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일하며 진상규명 활동 병행
세월호 참사 전 인생계획 모두 물거품 돼
정치인 많이 겪어 국회 청원 큰 기대 안 해
진상규명 위해 대학생·지성인 움직여 줘야

2021년 4월, 세월호 참사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더는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활동 기간은 법상 다음 달 9일로 끝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지만 야속하게도 국민의 관심은 점차 희미해져만 간다.

유가족들이 6년간 목 놓아 부르짖던 세월호 진상 규명은 어느 하나 속 시원히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누군가 이쯤하면 됐다고 말할 때, 오직 진상(眞相)을 인양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지금도 입을 모아 말하는 목표는 단 하나. ‘철저한 진상 규명’이다.

[진상(眞相)을 인양하다] 3편에서는 세월호 의인 김성묵씨를 만나 단식 농성의 이유를 들어봤다. 4편에서는 세월호 유가족 동영 아빠(김재만)를 만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의 삶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봤다.

진상 규명 현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통해 긴박한 상황 속 진상 규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며 <투데이신문>은 오늘도 진상 규명을 위해 싸우고 유가족, 생존자들의 속사정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려 한다.

본보의 질문에 답변하는 동영 아빠(김재만씨)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새벽 5시, 세월호 유가족 동영 아빠 김재만(57)씨는 이른 아침을 맞이한다.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쉴 새 없다. 현실에 부딪혀 오늘도 아침 일찍 발걸음을 서두른다. 그렇게 묵묵히 바닥을 쓸고 또 쓸다 보면 어느새 동이 트고 아이들이 등굣길에 오른다. 그 모습을 보며 동영 아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이들의 등교 시간. 그가 가장 힘든 시간이다. 단원고 희생자 故 김동영 군(김재만씨 아들)의 빈자리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김동영 군은 아버지의 환경공무원 시험 준비를 함께하며 아버지를 응원해왔다. 오랜 노력 끝에 동영 아빠는 환경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아버지의 합격 소식을 가장 기뻐했을 동영 군은 결국 그 소식을 듣지 못했다.

동영 아빠는 가족들과 함께 자그마한 김밥집을 운영해왔다. 가족들의 꿈이 담긴 공간이자 동영 군과 친구들의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그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계획을 남몰래 세워왔다. 어떻게 가정을 이끌어 갈 것인지 나름의 청사진을 그려온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동영 아빠의 자그마한 꿈마저 앗아 갔다. 그 날 이후 김밥집은 문을 닫고 만다. 그 충격 탓에 동영 아빠의 몸은 나날이 약해진다. 푹 잠들어 본 기억이 없다는 그다. 결국, 앓던 당뇨는 더욱 악화 됐으며 심장 검사도 앞에 둔 상황이다. 

휴식을 취할 법도 하지만 그는 또 걸음을 바삐 옮긴다. 진상규명 활동을 위해 기꺼이 쉬는 날을 반납한다. 진상규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탓이다. 그는 진상규명이 철저히 밝혀지는 날, 아무도 없는 자그마한 섬에 들어가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지쳐버린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던 그가 사람을 피해 외딴 섬으로 가겠다 다짐했다. 얼마나 고된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조차 쉽지 않다.

7년을 코 앞에 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겉으로는 진상규명이 마무리된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은 외로이 싸우고 있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던 곳에서 그들은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었다. ‘아직도 진상규명을 하고 있느냐’는 말을 뱉기 보다, 왜 아직도 그들이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는지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진상규명 활동을 하는 이들에 대한 악의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 어떠한 이해 관계없이 오롯이 그들을 바라보았을 때, 과연 ‘진상규명은 이미 마무리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제가 지금 환경미화원 일을 하고 있어요. 환경미화원 준비할 때도 아들이 같이 도와줬죠. 체력시험을 위해 매달리기, 달리기 등 기록을 잴 때 아들이 초시계를 들고 응원을 해줬습니다. 귀찮을 때도 있었을 텐데 불평하지 않고 기다려줬어요. 합격 소식을 아들이 제일 기뻐했을 겁니다.

새벽 5시쯤 준비를 하고 6시부터 근무를 해요. 크게 일 자체가 힘들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요즘은 낙엽 때문에 조금 힘들긴 하죠. 전보다 좀 일찍 떨어지긴 하더라고요. 세월이 흐르면서 확실히 힘이 달리는 것은 느낍니다. 거기다 쉬는 날에는 진상 규명 활동하면서 밤을 새워요.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세월호 가족 위원회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쉴 틈이 없죠. 특별한 약속이나 진상 규명 활동하는 날이 없으면 휴식을 취하긴 하는데 쉬는 날이 거의 없어요.

