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공장 노동자 사고 발생 17일 만에 숨져
노동청 9일부터 대전, 금산공장 특별근로감독
한국타이어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 할 것”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판교 사옥 ⓒ뉴시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설비 사고에 의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과거 공장 내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한 이후 안전문제 개선을 사내가치로 내걸었지만 현장에서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속노조 등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작업 중 중상을 입은 노동자 A(47)씨가 지난 5일 밤 11시께 숨졌다. 그는 사고 이후 의식을 잃은 채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이어왔지만 17일 만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앞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는 지난달 18일 오후 3시 37분경 타이어 성형 업무 작업을 담당하던 A씨가 설비 작업 중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대전 소방당국에는 작업자가 설비에 끼었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A씨는 머리와 가슴 등에 큰 부상을 입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방노동청은 이번 사건을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9일부터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금산공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경찰은 해당 사건을 업무상 과실치상에서 업무상 과실치사로 전환하고 고인에 대한 부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노조 등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서 작업자 부상 및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전 대전공장에서는 성형 설비 작업자가 회전 중이던 벨트에 얼굴을 맞아 큰 부상을 입었으며, 금산공장에서도 2017년 컨베이어에 낀 노동자가 숨지는 등 수차례 사상자가 발생했다.

노조는 한국타이어가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최우선 가치로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장에서는 이행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2017년 금산공장 사고 이후 작업 재가동에 대한 조건으로 안전설비를 개선하고 2인 1조 작업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이에 대한 점검이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또 다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대전충남지부 이태진 노동안전부장은 “시설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안전을 덜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생산중심의 운영 때문이다. 노동 강도도 높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군대식 수직문화로 인해 다쳐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현장 노동자들이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고 반영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안전센서로 인해 기계가 멈추면 생산이 중단되고 재가동하는데 시간이 걸리니 센서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작업안전수칙에 따라 매 교대 시마다 센서 작동을 확인해야 하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2017년 중대 재해 발생 이후에는 노동부가 2인 1조 작업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점심시간에도 기계를 돌리며 한명은 식사를 가고 한 명만 남아 작업을 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또 “한국타이어는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선언하고 2017년에는 780억원을 투입해 안전설비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점검이나 감독 등이 이행되지 않아 또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노동청 조사 결과에 따라 개선 작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현재 노동청과 함께 조사 중이다”라며 “어떤 부분을 개선할 것인지 어떤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를 조사 중에 있고 결과에 따라서 개선 작업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설비 공장에 대한 개선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오너 일가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대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며 내홍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양래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지난 6월 24일자신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양도한 이후 형제들이 반발에 나서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조 회장의 딸인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조희경 이사장은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 대한 지분승계가 그동안 조 회장의 신념과는 동떨어진 행동이었다며, 자발적인 의사결정이었는지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접수한 바 있으며 장남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도 법률대리인을 통해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은 이에 직접 입장문을 내고 첫째딸의 행동에 마음이 아프고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조 부회장이 성년후견신청과 관련해 참가인 자격의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사실상 조 사장을 대상으로 한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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