 어려운 고비를 함께 넘어오는 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자극을 줬던 사람도 있었을까. 길병민은 곧바로 뮤지컬배우 최민우를 꼽았다. 두 사람은 1:1 대결과 2:2 듀엣 대결에서 모두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민우의 탈락이 결정되면서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 했다. 그는 최민우를 두고 ‘진심’이라는 키워드를 실감 나게 해준 거울 같은 존재라 말했다.

“최민우 씨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어떻게 보면 민우 형에게 배운 것을 지금 제가 우리 멤버들에게 전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민우 형은 엄청나게 밝고 긍정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에요. 멤버들이 저를 신기해하는 것처럼요. 형이 더 정 많고 애정 표현도 많이 하는 타입이었죠. 저도 처음에는 신기했어요”

월드클래스라 인정받으며 언제나 열정 넘치고 밝은 모습만을 보였던 길병민이지만 그에게도 힘겨운 시기가 있었다. 오페라단에 사표를 내고 경연에 모든 것을 걸겠다 했을 때 그도 굉장한 두려움을 느꼈다. 확신 없이 잘 움직이지 않는 길병민에게 ‘팬텀싱어3’ 도전은 그저 막연한 가능성이었다. 그런 그를 미소 짓게 만든 데에는 최민우의 역할이 상당했다.

“다가올 운명을 모르니까 그만큼 침체돼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초반만 해도 (저의)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어두웠어요. 그런데 민우 형은 제게 사랑한다는 말, 좋아한다는 말, 할 수 있다는 말을 끊임없이 해줬습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강했고요. 저도 민우 형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형에게 배운 소중함을 앞으로 만날 운명 공동체에게 사력을 다해 전하자고 생각했죠. 아마도 민우 형이 없었더라면 저 역시 뭔가 새로운 걸 더 해보지도 못하고 떨어졌을지 모릅니다. 정말 많이 고마운 사람이고 또 너무 많이 울게 만든 사람이어서 더 애틋합니다”

그래서 길병민은 레떼아모르 멤버들이 부끄러워하는 줄 알면서도 계속 마음을 두드리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더 많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해야겠다 결심했다. 그의 다짐은 변함없이 현재 진행형이다.

김성식에게는 바리톤 안동영이 그런 존재였다. 모든 참가자들이 대단한 실력자였기 때문에 어떤 무대든 빼놓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자극제가 됐지만, 그래도 항상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였다. 자극은 곧 위안이기도 했다. 순간순간 운명을 받아들이며 걷던 그에게 3중창을 함께 한 안동영과 레떼아모르 멤버가 된 박현수는 특별히 따스한 기억으로 남았다. “전 표현에 서툰 편이에요. 그런데 매번 제게 사랑한다고 말해준 사람이 동영이였습니다. 굉장히 낯간지러운데 그게 정말 좋았어요. ‘같이 하는 사람이 좋으니까 정말 더 좋은 무대가 나오는구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해줬죠. 저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해요. 예전에는 (레떼아모르) 동생들이 ‘형 사랑해!’ 하면 어색해했는데 지금은 ‘어, 나도’까지는 합니다. 그게 참 좋은 표현인데 많이 안해봐서......”

김성식의 말에 다른 세 사람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몇 번이나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박현수는 라비던스(RabidAnce)의 멤버가 된 테너 존노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에게 공통점도 참 많아 보였다. 두 사람 모두 뛰어난 노래 실력 뿐만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패션 감각으로 눈길을 끌었던 타고난 예술가다. 그는 존노를 두고 처음부터 이유 없이 끌렸다고 했다. “신기했어요. 그냥 끌렸죠.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거든요. 형은 한 소절을 노래해도 마음을 넘어서 영혼을 울려요. 마치 영혼에게 전하는 이야기처럼 들리죠. ‘어떻게 저렇게 노래하지’ 싶었어요”

동료를 향한 동경과 애정은 어느새 마음속 깊은 응원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김민석은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자기 자신을 가장 큰 자극제로 기억한다고 했다. 경연 과정은 김민석에게 매 순간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더 자극을 받으려 했다고 말했다. 여유를 느낄 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멤버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제공=JTBC
사진제공=JTBC