우리 아내와 딸 역시 둘 다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지니까 바쁘게 움직이고 있죠.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안 했어요. 말이 잘 안 통했나 봅니다. 그래도 지금은 유가족들과 만나면서 여러 활동을 하는 중이에요. 그래야 트라우마가 좀 덜해지니까. 요즘은 그냥 사람들 만나면서 바쁘게 지내는 거 같아요.“

-오랜 시간 운영해온 김밥집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영이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 여기서 나왔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다 단원고로 가니까 그래서 따라간 거 같아요. 항상 저(동영)보다 큰 애들이랑 놀고 어울리니까 든든하더라고요. 우리 가족 김밥집에 항상 아들이랑 친구들이 왔었어요. 아이들이 바쁘면 설거지도 해주고 우린 그게 고마워서 맛있는 거 해서 먹이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 그게 계속 생각이 나는 겁니다. 트라우마죠.

가게를 10년만 하면 큰애(동영) 대학 보내고 가게는 아내한테 맡기고 나는 일이 일찍 끝나니까 퇴근하고 같이 가게 도우면서 살면 되겠다 계획을 잡았어요. 근데 그 일(세월호 참사)이 있고 나서 한동안 김밥집 운영을 못했습니다. 

누가 그렇게 될 줄 알았나요. 사람 앞일은 모른다죠. 인생계획을 다 짜놨는데 그 일 이후로 다 망가졌습니다. 저는 막 대단하고 큰 계획을 세운 게 아닙니다. 소소하고 행복한 꿈을 꿨죠. 집 크고 넓은 데서 살고 차 좋은 거 타고 이런 욕심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죠. 하여튼 가족들 다 건강하고 화목한 게 제일이다 생각했는데 결론은 뭐... 다 물거품이 됐습니다.

ⓒ뉴시스
동영 아빠(김재만)가 2014년 4월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휴대전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생업으로 복귀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다시 현실에 부딪히게 된 것이죠. 환경미화원 정년이 이제 3년 남았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진상 규명 활동을 하다 보면 별생각이 다 들어요. 내가 그냥 직장을 관두고 진상 규명 활동만 했다면 어떻게 됐겠느냐는 생각도 했습니다. 진상 규명이 이대로 끝난다면 어떨까 생각도 했죠.

제가 진도에 가 있을 때, 전에 살던 앞집 아줌마가 그 김밥집 싸게 안 내놓느냐 이런 소릴 해요. 열이 얼마나 받는지 가게 내놓고 안 내놓고 문제가 아니라 내 자식이 그렇게 됐는데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쌍욕을 했어요. 시간이 지났다 해서 남의 일을 갖다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었습니다. 눈치 없이 사람 속을 더 깎아 뭉개 뜨리는 거죠.

진상규명을 위해선 생업으로 복귀해 끝까지 살아야 해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진상 규명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죠. 그러다 보니 막연히 정년이 끝난 후에 사람 없는 곳에서 조용한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는 사람들이랑 마주치기가 싫은 거죠. 오전 8시나 9시쯤 일하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특히 동영이 또래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냥 외딴섬, 사람 하나 없는 섬에서 그냥 살고 싶어요.“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쉴 새 없이 1년 365일을 일하고, 유가족 회의 가고 자연스럽게 몸이 망가지죠. 체력도 달리고 예전 같진 않아요. 크게 아픈 건 없는데, 당뇨를 앓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일이 있고 나서 이승에 있는 술을 다 먹었어요. 그래서 또 악화되다 보니까 지금은 술도 잘 안 먹고 음식도 조절해서 먹고 하고 있습니다. 몸 많이 망가졌어요. 혈압 수치가 너무 높다 해서 심장 검사도 다시 해봐야 합니다. 피검사를 해봐야 해요. 겉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여도 속은 많이 안 좋죠. 몸을 쓰면서 힘들게 일하니까 밖에 비 오고 춥고 해도 온몸엔 땀이 흠뻑 젖어요.

