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 있는데 ‘무알콜 맥주’로 팔리는 비알콜 음료…업체 ‘방관’
시민단체 “제품명 먼저 눈에 띄는 만큼 혼동 표현 개선돼야”
식약처, 비알콜 음료 ‘무알콜’ 표기는 표시법 위반, 살펴볼 것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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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최근 ‘무알콜’ 맥주 시장이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는 가운데 맥주맛 음료에 대해 그간 지적돼 왔던 모호한 알콜 성분 표기 문제들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최근 가벼운 술자리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등 주류시장에서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 규모는 2014년 81억원에서 지난해 153억원으로 6년 간 두 배 가량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9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까지 세계 무알콜 음료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3%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무알콜’ 맥주시장에 알콜이 소량 함유된 비알콜 제품까지 모호한 광고문구로 파고들고 있어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헷갈리는 ‘무알콜’과 ‘비알콜’ 표현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가운데, ‘비알콜 음료’임에도 상품명에 ‘0.0’을 포함해 소비자 혼란을 유발하거나 ‘무알콜’ 표기를 하는 등 기업들도 이익 추구를 위해 꼼수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포털 검색과 온라인 유통업체 판매글에도 잘못된 정보가 만연해, 소비자 단체에서는 헷갈리는 용어 표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알콜이 소량 함유됐지만 제품명에 0.0이 표기된 오비맥주 카스제로 제품 광고, 임신 중 음주에 대한 주의사항이 기재됐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카스 공식 SNS 캡처
알콜이 소량 함유됐지만 제품명에 0.0이 표기된 오비맥주 카스제로 제품 광고, 임신 중 음주에 대한 주의사항이 기재됐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카스 공식 SNS 캡처

비알콜 음료인데 ‘0.0’ 표기에 ‘무알콜’ 홍보? 소비자 혼란 

소비자가 언뜻 ‘무알콜’과 ‘비알콜’의 차이를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무알콜’은 말그대로 알콜이 전혀 없는 음료를 뜻한다. ‘비알콜’ 표기는 1% 미만의 알콜을 포함한 경우에 사용한다.  

현행법상 알콜이 조금이라도 함유된 제품은 제품이나 광고에 ‘무알콜’, ‘알콜 프리(ALCOHOL FREE)’이라는 표기를 해서는 안된다. 알코올을 1% 미만으로 함유한 음료의 경우 주류가 아닌 혼합음료나 탄산음료로 분류되지만 ‘비알콜’,‘논알콜·논알콜릭(Non Alcoholic)’으로 표기해야 한다.

미량의 알콜이라도 반드시 제대로 표기돼야 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선택권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임산부나 환자 등 취약 계층의 경우 극소량의 알콜 성분이라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알콜 음료는 1% 미만의 알콜을 함유한 만큼 주류법에 저촉되지 않아 무알콜 음료와 같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문제는 무알콜과 비알콜에 대한 소비자 개념이 확실히 세워지지 않은 가운데 비알콜 음료가 온라인 상에서 ‘무알콜 맥주’로 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무알콜 음료 시장은 지난 2012년 하이트진료음료의 ‘하이트제로 0.00’ 출시로 본격화 됐다. 이후 2017년 롯데칠성음료도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내놓으며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다만 두 제품은 주류회사가 아닌 음료회사에서 제조한, 알콜이 첨가되지 않은 ‘무알콜 음료’ 인데다 제품명 및 패키지에 알콜 함량을 0.00%로 표기했었다. 이에 지금과 같은 소비자 혼란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출시된 오비맥주의 ‘카스0.0(제로)’와 ‘칭따오 논알콜릭’ 등의 경우 알콜이 소량 포함된 비알콜 음료임에도 소비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카스제로의 경우 알콜을 추출했더라도 발효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제품의 0.5% 미만의 알콜이 남아있다. 그러나 ‘0.0’이라는 표기로 알콜이 없다는 소비자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관계자는 “0.5% 미만이라는 것이 정확한 함량이 아니라 0.1%나 0.01%도 될 수 있을 정도로 미량이다. 이는 과일이나 주스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수치”라며 “무알콜 맥주로 홍보한 적도 없고 제품 겉면에 비알콜 제품임과 알콜 함량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제품을 임산부나 환자 등 음용 취약 대상자에게 권하지는 않고 있으며 그런 마케팅을 펼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스제로의 제품명은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10월 말 식약처의 검토를 거치기도 했다.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에서 무알콜 맥주를 검색해본 결과 3사 모두 비알콜 음료 판매글이 소개됐다. ⓒ좌측부터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순, 각 사이트 캡처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에서 무알콜 맥주를 검색해본 결과 3사 모두 비알콜 음료 판매글이 소개됐다. ⓒ좌측부터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순, 각 사이트 캡처

‘무알콜’ 소비자 오해, 포털에도 잘못된 정보 넘쳐

이 같은 문제는 온라인 유통업체 사이트와 포털 검색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19일 본지가 쿠팡과 마켓컬리, SSG 등 온라인 유통업체의 사이트에서 ‘무알콜 맥주’를 검색해 본 결과 ‘비알콜 음료’가 무알콜 맥주라는 상품명으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각 사이트 모두에서 ‘무알콜 맥주’를 검색하면 비알콜 음료로 분류되는 ‘칭따오 논알콜릭’ 제품이나 ‘카스0.0(제로)’가 소개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모든 사이트에서 ‘무알콜 맥주’라는 잘못된 제품명 표기가 발견됐다.