‘팬텀싱어3’ 갈라콘서트, 특별했던 추억

잠시 멈추게 된 갈라콘서트. 과연 무대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공연 이야기를 시작하자 멤버들의 표정은 한순간에 더 밝아졌다. 뜨거웠던 공연의 열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 보였다. 우선은 모두 어려운 상황 속에 기적같이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관객을 직접 만나 정말 좋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뻤단다. 또, 레떼아모르 뿐만 아니라 전부 다 방송에서보다 훨씬 잘해서 더 많은 분이 현장에서 콘서트를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했기에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번 갈라콘서트는 다양한 특별 무대로 일찍이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춤과 랩, 컬래버레이션 무대까지 정말 놓치기 아까운 순간들이 많았다. 예상한 대로 모든 멤버들이 고루 인기를 끌었지만 온라인상에서 유독 자주 언급된 이름이 있다. 바로 김성식이다. 길병민이 그에게 이번 갈라콘서트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달라고 부탁했다.

김성식은 모니터링을 하면서 ‘갈라콘서트의 재발견’이라는 말씀을 해주신 걸 발견했을 때 가장 감사했다고 했다. 방송에서 미처 다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좀 더 즐기면서, 더 나아진 모습으로 보여드리겠단 마음을 알아주신 것 같아 훨씬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이야기했다. 기쁜 표정으로 ‘앞으로 제가 더 잘할게요’라 말하는 김성식에게, 그의 경연곡 중 하나였던 ‘Te Quiero, Te Quiero’ 무대 반응도 알고 있는지 물었다. 순간 멤버들이 모두 웃으며 김성식을 바라본다.

“그 노래는 동영이랑 같이 선곡한 거예요. 저에게 포인트가 있던 곡이어서 운이 좋았던 것 같고요. 또 최종 12인으로 올라가기 위한 관문에서 만난 곡이었기 때문에 가장 뜻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치고 나오는 부분을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어떻게 보면 ‘팬텀싱어3’에서 만난 저의 인생곡이자 재발견의 계기가 된 곡이 아닌가 싶어요.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발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박현수는 갈라콘서트를 준비할 때, 마치 첫 데이트를 나가는 기분이어서 설렜다고 했다. 매번 다른 장르에 도전할 때마다 ‘이게 되네’라며 본인도 놀란 경험이 많다던 그다. 매회 그랬는데, 마지막 데이트가 끝나고 나서 다음 데이트를 기다리다 졸지에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아이돌 못지않은 춤 실력으로 놀라움을 안긴 그에게 비결을 묻자 그저 흥에 겨워서 췄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답한다. 그러자 지켜보던 길병민이 박현수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현수 형의 아티스틱함이 여지없이 펼쳐진 무대였어요. 형이 어렸을 때부터 쭉 지켜봐 오던 마이클 부블레 같은 느낌, 제스처나 춤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온몸으로 발산하는 음악이 현수 형에게 너무나 잘 어울렸고 참 잘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날아다닐 수 있는 사람이, 왜 음악을 포기할 생각을 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보면서도 참 행복했어요”

그런 길병민도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한 바 있다. 그는 그저 자연스럽게 평소처럼 노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동경했던 것이 기회가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역시 이유 없는 무대는 없었다. 그에겐 장면 하나하나, 가사에 담긴 의미도 중요했다.

멤버들은 갈라콘서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으로 불빛 이벤트를 골랐다. 마지막 앙코르곡을 부를 때 관객들이 객석에서 환하게 밝혀준 휴대전화 불빛은 모두에게 큰 감동으로 남았다. 실제로 보니 마치 별을 보는 것처럼 더 예뻤다고도 하고, 상황상 환호를 보내지 못하는 대신 멀리서도 빛으로 더 밝게 화답을 해주시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고 했다. 아직 갈라콘서트를 보지 못한 분들께는 “오래 기다리신 만큼 훨씬 더 좋은 모습, 새로운 모습을 장착해서 후회하시지 않을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는 말을 전해달라 말했다. 더불어 현장에서 라이브로 느끼는 감동은 확실히 다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잊을 수 없는 응원 메시지

더욱 뜨거워진 인기만큼 팬들의 반응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한 레떼아모르. 외출을 자제해야 하다 보니 그만큼 집에 머무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래서 요즘은 온라인 댓글이나 메시지를 비교적 자주 보는 편이라고 한다.