또 잠을 제대로 못 자요. 이유가 신경성 스트레스밖에 더 있겠어요. 잠잘 때 자꾸 깹니다. 술 먹고 자도 깨고, 안 먹고 자도 깨고. 한 번 잠들면 세 번을 깹니다 세 번. 잠을 푹 자야 하는데 깊게 잠을 못 자니까 피로가 누적되죠. 푹 자본 기억이 없는 것 같네요. 또 어떨 때는 이를 악물고 자서 이도 많이 상했습니다. 건강이 썩 괜찮다고는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국회 청원이 통과됐죠. 이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아요. 통과돼도 원래 요구한 건 사참위 연장기한 2년인데 9개월로 바뀌었단 말이죠. 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최소 2년은 해야 할 거 같은데 9개월이면 기간도 짧아요. 대통령 기록물도 협조를 해줘야 하는데 말로는 협조해 준다 하죠. 근데 결과적으론 불투명합니다. 사실, 국회 청원이 통과되고 크게 기대 안 했어요. 여태껏 우리가 정치인을 많이 겪어왔지 않습니까.

솔직히 진상 규명이 되려 했으면 유가족들이 국회에서 노숙할 때, 그때 돼야 했었어요. 그때도 안됐고, 지금 선출된 대통령도 나 몰라라 하고 있죠. 먼저 간 놈들만 불쌍한 겁니다. 지금 국회 청원이 진상 규명 본질을 꿰뚫는 게 아니에요. 국회의원한테 다 전화하고 문자 보내서 180 여명 동의를 받으면 뭐합니까. 진정으로, 가슴으로 일 처리를 해야 하는데 입만 열면 ‘아유 꼭 해결해야죠’ 하고 뒤돌아서면 끝입니다. 정치인들은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려 해요. 진심으로 진상 규명을 하겠다 이런 정치인들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특검을 하면 조금 나을 것 같아요. 사참위 연장이나 대통령기록물 열람 말고 진짜 특검, 그거 한번 하면 되긴 될 것 같습니다. 아니면 말짱 도루묵이에요. 기간 연장만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란 걸 잘 알지 않습니까. 수박 겉핥기식이죠. 결국, 대통령 의지가 제일 필요해요. 가타부타 말할 것도 없어 대통령의 의지가 제일 중요한 상황인 거죠. 문재인이 대통령 됐으니까 해줄 거야라고 믿고 있었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입니다. 국민을 기만하는 거예요. 문재인 대통령이.“

-진상 규명이 지금 어느 정도 수준이라 생각하시나요.

“15%~20%라 생각해요. 지난 6년 동안 해왔으면서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입니다. 물론 사참위에서 특검도 요청하고 했지만, 결말을 하나로 내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로 내니까 그냥 사람들 싸움 붙이는 거밖에 안 되죠. 의견들이 종합이 안 되니까요. 검사들이 강력하게 조사를 제대로 하면 다 나와요. 압수 수색을 해서 서버 뒤지고 하면 나올 것들 많습니다. 특검을 하면 해결될 일인데 못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뭔가 걸리는 게 있나 싶죠.

세월호 관련 의혹이 너무 많아요. 국정원, 해경, 해군, 기무사 등 다양한 기관이 다 엮여있어요. 얼마나 많은 비리가 있길래 속 시원히 못 밝히는가 싶기도 해요. 유가족들이 의혹에 대한 사실들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르는 상황이니까 속이 타죠.“

지난 4월 세월호 국민청원 관련 청와대 답변 캡처 <사진출처=청와대 홈페이지>

-정부의 침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청와대 국민청원 올라갔을 때, 청와대 답변은 ‘사참위 조성했고 현재 조사 중이다’ 이 말만 형식적으로 했죠. 숨는 거예요. 자기네들도 알 겁니다. 조사권에는 한계가 있는데 앵무새처럼 그냥 조사만 하고 있다 말하는 거예요. 맨날 조사만 하면 뭐합니까. 조사에 응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 벌금을 저희가 올려요. 근데 그 사람들이 벌금이 무서울까요. 돈도 많은데 그냥 내면 그만이에요. 벌금 내면서 그냥 조사 출석 안 하고 버티는 거예요.

정부에서 안 움직이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정부가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것 같습니다. 재판 중인 사람들도 보면 거의 기소유예, 집행유예로 끝나요. 이런 거 보면 금수도 그러진 않을 겁니다.

정부는 그냥 사참위 뒤에 숨어있어요. 무책임하죠. 문재인이 대통령이 ‘진상을 밝히겠다‘ 약속을 하고 당선된 것도 사실이잖아요. 유가족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죠. 근데 의지가 없는 거 같아요. 팽목항에서 고맙다는 말 쓴 거 아시죠. 왜 고맙다는 말을 썼을까. 그냥 미안하다고 말만 하면 될 건데 왜 고맙다는 말을 썼나 싶죠.

