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500여명의 보호종료청소년 발생
안정적 자립 위한 정부 지원 마련돼 있어
수당·주거 등 물리적 자립지원은 충분해
심리·정서적 지원 있지만 아직은 미흡
지원 없어서 못 받기보단 몰라서 못 받아
정보 제공·정서적 의지 가능한 장치 필요

경제적 문제나 가정문제, 학대를 이유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은 아동양육시설,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의 보호 아래 성장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어릴 때 일이다.

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종료청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에 홀로서기를 해야만 한다. 시설의 보호 아래 정해진 대로 살아왔던 생활과는 달리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야 하는 자립 후 삶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유는 독이 돼 보호종료청소년을 빈곤으로 내몰기도 한다.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등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있기는 하나 스스로 생활을 이어가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 생활환경에 변화를 겪는 보호아동에 대한 심리적·정서적 지원도 미비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심리적·사회적·경제적 독립’으로써의 자립은 어려운 상황이다.

<투데이신문>은  [열여덟, 맨땅에 헤딩] 시리즈를 통해 6편에 걸쳐 자립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해 어려움을 겪는 보호종료청소년의 삶을 조명해 봤다. 보호종료 당사자들을 만나 남들과는 다른 인생에 대한 이야기, 자립 준비와 이후 생활,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더불어 전문가들을 만나 보호종료청소년의 안정적인 자립 정착을 위한 정책 과제에 대해 고찰해봤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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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김태규 기자】 세상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품 안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저마다의 사연으로 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 등의 손에 맡겨지기도 한다.

‘보호대상아동’으로 분류돼 국가의 보호체제 안에서 성장하는 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시설의 울타리를 벗어나 ‘보호종료아동’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보호종료아동은 가까이에서 자립을 지원해 줄 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보호종료아동의 안정적인 자립 정착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해 왔고 지금도 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호종료아동의 상당수가 여전히 빈곤한 삶에 허덕이고 있다. 당사자들은 그 이유를 경제적 지원 부족이 아닌 낮은 정보 접근성과 관련 교육이나 도움을 줄만한 역할 부재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호종료청소년 현황 <자료 출처 = 아동권리보장원>
보호종료청소년 현황 <자료 출처 = 아동권리보장원/허민숙 입법조사관>

한해 보호종료청소년 2500여명

우리나라는 아동복지법상 보호자가 없어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경우, 학대를 당한 경우 등 보호자가 양육하기 적절하지 않거나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을 ‘보호대상아동’으로 규정한다.

보호대상아동으로 분류되면 아동양육시설이나 가정위탁 등 체제 안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올 5월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에 따르면 보호대상아동 수는 △2005년 9420명 △2010년 8590명 △2015년 4503명 △2019년 4047명이다.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이는 절대적인 수치가 줄었다기보다는 출생률 감소의 영향이라고 보호종료청소년 지원 단체들은 분석한다. 

보호대상아동 발생 원인으로는 △학대가 36.1%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부모 이혼 18.8% △혼외자 15.9% △부모사망 및 질병 9.6% △유기 8.2% △비행·가출·부랑 5.9% △부모빈곤 및 실직 5.1% △미아 0.5% 순이었다. 

이들은 조부모·친인척·다른 가정 등에서 정부의 보조금으로 보호되는 ‘가정위탁’이나 양육시설·쉼터·그룹홈 등 ‘시설입소’, ‘입양’을 통해 보호조치를 받게 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가정형 보호를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시설보호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가통계포털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아동양육시설 및 그룹홈 보호가 55.6%, 가정위탁에서 보호가 44.4%로 조사됐다. 같은 해 신규 발생 보호대상아동의 경우도 시설입소 62.5%, 가정보호 37.5%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보호대상아동이 언제까지나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동복지법 제16조에서는 보호대상아동의 연령이 만 18세에 이르면 보호조치가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보호종료청소년 수는 △2015년 2677명 △2016년 2703명 △2017년 2593명 △2018년 2606명 △2019년 2587명으로, 매해 2500명이 넘는 보호종료청소년이 발생하고 있다.

