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

인권은 다양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교차하는 권력을 인지하게 하며 인권을 설명해낼 수 있는 개념과 실천이 다양성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모든 존재와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인권의 가치를 확장해서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다양성입니다. 그래서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은 프랑스 혁명의 4대 이념을 중심으로 인권의 정신으로 불리는 개념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자유, 평등, 박애를 ‘인권의 3대 정신’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3대 정신에 포함하고 있지 않지만 ‘정교분리’로 해석할 수 있는 '라이시테'라는 개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라이시테’는 신과 인간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들끼리의 사회를 만들어서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로 대표되는 근대의 종말 선언 이후 종교(신)의 장악력에서 벗어나 인간들끼리의 계약에 의한 사회를 만들었고 인간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절대적인 신의 존재로부터 통치권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는 국가통치 즉 신권통치를 거부하고,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는 것을 인권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로 생각했습니다.

모든 존재의 공존을 위한 법안을 저지하며 차별을 강화하고 배제하는 방향으로 종교의 영향력을 잘못 행사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도 라이시테의 개념은 반드시 고려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인권 3대 정신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중요한 정신으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이제 자유와 평등, 박애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자유는 자유권이라고도 합니다. 자유권은 국가가 시민의 권리를 탄압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탄압 프레임'이라고도 말합니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평등은 사회권이라고도 합니다. ‘2세대 인권’이라 하기도 하고 ‘웰빙 패러다임’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시민을 탄압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모든 시민이 인간답게 잘 살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이 사회권입니다. 1세대, 2세대 인권이라고 해서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며 마땅히 동시에 보장돼야 합니다.

박애의 경우 자유와 평등에 비해 잘 이야기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애는 다양성의 핵심적인 개념인 동시에 모두가 포함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는 박애에 대해 반드시 이야기하고 고찰해야 합니다. 박애는 다양한 해석이 있고 설명하기가 힘든 개념 중에 하나입니다. 박애는 프랑스어로 된 원문(Fraternité)을 잘못 번역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박애의 뜻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가깝다고 하여 원문의 의미와 거리가 조금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구조적인 모순을 해체하는 ‘연대’로 해석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유와 평등의 실현과 지속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우애’로 해석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고 고통을 함께 느끼며 경감시키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박애정신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 박애라는 이 세 가지 정신이 모두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모두가 포함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시장질서의 한 가운데서 자유권에 대한 요구만 쉽게 수용되며 비대해진 것처럼 보입니다. 반면 평등과 박애의 정신에 대한 보장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지도 못할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 사회적으로 공감을 받고 경감시키기 위한 변화가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조차도 ‘상품’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권의 3대 정신이라는 최소한의 과제도 수행하고 있지 못한 현실과 차별과 형평성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지학 소장은?
-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
-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운영위원
- 대한성학회 이사
-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사외이사
- 서울예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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