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대학생·직장인 과반수 “나는 자발적 아싸”
끈끈하지 않은 가볍고 느슨한 인간관계 선호

사람들을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으로 나누는 기준은 ‘나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각 세대는 고유한 문화와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중 밀레니얼 세대는 차기의 주력 세대로, 그들의 문화와 가치관이 사회와 소비시장을 흔들고 있어 세상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들은 ‘공동체의 행복’보다 ‘나의 행복’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특징이 있다.

기성세대가 돼버린 베이비붐 세대, X세대는 공동체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가며 인싸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그 반대다. 밀레니얼 세대의 과반수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공동체에 헌신하기보다는 스스로 아싸가 돼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자신의 가치와 장점을 알아감에 에너지를 투자하려는 ‘자발적 아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4편에 걸쳐 스스로 무리에서 벗어나려는 ‘자발적 아싸’의 특징과 이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된 사회적 배경, 또한 그들의 가치관까지 폭넓게 알아보려 한다.

자발적 아싸 김씨, 강씨, 이씨의 하루 일과 (픽토그램 ⓒ플래티콘) ⓒ투데이신문
자발적 아싸 김씨, 강씨, 이씨의 하루 일과 (픽토그램 ⓒ플래티콘/ⓒ투데이신문)

 

자발적 아싸 보고서_type1: 대학생 김민지(가명·24)씨의 하루

#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필요 없이 내가 친한 사람들만 챙기면 된다는 생각이 든 건 중학교 2‧3학년 때쯤이었다.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자발적 아싸의 싹이 트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중·고등학교를 보내고 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자발적 아싸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혼자 학교에 가서, 혼자 전공수업을 듣고, 혼자 집에 오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스펙을 쌓기 위해 모인 교내 공모전 팀원들과 함께 회의를 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집에 돌아오면 과제를 마친 뒤 유튜브로 아이돌 영상을 보거나 영화를 감상하며 취향이 듬뿍 반영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밖에 나가서 놀더라도 혼자서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고 쇼핑하러 돌아다니는 것에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는 편이다.

내가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지인은 5명이다. 수가 적다고 느끼긴 하지만 이 5명과의 친분을 평생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과제고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삶이 마냥 후회되지는 않는다. 한정된 시간을 남 눈치 보는데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투자한다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

 

자발적 아싸 보고서_type2: 대학생 강주희(25)씨의 하루

# 초·중·고 때는 인싸 생활을 했다. 초등·중학교는 같은 지역에서 다녔고 고등학교는 같은 지역은 아니었지만 멀지 않은 곳으로 갔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비교적 적었다.

새로운 친목을 쌓는 게 어색한 나는 낯선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는 대학교에 들어간 후부터 자발적 아싸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가 견디기 힘들고, 말을 이어나가며 친해지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정신적 피로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교 친구는 1학년 때 우연히 수업이 자주 겹쳐서 친해진 동생 외에는 딱히 없다. 

이러한 나의 성향은 연애관에도 영향을 미쳐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가 아닌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나 추구)가 됐다.

또 나는 엄청난 집순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70%,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30%에 불과하다. 친구들이 만나자고 연락이 오면 나가긴 하지만 먼저 만나자고 하지는 않는 편이고, 집에서 혼자 액세서리를 만드는 등의 취미생활을 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이러한 자발적 아싸 생활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어 마음이 편안하고 새로운 인맥에 대한 욕심도 없기 때문에 나는 이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자발적 아싸 보고서_type3: 직장인 이수진(가명·27)씨의 하루

# 나는 재수를 해서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당시 20살이던 동기들의 성향이나 가치관이 어리다고 느껴져 거리를 두다 보니 자발적 아싸로 살게 됐다. 그렇게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 동안 운동, 전공 외 공부, 취미생활 등을 하면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대학교 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국토대장정에 참여했다. 같은 목표의식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라 대화가 잘 통했고, 이를 통해 친목도 다졌다.

