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이를 크게 키운 고전 한마디’ 김재욱 작가
아이를 기르기보다는 잘 크도록 돕는 것이 부모 역할
자녀의 단점, 억지로 바꾸려면 장점까지 해칠 수 있어
지혜·성취과정 담긴 고전, 자녀 양육에 참고서로 충분

김재욱 작가 ⓒ크레타스튜디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이하영 인턴기자】 자식이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길 꿈꾼다. 이를 위해 먼저 부모가 된 지인으로부터 귀동냥해 얻은 정보나 TV 프로그램이나 책을 통해 습득한 교육방식 등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보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김재욱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밖에서는 한문학자로서, 교수로 불리는 그도 집에서는 네명의 딸을 기르는 평범한 아빠였다. 

김 작가도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자녀교육에 있어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들에 부딪혀왔다. 그에게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앞이 보이지 않는 정글을 헤매는 것과 같았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담을 10년 가까이 자신의 SNS를 통해 수천 명과 공유해왔다. 이를 토대로 지난 8월 부모로서 가진 공통된 고민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을 뛰어넘어,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하는 수많은 부모들과 함께 현명한 길을 찾고자 책 <아이를 크게 키운 고전 한마디>를 펴냈다.

그는 한문학자답게 고전 속에서 ‘우리 아이는 성공해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욕심보다는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 진정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투데이신문>은 김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아이 넷, 한문학자 아빠가 10여년간 쌓아온 지혜로운 자녀교육법에 대해 들어봤다.

Q. 먼저 <아이를 크게 키운 고전 한마디>가 2쇄를 찍게 된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독자여러분 덕분에 비교적 빨리 2쇄를 찍었는데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글인데 독자여러분께서 좋게 봐 주신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열심히 쓰라고 격려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격려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감사드립니다.

Q. 페이스북에 이 이야기를 업로드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가족을 포함한 제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페이스북 친구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게 가장 큰 계기이자 이유겠고요. 저는 아직 여러분께 ‘작가’라는 말을 들으면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요. 뭔가 작가라고 하면 ‘정리된 글’을 쓰는 줄 아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모든 면에서 안정되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글을 써서 독자에게 무언가를 전해주는 사람으로 보는 거죠. 그러나 저는 교훈을 주려고 하는 글이나 저자의 주장을 강조하면서 독자를 설득하려는 의도가 담긴 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꾸미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되도록 꾸미지 않고 상황을 그대로 써서 읽는 분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랐습니다.

Q. ‘요즘 아이들’이란 표현을 많이들 합니다. 작가님이 보고 느낀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요. 요즘 아이들은 과거와 다르다며 다양한 종류의 교육법도 나오는데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요즘 아이들’이라는 말은 옛날부터 있어왔습니다. 좋은 의미를 담고 있지 않죠. 자신의 세대와 비교 했을 때 ‘요즘 아이들’은 철이 없고, 노력도 안 하고, 이기적이고, 예절도 바르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칭찬의 뜻을 담고 ‘확실히 요즘 아이들은 다르네’라고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보다는 ‘요즘 아이들’에는 어른이 아래 세대를 얕잡아 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고 봐요.

자신들도 어렸을 때 요즘 아이들이라는 말을 들었고, 그러면서 ‘나는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했을 거거든요. 그런데 커서 똑같은 어른이 되어 버리고는 ‘우리 때는 안 그랬어’라고 하거나 ‘옛날 어른들 말 그른 거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래 세대를 나이나 힘으로 눌러버리죠. 저도 이런 어른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우선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 보면 제가 어릴 때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고 봅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교육환경이 좋아져서 공부가 넓고 깊어졌어요. 자유롭게 사고하고 거침없이 표현합니다. 교육 방법이 다양해 진 것은 물론 예전과 지금의 아이가 달라져서 그런 것이겠는데요. 그보다는 사회의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도 그 환경에 따라 변하는 거죠. 그리고 현재는 아이들의 상태를 세분화해서 보고, 그에 맞춰서 가르치려고 하잖아요. 가르치는 방식이 다양해 진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네 명의 딸을 키우시면서 10년간 자녀 교육방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요.