특히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는 카스제로 제품 후기에서는 건강 상의 문제로 술을 끊었지만 이를 마신다는 내용이나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제품을 마셨다는 후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마켓컬리에서는 ‘알코올이 1% 미만이면 무알콜로 정의된다’는 잘못된 정보가 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업체 측은 상품명 표기 등에 오류가 있었으나 검토 후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비알콜 음료와 관련해 상품 설명에는 정확한 알콜 도수와 임산부 복용을 권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 성인용이라는 표기를 했지만 상품명 표기에 대해서는 놓친 부분이 있다”며 “1% 미만 알콜은 무알콜로 분류된다는 안내 또한 예전 상품에 포함된 내용인데 제대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던 내용이며 이 부분은 검토 후 수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특정 쇼핑몰만의 문제가 아닌 온라인 사이트 전반의 문제로 확인됐다. 네이버에서도 ‘무알콜 맥주’를 검색하면 수많은 비알콜 음료가 함께 검색되며, 심지어 무알콜 맥주로 버젓이 표기돼 있다. 이는 다음과 구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론 매체에서도 비알콜 음료를 무알콜 맥주로 잘못 표기한 경우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산부 등 취약대상을 포함한 일부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무알콜 성분으로 오인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특히 한 블로그에는 ‘임산부맥주’라는 단어와 함께 임산부도 비알콜 음료를 마음놓고 즐길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게재되기도 했다. 

블로그 등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비알콜 음료에 대해 “여동생이 임신 중에 맥주가 마시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다른 무알콜은 맛없어서 못먹겠다고 해서 바로 추천해줬다”, “임산부도 먹을 수 있는 무알콜맥주”, “비타민C도 함유했다고 하네요” 등의 표현이 발견됐다. 

판매자들조차 ‘무알콜’과 ‘비알콜’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판매하는 데다 온라인 상 잘못된 정보가 만연하다 보니 소비자 오해는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판매사이트 내 검색 기능은 최대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소비자가 무알콜 맥주나 저도주를 먹기 위해 ‘비알콜 맥주’를 검색할 가능성은 적어 보이기에 유입량을 따져 ‘무알콜 맥주’라는 키워드가 상품 검색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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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단체 “무알콜·비알콜, 그냥 들어선 몰라…표현 개선돼야”

이같은 무알콜 맥주에 대한 소비자 오인 위험성은 지난 2015년부터 제기된 바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은 의원은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무알콜이라고 하면 임산부, 청소년, 어린아이도 아무 부담없이 마시기에, 이에 대해 식약처가 제대로 된 관리와 표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식약처는 2017년 10월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무알콜’ 표기에 대해 알콜이 전혀 없는 ‘무알콜’과 소량 함유된 ‘비알콜’로 세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알콜이 소량 함유돼 있는데도 ‘무알콜’로 표기하는 등 식품 분류를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 조치 이후 3년이 지난 지금도 ‘무알콜’과 ‘비알콜’ 음료는 소비자의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알콜’이라는 용어를 추가했다지만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부분이 남아있다.

또 손쉽게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비알콜 음료’가 ‘무알콜 맥주’라는 잘못된 이름을 달고 주류 대체제로서 판매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모르고 먹는’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알콜 성분이 없는 것으로 오인하고 종종 비알콜 음료를 사 마셨다는 임산부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무알콜 맥주라고해서 한두잔 안심하고 마셨는데 알고보니 소량의 알콜이 들어있던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알콜’과 ‘비알콜’이라는 단어 자체도 낯설고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마저도 제대로 표기돼 있지않아 화가 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비알콜 음료를 ‘무알콜’로 표기하는 것은 엄연히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알콜 함량을 표기하는 용어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행 방법이 최선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식약처 관계자는 “카스제로의 ‘0.0’ 표기 뿐만아니라 전체적인 표시의 형태를 살펴봤을때 표시법상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다만 알콜을 함유하고 있음에도 ‘무알콜’로 광고하는 부분은 위반 사항에 속하며 이는 지속적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에서는 명확한 규정이 있는 만큼 홍보가 부족하다거나 하는 문제보다는 기업이 규정의 틈새를 파고든 마케팅을 한 것으로 본다”며 “‘알콜이 없습니다’, ‘알콜이 조금 들어있습니다’ 라고 쓰기에는 표기의 한계가 있기에 ‘무알콜’과 ‘비알콜’이 한글식 표현으로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단체는 ‘무알콜’과 ‘비알콜’에 대한 소비자 오인이 반복되는 만큼 식약당국의 적극적인 홍보나 법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시민모임 이수현 실장은 “소비자 사이에서 ‘무알콜’과 ‘비알콜’에 대한 오해가 반복되는 등 알콜 함량에 대한 모호한 표현에 대해서는 법적 차원에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며 “소비자에게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제품명인데 ‘0.0’ 표현이 들어있다면 알콜 성분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혼동하기 쉬워보이며, 이를 무알콜 맥주로 광고하는 것 또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량이라고는 하지만 아예 알콜 성분이 없는 것도 아닌만큼, 임산부나 환자가 오인하고 음용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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