법률상 만기 퇴소 기준은 만 18세이지만 대학 이하의 학업완수, 직업교육 이수, 병이나 그 외 사유 등을 이유로 보호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18세 이전에 보호종료되는 경우도 있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발간한 2018 아동자립지원통계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중간 보호 종료 사유로는 원가정 복귀(39.5%), 시설이동(30.2%), 가정위탁 및 친인척 인계(4.1%), 취업(3.2%), 무단퇴소·사망·군입대(2.7%), 기타(17.2%) 등이 있다. 원가정으로의 복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시설에서의 부적응이나 이유조차 확인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중간에 퇴소할 경우 재입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호종료청소년의 현황 파악과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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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당·주거 등 물리적 지원에 집중

우리나라는 보호종료청소년이 자립 후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측면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원으로는 아동발달지원계좌 ‘CDA(Child Development Account, 디딤씨앗통장)’,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등이 있다.

2007년 4월부터 도입된 CDA는 보호대상아동 등 취약계층 아동의 자립 초기 비용 마련을 위한 자산형성지원 사업으로 ‘디딤씨앗통장’으로도 많이 알려졌다. 지원 대상은 만 0세부터 17세 보호대상아동 등이며, 만 18세~24세까지 저축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만 18세 미만까지는 매월 아동이 후원금 등으로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국가 및 지자체가 5만원 한도 내에서 동일 금액을 매칭해 준다. 

지난해 기준 약 8만명의 아동이 월평균 5만2515원을 저축하고 있으며, 정부는 평균 3만3688원을 매칭해주고 있다.

CDA로 모은 돈은 만 18세 이후 학자금이나 창업지원금, 주거비, 의료비, 결혼자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만 24세가 지나면 용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호대상아동의 위탁 보호종료 또는 아동복지시설 퇴소 이후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아동복지법 제38조에 근거해 주거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자립정착금도 지원한다.

자립정착금은 18살 이상이 된 보호종료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2005년 지방 이양사업으로 전환돼 각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별로 금액 편차가 있었지만 현재는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안정적인 자립 정착을 돕기 위한 명목 자립수당도 지급되고 있다. 보호종료청소년 가운데 △보호종료일 기준 과거 2년 이상 연속해 보호 받은 경우 △만 18세 이후 만기 또는 연장 보호종료된 경우 △특별한 사유로 아동복지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경우 월 30만원씩 최대 36개월까지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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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청소년들이 생계비 못지않게 자립의 필수 요소로 생각하는 게 바로 주거다.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현행 주거 정책으로는 LH 주거지원과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자립지원시설(자립생활관) 등이 있다.

우선 LH 주거지원은 △LH 소년소녀가정 전세주택 △LH 청년 전세임대주택 △LH 청년 매입임대주택 △LH 영구임대주택 등 총 4가지다.

소년소녀가정 전세주택지원금은 수도권 최대 9000만원, 광역시 7000만원, 기타지역 6000만원이며, 만 20세까지는 무이자로 지원한다. 만 20세 이후에도 대출 이자는 1~2%로 높지 않은 편이며, 지원 자격이 유지될 경우 2년 단위로 최대 3회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청년 전세임대주택지원금은 수도권 1억2000만원, 광역시 9500만원, 기타지역 8500만원이다. 소년소녀가정 전세주택지원금과 마찬가지로 만 20세까지는 무이자로, 만 20세 이후 대출이자는 1~2% 선이다. 2년 단위 계약으로 최장 6년 동안 거주 가능하다.

청년매입임대주택은 임대보증금이 100만원이며, 임대료는 시중 시세의 30~50%로 공급된다. 최초 2년 계약이 만료된 이후 이후 2회까지는 재계약을 할 수 있다. 

영구임대주택은 임대보증금 및 월 임대료를 시세 30% 수준으로 공급하며, 2년 단위로 최대 3회까지 재계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룹홈의 경우 입주 기간은 2년이며, 만 18세 이후 보호종료된 만 23세 이하 아동에 대해 무료 혹은 최소 운영경비만 임대료 명목으로 납부하면 된다.

