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구를 청소하는 사람들의 모임 ‘와이퍼스’
‘플로깅·제로웨이스트’ 환경과 건강 한번에 챙겨
플라스틱 문제 심각…‘자원회수·인프라 구축’ 우선
환경보호 활동은 ‘즐거운 불편’…지금 시작이 중요

와이퍼스 황승용 닦장 ⓒ투데이신문
와이퍼스 황승용 닦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하영 인턴기자】 휴게소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봤다면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자신이 머문 공간은 깨끗하게 사용하고 정리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은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길거리, 산, 바다 등 머문 자리에 쓰레기를 남기고 가는 사람들로 인해 동·식물은 고통속에 살고 있고, 이는 부메랑이 돼 인간까지 환경오염 속에서 고통받으며 살게 됐다.

특히 올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접촉이 제한되면서 2017년 15조원 규모였던 배달음식 시장은 올해 24조원 이상으로 커졌는데, 이 결과로 전년 동기 대비 현재 플라스틱류 폐기물은 15.6%, 비닐류 폐기물은 11.1%가 증가했다.

이렇게 배달된 음식의 포장들은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당시 한강공원으로 나와 취식을 즐기던 사람들에 의해 버려졌고, 올 여름 장기간의 집중호우를 만나 모두 인천 앞바다로 쓸려 내려가 버렸다. 평소 연간 40~50t의 쓰레기가 나오는 인천 앞바다에서 결국 지난 8월 이미 50t을 넘어섰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이러한 해양 쓰레기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들이 우리가 먹는 밥상에 올라와 한 사람당 일주일에 카드 한 장, 한 달에 칫솔 한 개에 달하는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재활용품의 가치마저 곤두박질 쳤다. 이로 인해 재활용을 하는 것보다 새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값이 더 저렴하게 됐다. 페트(PET)는 1kg당 850원에서 630원, 폴리프로필렌(PP)는 751원에서 674원, 폴리에틸렌(PE)는 974원에서 801원으로 하락해 쓰레기들이 수거되지 못한 채 쌓여만 가는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오염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자신이 머문 자리는 물론 다른 사람이 머문 자리까지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바로 ‘와이퍼스(WIPERTH)’다. wipe(닦다), ~er(~하는 사람), earth(지구)를 한데 합쳐 ‘지구를 닦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탄생했다.

와이퍼스가 지구를 닦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플로깅(plogging)’이다. 플로깅은 스웨덴에서 시작된 환경운동으로,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어 단어 ‘Jogging’을 합친 단어다. 한 손에는 봉투를 들고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보호 활동이다. 최근 많은 러닝크루에서 플로깅을 하고 있고, SNS에 #Plogging #1run1waste 해시태그와 함께 플로깅 하는 모습을 공유하면서 더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투데이신문>은 길동역 인근에서 지구를 닦는 사람들이 모인 와이퍼스의 대표 황승용 닦장(닦다+長)을 만나 플로깅의 장점과 그로 인해 바뀐 삶의 방식, 그리고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환경오염 문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와이퍼스 단체사진
와이퍼스 단체사진 ⓒ와이퍼스

Q. 와이퍼스(WIPERTH)는 어떤 모임인가.

와이퍼스가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속한 모임은 아니었다.

어느 날 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혀있는 사진과 KBS 다큐 ‘플라스틱 지구’를 우연히 보게 됐고 이를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때부터 혼자 에코노미스트(economist)라는 이름으로 손수건과 용기를 사용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생활과 김밥 포장하러 가는 길에 비닐과 장갑을 챙겨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플로깅을 시작했다.

플로깅 등의 환경보호 활동과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SNS에 공유했고, 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지금의 와이퍼스가 됐다.

우리는 ‘지구를 닦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뜻에 맞게 쓰레기를 줍는 정화활동 ‘플로깅’을 우선으로 한다. 그에 덧붙여 재미있는 활동을 곁들인다. 전기를 안 쓰는 카페, 무(無)포장을 지향하는 카페, 제로 웨이스트숍에 방문하고, 양말목으로 공예품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 길거리나 공공장소 등에서 주운 담배꽁초를 KT&G에 보내는 ‘꽁초어택’을 진행했다. 담배는 필터의 90% 이상이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담배가 무단으로 투기되고, 결국 바다까지 흘러들어감으로 인해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4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담배꽁초 약 6000개비를 모았고, 이를 KT&G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 달라는 손편지와 함께 보냈으나 아직 답변은 못 받은 상태다.

