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운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전태일 열사’는 부당한 노동현실 가운데서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이 도래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습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육신을 화염 속에 내던지는 희생도 서슴지 않았죠.

그의 숭고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 열악한 노동현실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안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저임금과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며,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다 목숨을 잃곤 합니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노동존중사회에 대한 희망에 숨을 불어 넣어 줄 새로운 노동정책이 필요한 때, <투데이신문>은 ‘우리가 바라는 근로기준법’을 기획했습니다.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한 시민들께서 ‘내가 바라는 근로기준법’ 게시판에 손수 남긴 의견들을 토대로 실제 노동현장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이 원하고 바라는 노동정책을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내가 바라는 근로기준법’ 게시판에 남긴 글 ⓒ전태일기념관<br>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내가 바라는 근로기준법’ 게시판에 남긴 글 ⓒ전태일기념관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학창시절 노동인권교육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간한 ‘노동교육 진단과 합리화’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일반계고등학교, 특성화고등학교 등 326개교를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4.8%가 학교에서의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머지 5.2%는 ‘그저 그렇다’고 답했으며,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한 이유(찬반 투표)에 대해 초등학교, 중학교, 일반계고등학교는 ‘노동의 가치와 인권을 배우는 것’을 각각 87.1%, 90.5%, 89.4%로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특성화고등학교는 ‘일하는 학생들에게 도움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90.6%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학교 현장에서는 노동인권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실제로 관련 교육이 이행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특성화고등학교 중심으로 노동교육이 실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반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해서는 관련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한 범교과 학습자료를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노동인권교육이 충분하지 않은듯 합니다.

특성화고등학교의 경우 95%가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초등학교 42%, 중학교 46%, 고등학교 59%에 그쳤습니다. 졸업 후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제외하곤 절반에 못미치거나 겨우 넘긴 셈입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지금 시스템으로는 제대로 된 노동인권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표준화된 교재의 부재와 가르치는 교사의 역량부족 문제, 노동인권교육을 대신할 전문강사 인력 부족 문제 등이 그 이유입니다.

<자료 출처 =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간한 ‘노동교육 진단과 합리화’ 보고서 일부 발췌>

노동인권교육의 선진국으로 알려진 국가들은 노동교육이 학교의 교과과정으로 제도화해 학년별로 체계적인 학습과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영국은 노동교육을 시민교육 안에 포함시켰으며, 2002년부터는 시민교육을 국가 교육과정 교과로 공식적으로 채택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노동교육도 교육과정 교과로 인정됐습니다.

직업학교가 발달된 독일은 다수의 학생들이 중등2과정을 거친 후 직업전선에 뛰어들기 때문에 노동교육 중요한 사회과제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중등교육과정에서 직업·진로 설계, 노동사회 및 사회보장, 노동기본권과 노사관계 등 세 분야로 나눠 교육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시민교육의 일환으로 노동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각각 ‘함께 살기’, ‘시민교육’에서, 고등학교는 ‘경제사회학’의 영역에서 포괄적인 노동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정규교과의 노동교육을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의 가치나 권리를 제대로 가르치기에는 역부족인 수준이라고 평가됩니다.

“3~4년 사이 학교에서의 노동인권교육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특성화고등학교 중심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또 교육청별 편차가 커 모 지역은 소수 학교나 온라인 교육 중심의 교육이라면, 서울시는 초·중·고 학생 대상 교재 발간, 교원 직무 교육 등 노동인권교육의 주체를 학생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이수정 노무사

한국의 노동교육 내실화를 위해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교과 전반에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더불어 청소년의 권리보장과 보편적 교육이라는 노동인권교육의 취지에 걸맞게 학생 중심의 편협한 내용 중심의 교육도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조선중기의 왕 정조는 ‘아는 만큼 행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먼 훗날 이 땅의 노동자가 될 청소년들이 체계적인 노동인권교육를 밑거름 삼아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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