첫째와 둘째가 클 때까지 저는 자식을 키워야 할 대상으로 봤어요. 제가 삶의 경험이 많고, 배운 것도 많으니까 얘들을 제 방식대로 가르쳐야 하고, 그렇게 해야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고, 저도 부모노릇을 잘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아이들한테 무엇을 가르칠 때 아이보다는 저를 중심에 놓았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아이들과 관계가 좋아지지 않더라고요. 아이들은 가정에만 머물지 않잖아요. 학교도 가고, 친구들과 만나고, 부모 이외의 다른 어른들도 보면서 큽니다. 제가 전부가 아닌 거죠. 아이들도 그걸 알아가고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자랍니다. 제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커 가는 것’이라는 점을 저도 ‘커 가면서’ 알게 됐습니다. 이래서 셋째를 보면서부터는 아이들한테 무언가를 ‘교육’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도록 돕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책을 통해 부모는 자녀들의 학업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믿고 맡기며, 자녀의 단점을 극복시키기보다 인정해야 하는 태도 등을 가지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매우 어려운 일일 것 같습니다.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좋은 대학을 나와야 사회에서 대접받는다는 인식이 깊게 뿌리박혀 있잖아요. 이런 생각에 반발하는 분들도 많긴 한데, 제가 보기엔 이런 인식은 예전보다 오히려 더 깊어졌다고 봐요. 저도 한국에 사는 사람이니까 저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그 사람의 삶이 행복해 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출신 대학은 삶을 구성하는 아주 많은 것 중 하나일 뿐이죠. 그 하나를 얻기 위해 죽을힘을 다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일 텐데요. 아이들도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하는 거죠. 일등부터 꼴찌까지 대학 입시 하나에 모든 걸 겁니다. 이래서 저 같은 경우는 열심히 라라고 하기 보다는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합니다. 이게 옳은 지 그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굳이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다쳐가면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창시절에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장점이나 단점은 없다고 생각해요. 단점을 억지로 바꾸려고 노력하면 갖고 있는 장점까지도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Q. 책을 읽으면서 매우 자상한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작가님의 자녀들이 작가님의 교육방식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어본 적 있는지요.

아이들과 평화로운 상황에서 이야기하는 걸 썼으니 그렇게 보셨겠죠. 하하.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막내가 제 책을 보더니 웃더라고요. ‘우리집이 원래 이렇게 평화로웠나?’ 자상하게 봐 주셔서 감사한데요. 소리를 버럭 지를 때도 있고, 맘에 안 들면 나이 가지고 눌러 버리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자상한 아버지는 아닌 것 같아요. 아이들과 가끔 싸우기도 해요. 교육방식, 이걸 갖고 아이들하고 이야기 해 본 적은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가르치려는 의도를 지니지 않고 이야기를 했더라도 아이들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그런 것이겠고, 제가 끊임없이 가르치려는 태도를 버리려고 노력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다른 집 아빠들에 비해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좋냐?’고 물었더니 ‘당연하지’라고 하는 걸 보면 아이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실제로 저는 아이들이 제가 모르는 뭔가를 하고 있으면 되게 신기해 보이고 멋있어 보이거든요. ‘그게 뭐냐’, ‘와, 그런 걸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봅니다. 아이들 사기를 북돋아 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멋있어보여서 저런 말을 하는 건데요. 아이들이 그 마음을 알아주고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자상한 아빠라기보다는 아이들하고 친한 아빠인 것 같고, 그런 아빠가 되고 싶어요.

Q. 책 속에서 자녀들이 부모님께 존댓말을 하지 않고 때론 친구처럼 편안하게 얘기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 존댓말을 강요하고, 위아래를 분명히 하고자 하는 풍조가 짙은데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부모 자식 사이니깐 위아래는 없고 싶어도 없을 수가 없어요. 저희 부부하고 아이들하고도 아래위가 있죠. 그러니까 가끔 아이들이 저희들 말에 반박을 하면 화를 내면서 버릇없다고 뭐라고 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모님들도 많겠죠.

우선 저는 자식이 존대를 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모를 높이는 게 버릇이 되어 있으면 밖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도 자연스럽게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겠죠. 다만 저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고요. 말을 놓는 게 편합니다. 저하고 아이들하고 말을 놓는다고 해서 뭔가 잘못될 일도 없다고 생각해요. 말을 높인다고 해서 존중하는 마음이 배양된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이건 저를 포함한 부모들의 취향 문제 같아요. 존대를 하는 아이의 부모든, 반말을 하는 아이의 부모든 서로의 생각을 인정해 주면 되는 거라고 봅니다.

<사진 제공 = 김재욱 작가><br>
 김재욱 작가 ⓒ크레타스튜디오

Q. 일반 교육 도서와는 다르게 이야기책 형식으로 돼 있어, 친한 학부형의 ‘썰’을 듣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타깃 독자는 누구였나요.

제 책에는 아이들 이야기 외에도 저의 선생님, 학생, 부모님, 형제의 이야기도 실려 있습니다. 주로 아이들 이야기가 많아서 그렇게 느끼신 것 같은데요. 페이스북에 연재를 할 때는 특별히 타겟을 두진 않았습니다. 출판을 하면서 30대 중반에서 50대 독자들을 타겟으로 삼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죠.

Q. 부모 교육을 위한 책이지만 자녀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도, 부모가 자녀를 잘 가르치는 데도, 선배들의 조언이 필요한 2030세대에게도, 직장 내 CEO부터 신입 직원들까지 모두에게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 분들의 반응과 작가님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 책은 부모 교육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저도 아직 부모로서 배워야 할 게 많은데 감히 누구를 가르치겠습니까. 카테고리를 나누다 보니 부모 교육이나 자녀교육 쪽으로 간 것뿐입니다. 제 주변의 이야기지만, 한국에 사는 어른들도 한 번쯤 겪어봤을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각자의 방식대로 읽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자님께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읽으셨으니 이렇게 좋은 평가를 해 주셨다고 생각해요.