Q. 플로깅의 장점은 어떤 것이 있나.

플로깅은 쓰레기를 주울 때 스쿼트와 런지 동작을 하게 돼 일반 조깅보다 칼로리 소모가 훨씬 크다. 30분 기준 조깅만 하는 사람은 평균 235kcal를 소모하지만 플로깅을 하는 사람은 288kcal의 열랑을 소비한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플로깅을 한곳이 깨끗해진 모습을 보면 사회적으로 옳을 일을 했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높아진다. 아울러 플로깅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서로 교감하고 응원하다보면 플로깅이 주는 선한 에너지로 인해 활력도 얻고 소속감까지 느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플로깅을 시작하면 쓰레기를 바라보는 관점까지 바뀐다. 쓰레기를 줍고 분리수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쓰레기가 버려진 경로와 처리 과정까지 고민하는 등 생각이 확장된다. 특히 오랜 기간 묻혀있던 쓰레기를 보면 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고 자신이 버렸던 쓰레기들이 미래의 아이들에게 이어진다는 생각에 경각심을 갖고 살게 된다. 이것이 발전하면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Q. 최근 플로깅이 떠오르는 원인은.

평소 환경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은 물론,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30세대 사이에서 자유로운 참석을 근간으로 하는 달리기 동호회 ‘러닝크루’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포착한 여러 기업이 플로깅 행사를 개최하면서, 2030세대가 기업 주관의 플로깅 행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참여자들이 로고가 박힌 플로깅 굿즈를 들고 있는 사진을 SNS에 공유해 플로깅이 더 빠르게 알려질 수 있었다.

이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환경오염이 불러 올 재앙이 곧 자신의 인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2050년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지 않은가. 젊은 세대가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 어느 세대보다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고, 이런 활동들을 통해 자신의 선한 가치관까지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플로깅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Q. 우리나라와 해외에서는 플로깅이 어떤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나.

사실 플로깅이 시작된 스웨덴은 길거리에 쓰레기가 우리나라만큼 많지 않아서 빠르게 뛰면서도 쓰레기를 줍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길거리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 뛰면서 모든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적당한 속도로 달리며 적당히 줍는 것으로 타협을 봐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주로 러닝에 플로깅을 추가한 형태가 많다 보니 환경문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채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쓰레기를 줍고 분리수거를 안 하고 버리거나, 플로깅을 한 후 쓰레기가 발생하는 편의점 음식을 먹거나, 육식을 하는 등 환경보호와 거리가 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봉투를 들고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끝나는 활동은 진정한 플로깅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에서 플로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투데이신문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에서 플로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와이퍼스

Q. 와이퍼스에서는 어떻게 플로깅을 진행하고 있나.

야외활동 시에는 10~15명이 모여 마스크를 쓰고 진행한다. 준비물은 장갑, 생분해(유기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환경 친화적으로 분해되는 현상) 봉투, 집게다.

장소는 대한민국 전역이다. 주로 서울에서 진행하지만, 쓰레기가 있는 곳이라면 산과 해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먼저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비치돼있는 곳을 미리 찾아놓고, 그 중심으로 길거리와 공원 두 곳에서 진행해 투기 상태를 비교하며 플로깅을 한다.

만약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없다면 분리수거가 가능한 물품을 따로 집으로 가져와 세척한 뒤 집에서 버리거나 다음 활동 때 수퍼빈을 이용해 버린다.

그래서 부산에서 플로깅을 했을 때 광안리 해변에서 주운 쓰레기를 호텔로 가져와 새벽 2시까지 세척하고, 이를 서울까지 가져와 분리수거한 적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수퍼빈은 캔과 페트병을 버리면 이를 포인트로 환산해 주는 재활용 수거 자판기다. 이전에 슈퍼빈과 국민은행이 협업해 포인트가 2000점이 넘으면 현금으로 환산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페트병은 5포인트, 캔은 7포인트인데, 와이퍼스가 다같이 약 1000개의 쓰레기를 모아 만든 6000포인트를 기부하기도 했다.

