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지 두 달 된 임성훈 은행장을 회장 후보에

DGB대구은행 본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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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DGB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최종 후보 3인이 선정됐다. 그러나 후보군 가운데 취임한지 갓 두 달 된 대구은행 임성훈 현 은행장이 포함되면서 그동안 불거진 DGB금융그룹 김태오 현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이 사실상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예상된다. 

3일 DGB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DGB금융그룹 김태오 현 회장, 임성훈 은행장, 우리카드 유구현 전 대표이사를 선정했다. 회추위는 내달 면접과 회추위원 회의 등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 1인을 뽑고, 내년 3월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갓 두 달이 된 임성훈 행장이 후보군에 포함된 것에 대해 김태오 회장을 위한 ‘들러리’ 후보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사실상 임 은행장이 DGB금융 지주의 회장이 될 가능성이 낮고, 회장이 된다 하더라도 은행권에서는 이례적인 승진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 은행장이 회장이 될 경우 DGB금융 지주 이사회가 결정한 ‘회장·행장 분리 원칙’에도 위배된다. ‘회장·행장 분리 원칙’은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구분하고, 역할 분담과 상호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DGB금융은 2011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회장‧행장 겸직을 유지해왔지만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진 이후, 회장에게 쏠린 경영권이 문제로 지목된 바 있다. 

회장 후보군에서 유일한 외부 인사인 유 전 대표이사는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은행업에서만 30년 이상을 종사한 대표적인 대구 출신 금융인이다. 유 전 대표이사는 은행업에서 오랜 경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DGB금융 내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김태오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회장 선임 제한 연령도 김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에 힘을 싣고 있다. DGB금융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3월 회장추천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내부규범을 대폭 개편하면서 회장 선임 제한 연령을 만 67세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내년 3월 만 66세가 되는 김 회장의 연임을 위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만 67세가 초과되면 회장 선임 또는 재선임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사외이사들도 김 회장과 같은 경북고 출신인 금융감독원 권혁세 전 감독원장, 하나은행 감사 당시 김 회장과 근무한 금감원 출신인 조선호 사외이사 등이 새로 영입되며 김 회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미리 만들어 놨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한편 대구은행 노동조합은 DGB금융그룹의 신뢰회복을 강조하며 김 회장의 ‘말 바꾸기 태도’를 지적했다.

DGB대구은행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김 회장이 앞서 각종 언론 인터뷰, 기자 간담회서 임기 동안 사람을 키워 좋은 자리를 넘겨주겠다는 등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 온 만큼 금융회사 수장으로써 지켜야 할 신뢰를 책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취임 당시 김 회장은 DGB금융그룹 조직의 안정과 후계 양성을 위해 한시적 겸직을 수락하고, 내부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재 육성 체계 도입을 하겠다며 공식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김 회장을 둘러싼 셀프 연임 논란에 대해 DGB금융 지주 관계자는 “후보군은 회추위에서 선정한 것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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