자립생활관은 시설 장의 추천을 받은 만 18세 이상 만 24세 이하 보호종료청소년이라면 입소할 수 있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1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그룹홈이나 자립생활관은 여러명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보육시설의 연장선으로 느껴져 독립된 생활이 가능한 LH 주거지원을 선호하는 보호종료청소년이 많다고 한다. 

지난해부터는 보호종료청소년에게 임대료 지원 및 개인별 맞춤형 사례관리를 제공하는 ‘주거지원통합서비스’도 도입됐다. 

보호종료청소년 스스로가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돕고자 LH 매입임대주택 또는 전세임대주택에 거주 중인 보호종료 5년 이내 아동에 대해 임대료를 매월 15~20만원과 교육비 등으로 활용하도록 20만원의 사례관리비가 지원된다. 더불어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50만원 상당의 물품 유지관리 및 물품지원 등도 이뤄지고 있다.   

이 밖에도 보호종료청소년은 기초생활수급자 혹은 소득 1·2분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성적요건만 충족하면 국가장학금을 통해 등록금을 수혜받을 수 있으며, 시·도별로 대학입학금 및 대학생활안정자금도 1회에 한해 지원하고 있다. 

저소득 취업 취약계층에 대한 통합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심리검사, 동행면접 실시, 취업성공수당 지급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수당, 주거 등과 같은 물리적 지원의 실용성이 극대화 되려면 돈은 어떻게 분배해 쓸지, 집을 구할 때 어떤 부분을 체크해야할지 등 주어진 것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보호종료청소년들은 이러한 역량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는 심리·정서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아동자립지원단이 공개한 ‘2016 보호종결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보호종료청소년들이 자립 후 겪는 문제점으로 △경제적 어려움 31.1% △주거문제 24.2% △심리적 부담 10.1% △돈 관리 지식 부족 7.7% △취업정보 및 기술 부족 6.8% △응급 시 도움 자원 부족 3.7% △사회적 편견 2.9% △기타 13.5% 등이 꼽혔다.

가까이에서 역량 강화를 돕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정서적 부담을 덜어줄만한 현행 제도로는 자립지원전담요원이 있다. 

자립지원전담요원은 보호종료를 앞둔 청소년의 체계적인 자립과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돕는 역할을 한다. 모든 시설이 아닌 30명 이상의 아동양육시설과 보호치료시설에 1명 배치되며, 보호 인원이 100명을 초과할 경우 1명 추가된다. 2018년 기준 전국 758개의 기관에 총 252명의 자립지원전담요원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도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올해 4월부터 (사)한국상담심리학회와 협력해 아동복지시설 보호종료청소년의 안정적인 자립을 위한 심리·정서분야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올해 보호종료 5년 이내 아동 40명을 대상으로 한국상담심리학회에 소속된 1급 심리상담사들이 심리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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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많지만, 빈곤의 악순환

관련 정책을 나열해 놓고 보면 보호종료청소년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이 다양한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많은 보호종료청소년이 자립 후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2016 보호종결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1.1%는 취업 중이었으며, 48.9%는 취업 1개월 이상 1개월 미만이었다. 즉, 보호종료아동의 절반 가까이가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년간 보호종료청소년의 취업률을 살펴보면 △2017년 40.7% △2018년 42.2% △2019년 44.3%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취업에 성공한 보호종료청소년 1146명이 소속된 직군은 △사무관리직 140명 △전문직 230명 △서비스판매직 393명 △기능직 106명 △기계조작 및 단순노무 212명으로, 주로 서비스 판매직 등과 같은 단순노무 업종 분야가 많기 때문에 취업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주거도 정부 지원 주거에 안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비율이 높진 않다. 2019년 기준 공공주거지원율은 38.1%에 그쳤으며, 나머지는 월세(15.7%)나 위탁가정(20.8%) 등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종료 당사자들은 다양한 지원 제도가 있지만 관련 내용을 전혀 몰라 지원받을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한다. 설령 정보 얻어 지원을 받으려 해도 준비 과정 준비할 것도 많고 복잡하다보니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결국 어떤 도움도 없이 보증금과 매달 수십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스스로 메꾸다보면 수중에 있던 자립정착금과 수당, CDA 등이 바닥나버리고, 대학진학은 꿈도 못 꿀뿐더러 아르바이트나 단순노무 분야에 취업해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는 꼴이 된다.