박현수의 경우 요즘 유행하는 재미난 댓글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마음에 깊이 박힌 댓글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을 간직한 팬의 댓글이었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동생과 너무 닮아서 자주 찾게 된다는 말씀을 남겨두셨는데, 그 글을 보자마자 내가 더 많이 얼굴을 비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영향력을 끼치는 거니까 또 더 잘해야겠다 싶었고요” 박현수에게는 그 모든 반응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여러모로 치유가 된다는 댓글을 봤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는 김민석은 특히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우리의 음악이 또 다른 치료제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고 했다. 그의 마음을 가득 채운 키워드는 다름 아닌 ‘위로’였다. 노래하는 이유를 찾게 되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글이나 편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던 길병민도 많은 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과거 영상들을 종종 찾아보는데 ‘자랑스러운 아들’이나 ‘한국의 보물’이라는 이야기를 보다 보면 참 부끄러우면서도 과분하고, 또 강한 동기부여를 느낀다는 그다.

“댓글도 시간과 마음을 들여 써 주시는 거잖아요. 보면 가볍게 쓰시고 마는 것이 아니라 편지처럼 진심을 꾹꾹 담은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너무 힘들 때나 조금 해이해진 마음이 들면 쉬면서 그런 댓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게 돼요. 정말 소중하죠”

레떼아모르의 ‘부캐’, 제2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이토록 사랑받는 레떼아모르에게 기존과는 또 다른 매력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부캐(평소 내 모습이 아닌 새로운 캐릭터)’를 설정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은지 물었다.

먼저 박현수는 자신의 부캐를 영문 이름을 활용한 ‘노아 박(Noah Park)’으로 골랐다. 그는 현재 유튜브 채널 ‘현수박수박수쳐’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외출이 어려운 시기, 그에게 레떼아모르를 제외하고 가장 가까운 친구와 다름없는 것은 바로 기타였다. 레떼아모르와는 또 다르게 자유로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이 무척 여유롭게 다가온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누구나 자기 전에 편안하게 듣기 좋은 음악을 하고 있다는 그가 참 행복해 보였다.

다음으론 김성식이 제2의 모습으로 ‘연기자’ 김성식을 떠올렸다. 방송에서는 순수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만 나간 것 같아 부끄럽지만, 실제로는 그와 달리 어둡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도 있다고 했다. 동시에 박현수의 ‘노아 박’ 유튜브 채널에 강력한 출연 의사를 밝히며 ‘불꽃 카리스마 성식’ 이미지로 찾아가겠다는 말도 추가했다.

혹시 뮤지컬 무대가 그립지는 않을까. 그는 당연히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단, 당분간은 팀에 집중하고 내년에 기회가 닿는다면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특별히 소망하는 작품이 있는지 묻자 그는 어떤 작품이든 소중하다고 하면서도 제일 먼저 남자 배우들의 로망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꼽았다. 김성식은 ‘팬텀싱어3’ 예심에서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의 넘버 ‘날 시험할 순간’을 불러 합격했다.

“조승우 선배님이 제 롤모델이거든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지킬앤하이드’를 꼭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 루돌프 역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그 두 가지는 정말 꼭 해보고 싶을 만큼 특별합니다. 그 외에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떤 역할이든 다 하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조심스러우면서도 당찬 포부를 밝히는 김성식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언젠가 그가 주연으로 무대에 서는 날, 칼럼을 통해 그의 뮤지컬 이야기를 담을 미래도 자연스럽게 기다려졌다.

