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농성 헐뜯는 분위기 가장 힘들어
진상규명 외치는 유가족이 마음 움직여
후유증 등 고통 감수하면서 쪽잠자며 투쟁
진상규명,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단식 통해 주장하는 내용 잘 전달되길

2021년 4월, 세월호 참사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더는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활동 기간은 법상 다음 달 9일로 끝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지만 야속하게도 국민의 관심은 점차 희미해져만 간다.

유가족들이 6년간 목 놓아 부르짖던 세월호 진상 규명은 어느 하나 속 시원히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누군가 이쯤하면 됐다고 말할 때, 오직 진상(眞相)을 인양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지금도 입을 모아 말하는 목표는 단 하나. ‘철저한 진상 규명’이다.

[진상(眞相)을 인양하다] 2편에서는4.16 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을 만나 진상규명 현황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보았다. 3편에서는 세월호 의인 김성묵씨를 만났다. 그가 왜 목숨을 내놓으면서 까지 단식 농성을 하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진상 규명 현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통해 긴박한 상황 속 진상 규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며 <투데이신문>은 오늘도 진상 규명을 위해 싸우고 유가족, 생존자들의 속사정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려 한다.

김성묵씨 사진설명
지난 10월 10일 부터 단식농성을 이어온 세월호 의인 김성묵씨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여기저기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폭언과 욕설은 기본.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한이 서린 춤까지 춘다.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청와대 광장에서 시위를 펼치는 이들은 서로 남의 일인 양 저마다의 이야기를 쏟아내기 바쁘다. 적응을 넘어 익숙한 듯 보였다. 지난 10월 10일부터 단식농성을 진행해온 김성묵(44)씨는 “청와대 광장은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며 애써 담담하게 우리를 맞이했다. 그것이 김성묵 씨와의 첫 조우였다.

‘세월호 의인‘이라 불리는 김성묵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자다. 침몰해 가는 배 위에서 기꺼이 목숨을 내놓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함이다. 세상은 그의 희생과 헌신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정작 그는 여전히 가슴 한편에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중이다.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희생자 304명을 떠올릴 때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결국, 참았던 눈시울을 붉힌다.

그가 또다시 목숨을 내놓으며 소리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지부진한 진상규명에 직접 맞서겠다는 까닭에서다. 차디찬 새벽이슬과 빗방울이 그의 몸을 휘감아도 포기하지 않는다. 제 속이 깎아내려져 가는 고통에도 밥 한 숟갈 뜨지 않는다. 이렇게 해야만 국민의, 나아가 대통령의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듣고자 하는 말은 ‘세월호 참사 진상을 철저히 밝히겠다‘는 대통령의 한 마디다.

6년을 넘어 7년을 앞둔 세월호 진상규명. 오랜 시간 동안 속 시원히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민의 관심은 점차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끝내기엔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상처는 너무나도 크다. 아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김성묵 씨는 상처로 인해 벌어진 살갗이 다시 맞붙을 수 있도록 제 목숨을 내놓았다. 그렇게 그는 홀로 상처를 꿰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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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묵씨가 그간 단식농성을 하며 느꼈던 생각을 답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0월 10일부터 단식투쟁을 시작하시고 계신데요.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 

“주변에서 저를 헐뜯는 분위기가 가장 힘듭니다. 다른 분들이 보셨을 때 ‘단식할 수도 있지‘ 이렇게 가볍게 볼 수도 있어요. 지금 단식 30일이 넘어가면서 의사들이 ‘장기들을 도려내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계속하겠느냐’고 물어요. 저는 제 몸을 도려내면서까지 단식 투쟁을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고 헐뜯는 이야기들이 너무 힘이 듭니다. 육체적인 고통보다 주변에서 저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현실이 미운 것이죠. 물론 대부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의 단식으로 인해 진상규명을 함께하시는 분들도 덩달아 욕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죠. 그런 부분이 가장 힘듭니다. 그들에게 실례될까 봐요.”

-술이 없으면 잠을 못 이루실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어떠신지.