대통령한테 편지도 쓰고 영상도 보내고 많이 했어요. 근데 옆에 참모진들이 말리는 건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인권, 생명을 중요시 여기겠다면서 결국 다른 정치인들이랑 다 똑같은 거예요. 진짜 괘씸하죠. 그렇게 밝히겠다 말해놓고 박근혜 정권 때랑 별반 다를 게 없어요. 의지가 없습니다. 어디 눈치를 보나 싶을 정도로 의지가 없어요.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밝혀야 합니다. 앞으로 이런 대형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이렇게 활동하는 거예요. 정작 대통령이 이렇게 불통이면 안 됩니다.

유가족들은 후대에 안전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데, 정작 제일 위에 있는 대통령이 한 마디도 없으니까 안타깝죠. 대통령 한 마디면 됩니다. ‘내가 진상 규명을 약속했으니, 이를 위해 힘을 써 달라’ 한마디면 되는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답답할 노릇입니다.“

-세월호와 관련한 가짜 뉴스나 악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아직도 우리나라 의식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요. 왜 이런 말들을 뱉을까 고민해 봤는데 국민 의식 문제 같아요. 사회적인 아픔과 고통받는 사람들, 슬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인간 이하죠. 솔직히 돈 갖고 그러려고 했으면 더 받으려고 했겠죠. 더 받고 속 시원하게 끝냈을 겁니다. 집도 좋은 거 사고 차도 비싼 거 사죠. 솔직히 안 그렇습니까. 근데 돈이 목표가 아니고 그냥 진상규명 그 자체가 목푠데 보상금 프레임을 씌우니까 답답하죠.

보상금을 먼저 받은 뒤로 목소리를 같이 안내는 유가족들이 있긴 있어요. 그 사람들 원망 많이 했습니다. 정치인들이 돈을 안 아끼는 이유가 이거예요. 돈을 주면 입을 안 엽니다. 얼마나 편히 살다 가려고 그러나 싶어요. 인간이라는 게 참 돈 앞에서는 어쩔 수 없어지는구나 싶어요. 자본주의죠. 악플들 보기가 싫어서 제가 포털 뉴스를 아예 안 봐요.

제가 한 번은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님이 유튜브로 세월호 관련된 가짜 뉴스를 보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왜 그런 걸 보느냐. 그런 거 보지 마라 하니까 또 바로 끄시더라고요. 이 사회가 어떻게 더 망가져야 하는가 걱정입니다.“

-언론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우리가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지만, 진정한 언론은 사회의 한쪽 면만 볼 게 아니라 여러 면을 두루두루 볼 줄 알아야 한다 생각해요. 지속해서 꾸준하게 취재할 수 있는 능력이죠. 언론이 정부를 흔들고 압박해야 하는데 그게 없어요. 그저 사건 사고가 나타나면 이런 아픔이 있다 하고 끝나는 단발성 기사들이 판을 칩니다. 학생들이 그런 걸 보면 뭘 느끼겠느냐고요. 그게 아쉽죠. 다 똑같아요. 언론이 광고비로 먹고사는 것도 알아요. 그렇다고 해서 할 것도 안 하는 건 직무유기라 생각합니다. 단타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가야 해요.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거기 따라가질 못해요. 언론이 이를 잡아줘야 합니다.“

2014년 가족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대학생과 교수, 시민들이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광화문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14년 8월 가족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대학생과 교수, 시민들이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광화문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들의 관심이 전보다 많이 희미해진 상황입니다...

“그때 당시의 중학생들이 지금 대학생이 됐습니다. 이 학생들이 나서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지성인들이 움직이지 않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대학생, 지식인들이 움직여줘야 해요.

물론 몇몇 대학생들은 지금도 함께 해주고 있죠. 세월호 진상 규명 시위 중에 프랑스인이 저에게 질문했어요. ‘왜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왜 움직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제가 ‘우리 학생들은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어요. 그때 왜 그런 이야길 했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학생들, 우리 대학생들의 힘이 절실합니다.

대학생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국민 모두 끝까지 관심을 두셨으면 합니다. 물론 우리 세월호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관심을 두고요. 진짜 자식 가진 부모들의 마음은 다릅니다. 사회의 불합리한 사건에 대해서 국민과 함께한다고 느끼게끔 힘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속해서 알려야 합니다. 힘을 계속해서 보태주셔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믿을 게 못됩니다. 그들은 국회의원 되기 전에는 ‘제가 꼭 밝히겠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해놓고 국회의원 되면 사람이 확 달라집니다. 국회의원 뱃지 달았다고 저희의 이야기를 듣질 않아요. 여,야 서로 싸우기나 바쁘죠. 국민의 힘이 있어야 진상 규명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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