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 사회부적응자→주체적인 사람 의미 변화
스스로 집단과 거리 두는 ‘자발적 아싸’ 등장

사람들을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으로 나누는 기준은 ‘나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각 세대는 고유한 문화와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중 밀레니얼 세대는 차기의 주력 세대로, 그들의 문화와 가치관이 사회와 소비시장을 흔들고 있어 세상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들은 ‘공동체의 행복’보다 ‘나의 행복’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특징이 있다.

기성세대가 돼버린 베이비붐 세대, X세대는 공동체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가며 인싸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그 반대다. 밀레니얼 세대의 과반수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공동체에 헌신하기보다는 스스로 아싸가 돼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자신의 가치와 장점을 알아감에 에너지를 투자하려는 ‘자발적 아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4편에 걸쳐 스스로 무리에서 벗어나려는 ‘자발적 아싸’의 특징과 이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된 사회적 배경, 또한 그들의 가치관까지 폭넓게 알아보려 한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투데이신문 이하영 인턴기자】 설레는 새 학년, 새 학기를 앞둔 3월,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in 질문 페이지에는 ‘인싸가 되는 방법 알려주세요’, ‘아싸에서 벗어나고 싶어요’라는 글이 무수히 올라온다. 페이스북에서도 ‘인싸 아싸 빙고’, ‘인싸영역 모의고사’와 같은 각종 테스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친구의 수, 연애 경험 유무, 신조어 파악도 등으로 자신이 아싸‧인싸 중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보는 테스트다.

위의 질문 페이지와 테스트가 시사해 주듯 ‘아싸’는 아웃사이더(Outsider)의 줄임말로 무리에서 겉돌아 항상 혼자 있고 유행과는 거리가 먼 사람을 가리킨다.

아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 이미지로 소모돼 스스로 아싸라는 데에서 자괴감을 느끼고 상처받곤 했다. 특히 혼자 밥 먹는 것을 창피한 일이라 여겨 뚜껑 덮은 변기를 식탁 삼아 단무지 없는 김밥을 먹거나(단무지를 씹으면 아삭 소리가 나면 혼자 밥 먹는 것이 들키기 때문) 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에서 밥을 먹는 모습의 인증샷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와 반대로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 ‘인싸’는 각종 행사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트렌드를 잘 쫓아가고 인기가 많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일부 하이틴 드라마와 영화들은 조용하게 생활하던 아싸 주인공이 어떠한 계기로 예쁘게 치장하고 학교에 나타나 주변에 많은 친구들을 거느리는 장면을 보여줬고, 외모가 화려하고 친구가 많은 인싸가 마치 승리자인 것처럼 표현했다.

기업들은 이를 마케팅에 이용했다. 제품을 출시할 때 ‘인싸라면 입어야 할’, ‘인싸라면 가봐야 할’ 등의 수식어를 붙여 인싸와 아싸의 분화를 부채질해 이들 사이의 심리적 격차를 벌려놓았다.

이와 같이 다양한 콘텐츠의 영향까지 더해져 아싸는 기피의 대상으로, 인싸는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됐다.

그러나 이제 아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아싸는 혼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당당히 한다는 주체적인 사람이 됐다. 심지어 최근에는 유행을 좇기보다 자신만의 주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아싸의 특징으로 ‘힙’한(hip하다: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갖고 있다.) 이미지까지 얻었다.

특히 혼밥(혼자 밥 먹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등 혼족(혼자+族)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혼자 노는 것이 유별나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

집단의식과 유대감, 소속감이 중요해 ‘다 함께’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기성세대의 사회에서 아싸는 부적응자, 인싸는 부러움의 눈빛을 한 몸에 받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각 개인의 특성을 인정하고 오히려 독특한 취향이 각광받는 최근에는 아싸가 더 이상 아싸가 아닌, 인싸가 되는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아싸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명 ‘자발적 아싸’다. 자발적 아싸는 대학교와 직장에서 스스로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선호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고 싶은 인싸의 욕구가 있는데, 자발적 아싸는 그와 반대로 스스로 무리에서 벗어나 고독을 쟁취함으로써 그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자발적 아싸가 무리에서 벗어나 아싸의 길을 택하는 이유에 대해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정미영 교수는 “공동체에서 나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없을 때 무리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정체성을 찾아 나서려는 ‘적극적 동기’와 표면적으로는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공동체 속의 자기정체성이 부정적일 때 혹은 어울리는 것 자체가 어려울 때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다짐하는, 자발적 아싸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자기 보호적 동기’ 두 가지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기 보호적 동기’는 100% 자발적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결국 자기정체성을 찾기 위해 공동체에서 벗어난다는 점이 ‘적극적 동기’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정체성을 형성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 욕구가 인싸는 공동체 속에서, 자발적 아싸는 공동체 외부에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