“청와대 분수광장에 들어오기 1주 전부터 식사조절을 했어요. 식사조절 당시 술을 안 마셔야 하다 보니까 독한 술로 한잔 두잔 마시고 잠이 들었죠. 이후 이틀 정도 빈속을 유지해야 단식 진행에 있어 장 보호가 가능하다 하셔서 2일 정도 미리 단식하고 들어왔습니다. 그사이에는 거의 잠을 못 잤죠. 여기 들어와서도 하루에 많이 자봤자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잡니다. 왜냐하면, 잠이 들더라도 보통 12시 넘어서 잠이 들어요. 근데 방해세력들이 제가 잠자는 것도 딴지를 걸어 청와대에 고발해요. 최근에는 그 세력들이 차도 끌고 왔습니다. 차 안에서 저를 가만히 지켜보는 거죠. 제가 자나 안 자나 보려고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제가 밥 대신 물을 많이 먹다 보니까 화장실도 자주 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잠자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죠. 텐트라도 있으면 괜찮을 텐데, 청와대 분수광장은 텐트 설치도 안 됩니다. 그렇다보니 이슬이나 결로의 찬 느낌에 자다 깨고 반복하는 중이죠. 비라도 오면 빗방울 맞고 깨고요. 주변에서 사람들 지나다니면 발걸음 소리에도 깹니다. 잠은 제대로 못 자고 있는 상황이에요.“

-가뜩이나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상황인데,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들이 이른 아침마다 선생님을 깨워 주변을 치우게 한다던데요.

“맞습니다. 오전 6시에 깨워요. 깨워서 주변을 정리하라고 시킵니다. 전에는 5시에 깨웠어요. 바로바로 일어나고 정리를 하니까 6시까지 편의를 봐주신 거죠. 6시에 일어나서 침낭, 우비, 피켓 등을 정리해 놓으면 청와대 비서실 관리자급 분들이 나오셔서 쭉 한번 훑어보고 갑니다. 이런 것 때문에 유독 정리에 신경을 쓰고 있죠.

-이른 아침부터 청소하면 체력적으로 더 지칠까 봐 염려스럽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그런 것들은 전혀 신경 안 씁니다. 아무래도 공무원들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욕먹지 않는 선에서는 도와줘요. 따뜻한 물을 준다거나, 인권위를 통해 돗자리, 방석, 무릎담요를 주기도 해요. 그러나 인간적으로 대하는 면은 조금도 없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업무적인 선에서 욕먹지 않게끔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들과 (청와대 비서실) 싸우면 제가 더 힘들죠. 그저 단식을 통해 주장하는 내용이 잘 전달되길 바랄 뿐입니다. 싸움이 저에게 도움은 안 되니까요. 인권은 여기에 없습니다. 사람에 대한 걱정, 인류애, 동정 등 이런 부류의 감정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업무적인 차원의 선이 명확한 공간이에요. 선을 넘어서면 제재가 들어와 싸우게 됩니다. 인권을 생각한다면 정말 못 있을 곳 이죠. 저 말고도 3년 계신 분, 4년 계신 분도 계세요. 그분들은 저보다 더 힘들게 버티셨습니다. 침낭 이런 것도 없으신 채로 노숙하고 계셨어요. 어머니 한 분의 피켓은 칼로 찢긴 상태로 버려지기도 했어요.

분명 비닐로 덮어놨는데 그걸 칼로 찢어놓았더라고요. 그분들이 저한테 항상 말씀하십니다. 조심해야 한다고. 언제 어디서 훼손시켜놓을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오래되셔서 저분들도 청와대 비서실과 어느 정도 맞춰 나가고 계십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분들은 한겨울에도 피켓을 모아 그 안에서 주무세요. 그 정도로 인권은 아예 무시되고 있죠.“

-세월호 의인으로서, 세월호 참사 당시 할 도리를 다 하셨음에도 스스로 고된 길을 택한 이유가 있는지.