그러다가 약 1년 전 취직을 했다.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일과 사생활의 구분이다. 점심시간에 나에게 사적인 얘기를 하면 그냥 듣기만 할 뿐 되도록 내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회식이 있는 날에는 약속이 있다고 말하고서 재빨리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편이다. 퇴근 후까지도 회사를 위해 내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는 건 적극 사양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편안하게 밥을 먹고서 홈트레이닝, 베이킹, 친구와의 통화 등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최근에는 나의 취미생활에 필요한 정보 수집을 위해서 가벼운 동호회를 가입할까 싶기도 하다.

자발적 아싸지만 연애는 연애대로 하면서도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고, 나를 계발하고 알아가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김씨와 강씨, 이씨는 개인 시간을 소중히 여겨 자발적으로 아싸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금의 생활방식에 만족을 느끼며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자발적 아싸들은 이 셋뿐만이 아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올해 4월 20‧30대 남녀 50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자발적 아웃사이더 생활을 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61.8%가 ‘그렇다’고 답했다.

취업 준비생은 68.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그다음으로 직장인 60.3%, 대학생은 58.1%였다. 과반수가 자발적 아싸 생활 중인 것으로 보아 이 생활방식이 보편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많은 2030 세대가 택한 자발적 아싸는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대학교에서 열리는 축제, MT 등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그 시간에 취미생활과 자기계발, 혹은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직장 속 자발적 아싸들은 퇴근 후 개인 시간을 갖고, 사내 가십에 관심이나 신경 쓰지 않으며 점심시간 및 휴식시간은 홀로 즐기는 방식을 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스스로 집단과 거리를 두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대학생의 경우 ‘눈치 볼 필요 없이 혼자 다니는 게 편해서’라는 이유가 가장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고, 뒤를 이어 ‘관태기(관계+ 권태기, 관계 맺기를 기피하고 회의감을 느끼는 현상)를 겪는 등 인간관계에 지쳐서’를 비롯해 ‘취업 준비 및 자격증 시험 준비’와 같이 반(半) 자발적인 이유도 있었다.

올해 5월 사람인이 직장인 남녀 13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자발적 아싸가 된 이유로 ‘업무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에 가장 많이 동의했고,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등 나의 시간·여가를 지키기 위해 △관계나 소속감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아서 △인간관계에 지쳐서 등으로 자발적 아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내 집에는 3개의 의자가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둘째는 우정을 위한 것이며, 셋째는 사교를 위한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홀로 월든 호숫가에 들어가 지낸 2년 동안의 경험을 적은 <월든> 속 구절이다. 그는 월든 호숫가에서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그에 대한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자발적 아싸도 비슷하다. 대학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직장 내에서의 교류도 적어 마치 혼자서 고립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관계를 ‘안’ 맺는 거지 ‘못’맺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 아싸가 집단과 거리를 두는 이유에 대해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자발적 아싸들은 단지 단단하고 끈끈하게 연결된 인간관계를 추구하지 않고 느슨하고 가벼운 인간관계를 선호할 뿐이다”라며 “다른 사람에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나와 맞는 사람들과 그때그때 소통하는 가벼운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서 <라이프 트렌드 2020>은 이처럼 서로 연결은 됐으나 긴밀하거나 끈끈하지 않은 관계를 ‘느슨한 관계’로 정의했다. 이는 관계의 장점을 일부만 취하면서 관계로부터 오는 부담과 복잡함을 덜겠다는 태도의 결과이며, 집단주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주의 관점에서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태도라고 설명했다.

즉 자발적 아싸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는가’ 보다 ‘어떤 사람들을 알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인맥의 넓이보다는 인맥이 가진 성격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의 자발적 아싸가 끈끈한 유대감보다 가볍고 느슨한 관계를 추구하는 대인관계 가치관을 갖게 됐고, 또 이러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시적으로는 밀레니얼 세대가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집단을 우선시 여기는 집단주의보다 개인의 이익과 자유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개인주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비교적 강한 자발적 아싸들은 공동체의 끈끈함을 위해 개인의 에너지나 시간을 쏟거나 사생활 영역이 침범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사회의 유지를 위해 집단주의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래서 자발적 아싸들은 완전히 고립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시간이 존중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가볍고 느슨한 관계 맺기’를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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