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관심사 공유하는 목적 지향적 모임 추구
“사회적 고립을 경계해야”...우려의 목소리도

사람들을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으로 나누는 기준은 ‘나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각 세대는 고유한 문화와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중 밀레니얼 세대는 차기의 주력 세대로, 그들의 문화와 가치관이 사회와 소비시장을 흔들고 있어 세상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들은 ‘공동체의 행복’보다 ‘나의 행복’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특징이 있다.

기성세대가 돼버린 베이비붐 세대, X세대는 공동체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가며 인싸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그 반대다. 밀레니얼 세대의 과반수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공동체에 헌신하기보다는 스스로 아싸가 돼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자신의 가치와 장점을 알아감에 에너지를 투자하려는 ‘자발적 아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4편에 걸쳐 스스로 무리에서 벗어나려는 ‘자발적 아싸’의 특징과 이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된 사회적 배경, 또한 그들의 가치관까지 폭넓게 알아보려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이하영 인턴기자】 혼자있기 좋아하는 자발적 아싸는 대체 어떤 사람들과 느슨한 연대를 맺고 교류할까.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6년 3월 30일부터 4월 4일까지 전국 20대 남녀 6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발표한 ‘2016 20대 관계 진단서’에 따르면 취미활동과 자기계발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특정 취향과 관심사를 바탕으로 가볍게 모이는 목적 지향적 모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적 지향적 모임은 친목보다는 목적을 중시하는 형태로, 친목에 대한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목적했던 바를 이루고 소속감까지 느낄 수 있는 모임이다.

대표적으로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취향관’이 있다.

취향관 멤버들은 ‘시나리오 읽기’, ‘친환경 생활하기’,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기’ 등의 프로그램을 신청해 공통된 관심사와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교류한다.

일반 동호회와 가장 다른 점은 자신의 이름, 나이, 직업을 밝히지 않고 닉네임으로 부르며 하나의 주제만을 가지고 자유롭게 대화한다는 것이다. 취향관에서는 명함이 오가지 않고 그저 음악, 책, 영화 등의 이야기만 오간다.

그 외에도 해당 시간에 가능한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달린 후 공식적 뒤풀이 없이 바로 헤어지는 러닝크루 ‘러쉬’,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2시간 동안 개별적으로 독서 시간을 갖고 나서 함께 읽은 책에 관한 감상을 공유하는 ‘묵독(黙讀) 파티’ 등이 있다.

느슨하고 가벼운 연대를 추구하는 자발적 아싸들은 목적 지향적 모임에서 동일한 관심사를 함께 공유할 사람을 찾고, 곧 이들은 자발적 아싸의 인맥이 된다. 모임의 참여 또한 자유롭기 때문에 부담이 적고 혼자만의 시간을 마련하기에도 용이하다는 실용성으로 더더욱 이런 모임을 선호한다.

이처럼 자발적 아싸들은 자기계발 혹은 취미생활을 더 풍성하게 즐기기 위해 타인과 교류함으로써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자발적 아싸들의 생활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다.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정미영 교수는 “자발적 아싸는 집단주의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이긴 하지만 정체성은 통합적인 것이므로 ‘우리’를 배제하고 성립될 수 없다”라며 “‘남이 생각하는 나’를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고립을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는 자발적 아싸의 삶의 방식이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집단주의에서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인주의 사회로 변화할 것”이라며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개인(자발적 아싸)이 추구하는 가치의 속도가 동일하다면 그때는 더 이상 자발적 아싸가 아싸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고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그러나 추구하는 가치가 어긋난다면 함께 공존은 하지만 개인과 사회와의 괴리로 인해 ‘불편한 공존’의 사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사회조직과 단절하지 않고 ‘나’와 ‘우리’의 공존을 지향하는 것이 자발적 아싸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다. 자발적 아싸들은 나를 알아가고 돌보는 시간을 갖되, 세상과의 소통을 지속해야 한다. 

이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은 그저 관계 맺는 모양이 변화한 것일 뿐, 이들이 관계 자체를 맺기 싫어하는 것은 아님을 기억해야 긍정적인 방향으로 ‘비동시성의 동시성(각기 다른 시대에 존재하는 사회적 요소들이 동시대에 공존하는 현상)’이 작용할 수 있다.

“자기 자신과 사귀는 법을 모르고 사는 어른이 의외로 많다. … 감정관리는 자기 자신과 당당하게 마주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 삶에서 가장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때는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하는 때이다.”

<관계의 물리학> - 림태주

기성세대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들은 입시부터 취직까지, 사회의 요구와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또 꿈을 향해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그런 우리들에게 잠시 ‘자발적 아싸의 시간’을 선물해 주는 것을 제안하는 바다.

림태주 작가의 말처럼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주변에 감사를 전할 사람들은 누구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이를 통해 자기 자신과 사귀는 법을 터득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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