“단 한 번도 저를 의인, 영웅이라 생각해본 적 없어요. 세월호 현장에서 제가 탈출시킨 사람 보다 희생당한 사람이 많기에 의인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 생각합니다. 그전에는 유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해서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뒤에 숨어 있었습니다. 목소리를 내지 않았어요. 그러나 지금 상황까지도 진상규명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유가족들의 모습이 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공소시효, 사참위 연장문제, 이런 것들이 진상규명에 있어서 실질적인 해답은 아닙니다. 얼마 남지 않은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도 진상규명을 향해 곧바로 가는 게 아닌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너무 큽니다. 유가족들의 행동을 보고만 있는 것이 아닌,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를 해야겠다 라고 마음먹었죠. 머지않은 시간 안에 어떻게 해서든 진상규명에서 나아가 책임자 처벌까지 이뤄내야겠다라는 욕심이 커졌습니다.

그동안 ‘홍대 집중 행동’이라던가 ‘버스킹’이라던가 여러 방면으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유가족들이 없다 보니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하더라고요. 아쉽지만 끝까지 나 혼자서라도 대통령에게 요구해야겠다 라고 마음 먹었습니다. ‘근데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거구나 라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세월호 수색 故 김관홍 민간 잠수사처럼 죽음으로 진상규명이 재조명 받길 바라는 게 아닙니다. 또 제가 굶는다고 해서 죽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의학 기술을 토대로 보면 제가 죽을 것 같진 않아요. 대신에 제가 단식을 하면서 얻는 후유증이라던가 치유되지 않는 부분들은 앞으로 제가 지고 가야 하는 것이죠.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도 진상규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이번 단식투쟁이 대통령의 답변을 얻어 이를 국민에게 보고하기 위해서라고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어요.“

4·16 가족협의회 및 각계 인사 등 참석자들이 지난 10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4·16세월호참사의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의 입법 약속 이행 촉구 및 10만 국민동의청원 국민 동참 호소 기자회견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4·16 가족협의회 및 각계 인사 등 참석자들이 지난 10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10만 국민동의청원 국민 동참 호소 기자회견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사참위의 국회청원 내용(사참위 연장, 공소시효정지, 대통령기록물 열람 등)이 진상규명의 본질을 꿰뚫는다 생각하시나요.

“아니죠. 본질을 꿰뚫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청원에 지금 올라온 법안 내용이 사참위 연장, 공소시효정지, 대통령기록물 이 정도 수준이에요. 내용을 살펴보면 진상규명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가 없습니다. 일단은 공소시효가 멈춘다 해도 각 기관이 보관하고 있었던 자료와 증거들은 폐기될 겁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는 마련하지 않았죠. 아무런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공소시효만 정지시킨다 해서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가 가능할까요.

사참위가 수사권을 얻어 검찰 자료를 뺏어오지 않는 이상 처벌할 수 있는 증거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게 현실이죠. 마냥 검찰에서 선별해 주는 자료 받아서 조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지금까지 이룬 것도 없이 또 3년이나 연장을 한다는 건 정말 도움이 안 되는 내용입니다.

덧붙여 7시간 대통령 기록물을 보겠다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박근혜 정부에서 서버만 82개가 폐기됐습니다. 그간 많은 정보를 없앴는데 여태 남아있는 자료 중에 중요한 정보들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죠. 이 상황에서 7시간을 들먹이는 것은 사참위 연장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 않겠냐는 생각을 합니다. 그 안에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논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사로 만들기 위한 어떤 큰 프레임을 가져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어요. 저는 그 부분에 대해 반대를 하는 것이고 대통령이 직접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특별 수사단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죠.“

-문재인 정권 초창기, 청와대에서 대통령 직속 단체를 만들어 주겠다 제안했으나 장훈 위원장이 이를 거절했었죠.

“장훈 위원장이 그 대통령 직속 단체를 거절 했다는 걸 알아요. 결론적으로는 지금의 사참위를 만들게 됐죠. 그 이유가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조사단을 요구했다‘ 그래야 ‘여당이든 야당이든 관계없이, 뭐 하나 놓치지 않고 꾸준하게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해요. 솔직히 그때 당시에 직속(대통령 직속 조사기관)을 요구하시고 대통령이 책임질 수 있는 수사단을 만들어 놨다면, 지금 6년, 7년이 되는 이 시점까지 오게 됐을까요.