Q. 플로깅 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쓰레기는 주워도, 주워도 끝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해서 모든 쓰레기를 주우려고 하면 오히려 허탈감이 커져 지속하기 힘들다. 처음에는 조금 줍더라도 스스로를 북돋아 가면서 해야 지속 가능한 플로깅이 된다.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너무 지치지 않을 정도로 조절하면서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여주기식 플로깅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려면 플로깅의 최초의 취지인 ‘환경보호’에 집중하고 계속 상기시켜야 한다.

Q. 플로깅을 비롯한 환경보호 활동을 시작한 후 생활습관이 어떻게 변화됐나.

제일 먼저 식습관이 변했다. 원래 고기와 가공식품을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플로깅을 시작하고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가공식품과 육식 섭취를 자제하려고 노력했더니 11kg를 감량했다.

그리고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시작했다. 이제 텀블러는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시장에 갈 때는 비닐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재료를 담을 용기들을 챙겨 간다. 덕분에 쓰레기도 줄이고 충동구매도 막을 수 있었다. 생활용품을 최대한 재사용하게 되면서 생활비까지 절약할 수 있었다.

Q. 플로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1급수가 흐르고 도롱뇽이 사는 백사실계곡에서 플로깅을 진행했을 때 땅속에서 오래된 쓰레기들을 많이 발견했다. 40년 넘은 ‘펲시콜라’ 병, 38년 된 삼양라면 봉지와 고추장 비닐 등이 모두 충분히 글씨가 다 읽힐 정도로 보존돼있었다.

또한 한강에서 자동차 와이퍼를 줍기도 했고, 강화도에서 해변 청소를 할 때는 잘게 쪼개진 스티로폼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은 물고기들이 가라앉지 못해 죽은 경우를 목격한 적도 있다.

(왼쪽부터)펩시콜라 캔, 삼양라면 봉지, 샘표 고추장 비닐
(왼쪽부터)펩시콜라 병, 삼양라면 봉지, 샘표 고추장 비닐 ⓒ와이퍼스

Q. 코로나19 이후에 새롭게 나타난 환경오염 문제는 무엇인가.

길, 산, 바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닥에 버려져 있는 마스크가 정말 많다. 또한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용기 문제도 심각하다. 플라스틱 대란은 이미 시작됐으며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코로나19와 플라스틱 대란을 겪으면서 친환경적인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생분해 용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마케팅면에서 문제가 있다. 기업은 생분해 비닐 혹은 플라스틱이 매립돼도 금방 썩기 때문에 아무 곳에나 버리거나 다른 쓰레기와 함께 버려도 괜찮다는 식으로 광고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생분해 용품이 분해되기 위해서는 온도가 58°C, 습도가 70% 이상인 환경에서 6개월 동안 썩혀야 하는데, 이는 실제 환경과 차이가 있다. 그래서 제대로 분해하려면 전문 퇴비 시설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관련 시설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친환경적인 흐름은 바람직하지만 그에 대한 수거체계와 인프라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상에 나오는 것은 오히려 분리수거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버리면 서로 소재가 다르기 때문에 생분해 플라스틱이 되려 교란 물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Q. 우리나라에서 시민들과 기업, 정부가 환경 문제를 대하는 자세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시민들끼리 치킨 뼈는 ‘일반 쓰레기다’ 또는 ‘아니다’, 페트병에 끼여 있는 링은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또는 ‘아니다’로 토의를 하곤 한다. 이처럼 분리수거를 잘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제대로 안 하면 서로를 비난하지만, 이것은 시민의 잘못이 아니다. 기업들이 분리수거를 어렵게 만들었고, 그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한 것이다. 기업은 페트병과 뚜껑을 같은 재질로 만들거나 페트병에 붙어있는 비닐 라벨을 없애는 등의 방법으로 시민들이 분리수거하기 편한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분리수거를 잘하는 국가는 맞지만, 과(過)위생·과(過)편리를 추구해 OECD 국가 중 플라스틱 용기 배출 1위인 나라가 됐다. 또한 시민들도 분리수거만 잘 하면 정부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그동안 친기업적으로 움직여왔던 터라 기업을 제재하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기후 악당’이라고 불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넷 제로(Net Zero: 탄소중립)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와중, 영국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35% 감소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 온실가스 로드맵의 목표배출량보다 15.4% 높았다.