‘온앤오프(On & Off)’가 확실한 김민석은 ‘성악가 김민석’과 자신의 본래 모습을 분리하고 싶다고 했다. 성악을 할 때만큼은 직업에 어울리도록 최선을 다하고, 평소에는 조금 엉뚱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답변이었다.

길병민 역시 김민석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 너무 진지하고 어둡거나, 죽음을 소재로 한 노래를 많이 하는 파트를 담당하다 보니 강한 인상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와서 좀 더 밝은 이미지의 캐릭터를 갖고 싶다고 했다. 언제나 힘차고 밝은 모습을 보여왔던 그여서 더 의외라 느껴졌다.

“사실 장난스러운 모습이 많아요. 형들하고 있을 때 저다운 모습이 더 드러나는데 방송에서는 ‘울보’나 진지한 캐릭터로만 비춘 것 같아 아쉬움이 커요. 그래서 저의 부캐는 ‘포지티브 파이팅’,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진) 용감함과 편안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릴 거예요”

박현수와 마찬가지로 유튜브 채널 ‘길병민 TV’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은 잠시 멈춘 상태다. 하지만 언젠가 준비가 되면 다시 그가 바랐던 밝은 모습을 담아낼 계획이라 말했다. 이렇게 지금도 충분히 멋진 네 사람이 그린 또 다른 그림은 마찬가지로 기분 좋은 상상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사진제공=JTBC
사진제공=JTBC

‘레떼아모르’가 꿈꾸는 미래

레떼아모르를 응원해 온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앞으로의 행보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실하게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아직 없다고 했다. 소속사와의 접촉도 계속 진행중이다. 일전에 언급했던 공식 유튜브나 단독 콘서트를 구체화하는 일 모두 매니지먼트가 확고해진 이후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속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으니 앞으로 레떼아모르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 자부했다.

길병민은 레떼아모르가 진심으로 뭉친 팀인 만큼 여러 가지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개인의 장점과 팀으로서의 매력을 동시에 끌어낼 콘텐츠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공연예술계의 상황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열린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비대면 콘서트나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찾을 매체는 많지만 그를 포함한 멤버 모두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가치를 담아 탄탄한 선물로 다가가고 싶다는 뜻이 확고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레떼아모르) 음악으로서의 위로와 행보’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점입니다. 멀리 보고 싶어요.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밝은 에너지와 음악이 주는 위로이니 그걸로 어떤 동기부여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레떼아모르의 미래는 끊임없이 건강한 모습과 희망을 드리는 모습일 거라고 약속드리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무대를 준비하고 싶고요”(길병민)

열정으로 가득 찬 레떼아모르의 십년 뒤 모습은 과연 어떨지도 궁금했다. 그들은 월드 투어에 걸맞은 팀, 멋스럽게 나이 들어 있는 네 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레떼아모르가 추구하는 모습은 세계적인 팝페라 그룹 ‘일 디보(Il Divo)’다. 새로운 세대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그룹이 되어 세계 진출과 월드 투어가 자연스러운 팀이었으면 좋겠다는 꿈은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두에게

인터뷰 마무리를 앞두고 레떼아모르에게 마지막 인사를 부탁했다. 네 사람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각자 인사를 전했다.

“잘 지내? 아프지 마”(김민석)

“부디 별 탈 없이 건강한 시간 보내시다 재회했으면 좋겠습니다. ‘늘 곁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길병민)

“정말 많이 보고 싶어요. 레떼아모르를 찾아주시는 마음, 그분들이 없으면 저희의 존재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희가 (여러분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박현수)

“팬 여러분이 갖고 계신 생각들은 저희와 동일합니다. 건강하게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같은 마음이라고 꼭 전해주세요”(김성식)

마치 눈앞에서 독자들과 실제로 마주한 듯 끝인사를 전하는 레떼아모르의 모습은 마지막까지도 진심 그 자체였다. 늘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레떼아모르가 함께 나눌 더 새로운 이야기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머지않아 레떼아모르가 그린 오늘의 푸른 꿈이 화사하게 펼쳐질 그 날을 응원하며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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