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살 및 화장 지시 내린 北고위급 관계자는 누구?
그들은 왜 총을 쐈고, 우리는 왜 10시간 침묵했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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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북한에서 실종된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고 불태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을 향해 강력 규탄 했다. 국제사회에서 이 소식은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몇 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년 전 박왕자씨 피격 사건과 대비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지난 21일 소연평도 인근에서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던 공무원 A씨가 사라졌다. 11시 30분쯤 A씨가 벗어둔 신발을 발견한 동료는 12시 50분 해경에 신고했고, 군은 이때 실종 상황을 처음 인지했다. 그리고 해경과 해군, 해수부 선박이 총동원돼 수색을 벌였지만 찾지 못했다.

그 다음날인 22일 실종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38km 떨어진 북한 등산곶 해역에서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북한 수산사업소 소속 선박에서 발견됐다. 이후 북한 해군 소속 단속정 몇 척이 나타났고, 오후 4시 40분경 북한 단속정에 탄 이들이 실종자와 거리를 유지한 채 표류 경위를 확인하며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이 군에게 포착됐다.

이때 북한 단속정은 A씨가 해류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결박하는 조치를 취했을 뿐 구조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 9시 40분경 북한 단속정은 A씨에게 총격을 가했고, 그 자리에서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 군 관계자는 “이 총격이 북한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고 이뤄진 것이며, 몇 발을 쐈는지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군은 A씨의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군은 A씨가 실종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했고, 소형 부유물에 올라타 이동했다는 점을 들어 자진 월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북한군에 발견된 후에도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가 수영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38km를 수영했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동료 공무원들은 의문을 표시했다.

서해어업관리단 직원들도 A씨의 월북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평소 북한을 찬양하거나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A씨의 친형또한 월북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실종된 해역이 조류가 강한 곳이고 표류 시간이 30시간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자진 월북을 하려고 했다면 30시간 이상 표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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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그럴 이유 없다

일각에서는 A씨가 자진 월북이 아닌 실족 했을 가능성이 있고, 북한 땅에 닿았을 때는 이미 사망을 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북한이 A씨를 향해 사살을 한 것도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확인사살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북한이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집단이라고 하지만 자진 월북 의사를 밝힌 사람에게 사살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을 일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 가면서까지 자진 월북 의사를 밝힌 사람을 생존한 상태에서 사살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미 사망한 상태가 아니었냐는 추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북한이 무엇 때문에 사살을 했고, 시신을 불태웠는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자진 월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시선이 강하게 작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 대통령의 10시간

또 다른 의문은 A씨가 어업지도 업무 중 실종됐고, 총격 사살 및 시신 훼손 첩보가 입수된 뒤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10시간이나 걸렸으며, 이를 국민들에게 발표한 것은 첩보 입수 후 34시간이 지났다는 것이다.

군은 21일 12시 50분경 처음으로 실종에 대한 인지를 했다. 그렇다면 군은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해야 했는데 10시간동안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의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첫 서면보고를 받은 시간은 22일 오후 6시 35분이다. 이는 북한 선박이 실종자를 발견한 정황을 입수한지 약 3시간 만이다. 또한 서면보고 4시간 뒤인 밤 10시 30분쯤 청와대는 ‘북한이 월북 의사를 밝힌 실종자를 사살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23일 오전 1시부터 2시 30분까지 청와대에서 회의가 열렸고, 23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청와대 서훈 안보실장과 노영민 실장이 새벽 회의에서 정리된 첩보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했다.

해당 첩보를 입수한지 10시간 만에 보고를 받은 셈이다. 그러는 사이 문 대통령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10시간 보고가 늦은 것에 대해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새벽 1시부터 관계장관 회의가 소집돼 정보에 대한 분석이 들어가서 다음날 아침 8시 30분에 보고가 된 것은 상당히 짧은 시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야권은 10시간이나 보고가 늦어진 것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보고 지체와 공식 발표 지연 경위에 대한 집중 추궁이 이뤄졌다. 특히 문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인지하고도 종전선언을 이야기한 것이냐고 야당 의원들은 따졌다.

김정은 지시? 김여정 지시?

또 다른 의문점은 북한 고위급 지시 없이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울 수 없다는 점에서 과연 누가 지시를 내렸냐는 것이다.

군의 발표대로 자진 월북을 한 사람이라면 생존 상태에서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것은 천인공노할 일이다. 이런 이유로 과연 누가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가 여부가 중요한 문제다. 군은 시신을 불태운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신을 불태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고위급 관계자가 지시를 내렸을 텐데 이 고위급 관계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도 보고를 받지 않았냐는 추정을 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북한 땅에 들어갔는데 사살을 하고 시신을 불태웠다면 김 위원장이나 최소한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보고가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북한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살하고 불태웠다는 것은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이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북한 사회 전역에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시신을 불태웠다는 것은 필경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아 마땅할 조치다. 이런 이유로 어떤 고위급 관계자가 이런 지시를 내렸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왜 시신을 불태웠는지에 대해서도 따져야 한다. 군의 발표대로 코로나19 감염 때문이라고 한다면 북한의 코로나19 감염은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북한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우리와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남북 관계가 과거와 같이 돌아가는 것은 당분간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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