다른 분들 평가도 다행히 좋은 것 같습니다. 주변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초등학생들도 제 책을 읽고 ‘글이 좋다’, ‘재미있다’는 말을 했다더라고요. 제 딸아이들도 지금껏 제가 쓴 책 아홉 권은 어려워서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은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군요. 쉽고 재미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어른들도 좋아하셨는데요. 특히 저의 대학시절 은사님 이야기가 나오는 꼭지에선 눈물을 흘렸다는 분도 계셨어요. 제가 제 글을 평하는 거 같아서 참 부끄럽습니다만, 여러분이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쉽게 읽힌다고 하셨습니다.

김재욱 작가 ⓒ크레타스튜디오

Q. 과정보다 결과 중심인 사회에서 고전을 통해 이야기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해답을 고전에서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고전을 주로 읽었지만, 고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열쇠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옛날과 지금을 비교해 볼 때 사람의 심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사회의 모습이 매우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고전으로 현대의 모든 면을 이해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유는 고전 안에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꽤 많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과 지금은 많이 다르지만, 일을 성취하는 과정,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갈등, 각자의 욕망은 거의 비슷하거든요. 현대인들이 왜 <손자병법>이니 <삼국지>니 하는 걸 읽겠습니까. 사람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재미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요. 이들 외에 현재까지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아 있는 책에는 지혜롭게 살기 위해,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이 들어 있습니다. 참고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보고요.

Q. 옛 선인들의 말을 인용하면 요즘 말마따나 ‘꼰대’스럽다는 반응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자, 맹자부터 한문, 한시 등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요즘 학생들이 고전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배우기 전과 후가 많이 다를 거 같은데요.

이게 참 어려운데요. 우선 저는 꼰대라고 인정을 합니다. 꼰대니까요. 그런데 꼰대인 제가 봐도 어떤 글을 보면 하품이 나고, 어떤 글을 보면서는 ‘뜬구름 잡는 소리 하고 있네’라고 툭 내뱉기도 합니다. 배우는 학생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다만 저는 이 분야를 좋아해서 전공을 했고, 강의도 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한테 제대로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굳이 학생들한테 교훈을 주려고 하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을 한답시고 현재와 비교하면서 알려 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제 의견도 되도록 말하지 않습니다. 이걸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긴 할 텐데요. 적어도 제가 봤을 땐 저런 건 대부분의 학생들이 싫어합니다. 내용만 설명해 줘도 다 알아 듣고 자신들이 알아서 생각도 합니다.

학생들이 한문 고전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가르치는 선생의 태도가 결정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학생들한테 어렴풋이 한문 고전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겁니다. 일단 자주 접하질 않았으니 어렵다는 생각, 한문 고전에는 전부 이래라저래라 하는 꼰대들 말만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건 학생들 잘못이 아니라, 유교 중심의 한문 텍스트만 중시했던 잘못된 관습 때문에 비롯된 문제라고 봐요. 텍스트의 범위를 넓히고, 선생이 고전의 권위를 빌려서 자기 권위를 세우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랑을 하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만, 지금껏 저한테 한문을 배운 학생들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해 주었고, 한문 고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었다’고 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지혜를 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Q. 맹모삼천지교와 같이 맹자 어머니의 교육 방식이 지금도 통할까요. 지금의 맹자 어머니라면 자식들을 어떻게 가르쳤을까.

우선 맹모삼천지교의 이야기는 실화가 아니라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밝혀 두겠습니다. 맹자 어머니가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면 처음부터 서당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갔겠죠. 그만큼 교육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지금의 맹모삼천지교는 좋은 학원이 있는 곳, 좋은 학교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걸 의미하겠죠. 반대로 이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는 곳에 가서 사는 것을 맹모삼천지교로 보는 분들도 계실 것으로 봐요.

뭐가 되든 맹자 어머니가 사회적인 성공을 바라는 성격을 지녔다면 좋은 학교, 좋은 학원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갔을 것이고, 그 반대라면 학업 스트레스가 덜 한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았을까요? 이런 면에서 맹모삼천지교는 교육 방식이 아니라 교육 환경 쪽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봐요.

Q. 이제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수험생과 수험생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도 대학생이 된 아이 둘이 있고, 내년에 대입시험을 보는 아이도 있습니다. 부모님도 부모님이겠지만, 당사자인 수험생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떨리겠습니까.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잘 와 닿지 않으실 것이라고 봐요. 그저 별 탈 없이 시험 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학업에 지장이 많았을 텐데 걱정이네요. 컨디션 유지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여러분은 수험생이기 이전에 한 가족의 소중한 딸이고 아들입니다. 스스로 귀한 사람이라고 여겨주기를 바랍니다. 부모님께서는 우리 부모님이 그러하셨듯이 기다려주시고 북돋아주시고, 무엇보다 자식을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족함이 많은 글을 아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긴 인터뷰 기사 끝까지 읽어주셔서 또 감사드리고요. 저의 책 <아이를 크게 키운 고전 한마디>를 아껴주시고, 앞으로 출간될 다른 책도 지금처럼 아껴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코로나 때문에 일상이 어그러져 있습니다. 늘 건강에 유의하셨으면 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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