처한 현실과 몸도 마음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되지만 아파서 돌봐줄 이도, 힘든 마음을 위로받거나 기댈 수 있는 이도 어디에 없다. 자립전담요원이 있긴 하지만 1인당 수십명의 보호종료청소년을 관리해야 하다 보니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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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있는지 알아야 받죠”

보호종료청소년들은 수당이나 주거 등 물리적인 지원이 없어서 못받는다기 보다는 몰라서 못받는 부분이 많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때문에 가까이에서 자립지원에 관한 다양한 정보 제공과 그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나 올바른 방향을 제시와 더불어 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공무원을 예로 들면 공무원 준비생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존재하잖아요. 하지만 보호종료청소년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할만한 공간은 없어요. 대부분 시설 안에서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먼저 자립한 선배의 도움이나 적극적으로 관심 갖는 선생님이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없는 친구들의 정보량의 편차가 매우 커요. 물론 시설에서 자립전담 선생님이 정말 지겨울 정도로 교육을 많이 해주세요. 그런데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실제 먼저 자립한 선배들이 와서 해주는 살아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자립 5년 차 보호종료청소년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신선(28)씨

“자립에 필요한 지원 금액은 결코 적지 않다고 생각해요. CDA, 자립정착금, 자립수당과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할 수 있고요. 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인데, 그런 교육이 현재 시설에서는 제대로 안 되고 있어요. 여러 가지 금융교육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아요. 때문에 지원금을 받았을 때 어떻게 잘 써야 하는지 모르고 생기면 다 쓰는 거예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그 점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 자립 3년 차 보호종료청소년 ‘케어센터’ 박지애(21)씨

“시설에서는 각자 맡은 일을 하지만 자립하면 뭐든지 스스로 해야 하잖아요.  과소비도 많이 하고  밥도 제대로 안 챙겨 먹었어요. 생활이 엉망이었죠. 스스로 자책 많이 했는데 저를 잡아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케어센터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배우게 됐는데 그런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보호종료청소년은 (시설에서 개인행동을 할 수 없는 단체 생활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생긴 자유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잡아주지 않으면 결국 힘든 상황이 되는 거 같아요. ” - 자립 5년 차 보호종료청소년 ‘케어센터’ 안지안(24)씨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정책이 없다고 말할 순 없다. 자립 후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경제적 지원 장치와 더불어 주거·교육·취업 등 다방면에서 도움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왔고, 지금도 그 노력을 이어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종료청소년의 다수가 여전히 궁핍한 삶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물리적 자립에 초점을 맞춘, 시설 중심 정책의 한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돈, 안정적인 직장, 학업 유무를 성공한 자립의 기준으로 많이 봐요. 이것들이 충족되면 겉으로 보기엔 잘한 자립이겠죠. 하지만 아무리 물리적인 자립에 성공했더라도 아이가 혼자 지내며 외로움을 스스로 견뎌내지 못하면, 상처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이 또한 성공적인 자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물리적인 자립을 잘했을 지라도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있는 상처를 잘 헤쳐나갈 수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해요.”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센터’ 조한나 기획처장

“우리나라 정책들은 보호종료청소년의 권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어요. 선진적인 보호종료청소년 정책으로 평가받는 영국과 미국은 자립지원프로그램을 평가하거나 설계할 때 청소년 참여 보장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요. 어떻게 자립하고 싶은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는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보호종료청소년의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시스템이 없습니다.” -국제아동인권센터 김희진 변호사

어른의 시선에서 눈에 보이는 부족함만 채워주기에 급급할 뿐, 정작 당사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지 않는다면 그 어떤 좋은 정책일지라도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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