시민들은 자기 눈앞에 쓰레기가 쌓여있거나 직접적으로 피해를 체감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심각성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외치는 개인이 모여 대중의 물결이 생긴다면 이를 바꿀 수 있다. 최근에 일어난 빨대 반납 운동과 스팸 뚜껑 반납 운동에 기업이 반응했던 것처럼 그린슈머(greensumer: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의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Q. 플로깅은 스웨덴에서 시작돼 한국에 들어온 운동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도입됐으면 하는 해외의 또 다른 환경 보호 활동이나 제도가 있는가.

환경보호 활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선은 자원회수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재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플라스틱병을 가져오면 돈으로 환급해 주는 제도 CRV(California Refund Value)가 있다. 이 제도를 이용해 현재 11살인 라이언 힉맨은 3살부터 5년 동안 주운 쓰레기를 팔아 4만달러를 모았고 직접 ‘라이언 재활용 회사’까지 설립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자원에 가치를 부과해 회수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책정되는 가격도 적고, 병만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한계도 있다. CRV 같은 제도가 도입된다면 플로깅의 가치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독일의 ‘판트제도’도 비슷하다. 판트 표시가 있는 음료는 소비자가 음료와 판트 가격까지 계산하고 나중에 페트병, 캔, 병을 반납하면 다시 돈을 돌려주는 제도다. 생수의 경우 물보다 페트병 비용이 더 비싸게 책정돼 판트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돈을 낭비하게 된다. 그래서 독일의 젊은 사람들은 파티를 한 뒤 쌓인 병을 버리지 않고 모두 모아 판트하기도 한다.

독일에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독일의 대표적 친환경 도시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여러 카페들이 연합해 똑같은 디자인, 똑같은 재질의 다회용 컵을 카페에 비치해놓고 손님들이 커피와 함께 주문한 그 컵은 다른 카페에서도 반복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원하는 횟수만큼 컵을 사용한 뒤 다시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 주는 방식이다. 컵을 들고 다니는 일이 귀찮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가 있는 ‘컵 보증금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와이퍼스 황승용 닦장 ⓒ투데이신문
와이퍼스 황승용 닦장 ⓒ투데이신문

Q.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 보호 활동은 무엇인가.

환경보호 활동에 첫 발걸음을 떼시는 분이라면 제로 웨이스트숍을 방문해 대나무 칫솔을 구매하는 등 자신의 생활용품을 하나씩 친환경적 물건으로 바꾸는 방식을 추천한다. 그 외에도 무포장 가게, 비건 식당 등을 방문하면 환경보호에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최근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7년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환경오염의 주범인 축산업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산지와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활동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육식을 줄이는 것이다. 다만 하루아침에 갑자기 고기를 끊기에는 매우 힘드니 일주일 중에 하루를 ‘고기 안 먹는 날’로 정하거나 집들이 음식을 비건 음식으로 준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Q. 환경보호에 대해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독자들이 재밌게 환경보호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환경보호 활동이 마냥 힘들고 우울한 것이 아니며 조금 불편하긴 하더라도 즐거운 불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길 바란다.

먼저 젊은 세대의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줄곧 기다려온 사람들이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이는 도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 적혀있는 문구다. 환경오염 문제의 해결사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먼저 사소한 것부터라도 환경보호를 시작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바로 자신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아이를 둔 부모님 독자다. ‘아이들에게 최고급 마스크를 사주는 것이 좋은 부모인지, 아이들이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게 좋은 부모인지’ 고민해 보시길 바란다. 진정으로 자녀들을 사랑한다면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위해 조금 귀찮더라도 삶의 패턴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경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크든 작든 당장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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