대통령 직속으로 수사단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특검처럼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수사가 성역 없이 유지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죠. 그걸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은 것 자체가 저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진상규명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철저한 수사입니다. 여태 단 한 번도 수사받지 않은 기관도 많아요. 그 기관들을 수사하지 않은 것이 검찰이죠. 또 검찰이 혐의 대부분을 내사종결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제대로 된 수사라고 할 정도의 어떤 행동이나 절차가 진행된 것도 없죠. 일단은 제대로 된 수사가 가장 필요해요. 수사해야 증거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검찰이, 관계 기관들이 주는 것을 단순히 받는 게 최선이 아니죠. 수사가 진행돼야 진상규명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범죄사실도 소명돼서 관계자들도 처벌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그냥 돌아가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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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지킨다'는 공약이 적힌 푯말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투데이신문

-진상규명이라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던 현 정권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합니다.

“여기 와서(청와대 광장) 기자회견을 하고, 사람들이 피켓을 부수고 하는 걸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 정권은 약속을 정말 많이 했어요. 약속을 남발 했습니다. 근데 지키는 건 없죠. 다 해결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 해놓고 입싹 닫고 외면하는 상황이거든요. 뭔가 희망 고문같이 느껴집니다.

이 정부는 사기꾼 같아요. 약속만 하고 자기는 쏙 빠지고 나머지는 밑에 애들이 알아서 하게끔. 나는 약속했는데 밑에 애들이 안 하는 거야 하고 쏙 빠져요. 남 탓이죠. 남 탓만 하는 겁니다. 특히 강경화 장관의 ‘세월호 정부는 아마추어 지금은 다르다’는 말을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죠. 단 하나도 바뀐 것이 없어요. 여러 투쟁 현장만 봐도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어요.

현장은 너무 열악하고 힘든데 인권위 만들어서 괜찮아, 사참위 만들어서 괜찮아. 뭔가 하는 척만 하지 전혀 바뀐 게 없습니다. 세월호뿐만 아니라 모든 사안이 똑같아요. 결론적으로는 현 정부도 아마추어예요. 이명박이나 박근혜 같은 경우에는 티가 나게 외면하고 안 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여우처럼 행동합니다. 방법은 더 악랄한 거죠. 매년 똑같이 진상규명 하겠다, 잊지 않겠다, 이런 말을 하는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잖아요. 뭐 한 번 지시한 적도 없고 행한 적도 없습니다. 타이밍에 맞는 말을 한 거지 지시를 내린 건 아니라 생각해요. 의례적으로 하는 말...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니까 더욱 실망스러운 거죠.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겁니다.“

-304명의 희생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내가 무엇을 해도 이제는 그 미안함을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진상규명이 너무 늦어서 미안합니다. 뭘 해도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어떤 짓을 해도 용서받지 못할 것 같고. 그래도 이 진정성만큼은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뭐가 됐든 간에, 어떤 삶을 살아가든 간에 그들의 못다 한 삶을 대신 살 순 없으니까요. 다 구하지 못했던 것, 하나하나 탈출을 도와주지 못했던 것이 계속 미안한 것 같아요. 그때 조금 더 빨리 움직이고 다른 방법을 택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않았을까. 나 스스로 결국 포기한 것은 아닌가 라는 죄책감이 많이 듭니다. 이는 더 없는 죄고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희미해져 가는 국민의 관심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정부의 프레임에 의해서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고 지워져 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슈와 반복적인 일상에 무뎌질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정말 국민 모두의 일이었던 것만큼 마지막까지 힘을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촛불을 들어 뭔가를 바꿔내겠다 하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이런 프레임에 갇혀 주저앉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끝까지 싸울 것은 싸우고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그렇게 힘을 보태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대로 포기하실 사람들이 아닌 거 압니다. 그만한 힘이 있고 의지가 있으신 분들이기 때문이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일어나는 일들을 몰라서 그러신 거지 알게 된다면 분명 힘을 실어주실 거라 믿습니다. 결국, 그 가치(진상규명)가 실현될 것이라 저는 믿어 의심치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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