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철 지음ㅣ133*195mmㅣ304쪽ㅣ1만6000원ㅣ푸른숲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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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여태껏 남아 있는 그때의 가난했던 이농민들, 지금의 가난한 노인들을 관찰하고 만난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내가 만난 그녀들은 어떤 의미에서 ‘쉬지 않고 살아왔다.’ 과거에도 지금에도 슬픔도 기쁨도 한껏 느끼며, 부지런히 노력하며 말이다. 어느 여름날에 만난 노인들, 특히 여성노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기서 젊은 시절을 모두 보낸 이들이 많다. 시기로 치면 이들은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북아현동으로 들어왔다. 출신을 물으면 전국의 팔도 사람들이 다 있다. 한때는 잘살아보겠다는 꿈으로 서울에 왔거나 어쩌다 보니 서울에서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 모두가 뒤섞여 함께 늙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다룰 이야기는 그녀(들)의 ‘노력’에 관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 책이 주목하는 이들은 폐품을 주워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노인들이다. _34~35쪽

【투데이신문 진선우 기자】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도시노인들을 통해 가난의 현상과 구조를 분석한 도서 <가난의 문법>이 출간됐다. 노인계층의 가난, 대한민국 사회의 빈곤율, 사회의 복지제도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책으로 이들의 애환과 삶의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도시사회학 연구자로서 도시 하층민의 삶을 관찰하고 쓰레기 수거, 처리 시스템체계의 변화를 분석하면서 가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며, 그 구조가 개인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이 도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폐지 줍는 여성노인’을 주인공 삼아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제도상의 빈틈을 소개한다. 도서에서 등장하는 ‘윤영자’라는 여성노인은 현장에서 만난 여러 노인을 모두 포함한 가상의 인물로, 그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총 14장(시간의 흐름)으로 구성된 <가난의 문법>은 가상의 인물인 윤영자의 삶에 대한 해석으로 구성됐으며, 과거와 오늘날의 가난한 노인들을 비교·관찰하고 만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히 이 도서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가 직접 북아현동, 가양동 등 서울의 대표적인 폐지수집 공간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얻었다는데 있다. 좁은 골목길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 노인들의 모습을 비춰 그들을 둘러싼 가난의 복합적인 요소들을 하나 둘 파헤쳐 간다.

출판사 관계자는 “재활용품 수집이라는 일을 통해 그들의 가난을 들여다볼 수 있다”며 “차상위 계층 노인의 삶이 무엇에 의해 위계화 됐는지 정리할 수 있는 시도”라고 출간 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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