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투데이신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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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사회부】 2020년은 연초부터 성소수자 혐오와 여성혐오 사건이 끊이지 않은 해였다.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많은 성소수자들은 차별에 노출됐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안은 마련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성폭력을 저지른 이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거나, 권력자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2차 가해에 노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여성들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기 위한 낙태죄 개정은 결국 개정입법 시한을 넘기게 돼 입법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본보는 올 한 해 동안 있었던 젠더 이슈를 돌아보기 위해 <2020 투데이신문 젠더 10picks>를 기획했다.

 

트랜스젠더 혐오 – 변희수 전 육군 하사·숙명여대 합격생 A씨

변희수 전 육군하사가 지난 1월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변희수 전 육군하사가 지난 1월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초 성소수자 차별 이슈가 연달아 발생했다. 바로 변희수 전 육군 하사와 숙명여대 합격자 A씨의 이야기다.

변 하사는 지난해 11월 소속 부대의 허가를 받아 태국에서 MTF(Male to Female. 남성으로 지정됐으나 여성 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귀국했다. 변 하사는 군에 남아 계속 복무하길 희망했으나 군 의무조사에서 고환결손, 음경상실을 이유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아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전역심사위는 군병원의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아들여 변 하사의 강제전역을 결정했다.

이후 지난 6월 변 하사는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7월 3일 기각됐다. 이에 변 하사는 지난 8월 대전지법에 전역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편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UN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에 기초한 폭력과 차별에 대항하는 보호에 관한 독립전문가’, ‘모든 이의 달성 가능한 최상의 신체 및 정신 건강 수준을 누릴 권리에 관한 특별보고관’, ‘사생활의 권리에 관한 특별보고관’, ‘여성과 소녀 차별에 관한 실무위원회 위원장’은 대한민국 정부에 육군이 변 하사의 남성 성기 제거를 장애로 고려한 점에 우려를 표하고 성 다양성을 병리로 구분하는 것이 국제질병분류 제11판에 배치되는 점, 변 하사의 전역처분이 국제인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18일 성전환 수술을 한 군인에 대해 심신장애 기준을 근거로 전역 처분을 내린 육군의 판단은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올해 2월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에 합격해 입학을 앞두고 있던 A씨가 학내 트랜스혐오자들의 반발로 입학을 포기한 사건도 있었다.

A씨는 지난해 태국에서 성확정 수술을 받은 뒤 법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했다. 하지만 지난 1월 A씨가 숙명여대 법학과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자 숙명여대 등 6개 여대에서 “생물학적 여성만이 진짜 여성”이라며 입학 반대운동이 일었다.

숙명여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반대 여론에 A씨는 지난 2월 결국 입학을 포기하고 재수를 결정했다.

A씨는 입학포기 후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며 “나는 비록 여기서 멈추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n번방 피의자·공범 구속 및 재판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조주빈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조주빈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대학생 취재팀 ‘추적단 불꽃’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공유·거래한 ‘n번방’ 사건은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를 분명히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경찰은 지난 3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검거하고, 5월에는 ‘n번방’을 최초로 개설·운영한 문형욱을 구속했다. 이들과 공모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이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성착취물을 구입한 공범들도 검거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주빈은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문형욱에 대해서는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당국은 운영자들뿐 아니라 유료회원, 무료회원 등으로 수사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n번방 사건으로 인해 불법촬영물·성착취물을 소지하기만 해도 처벌하는 등 성범죄 처벌을 강화한 ‘n번방 방지법’이 만들어져 지난 5월부터 시행되기도 했다.

 

초교 속옷빨래 숙제 논란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속옷 빨래 숙제를 내준 뒤 학부모가 올린 사진에 게시한 댓글.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속옷 빨래 숙제를 내준 뒤 학부모가 올린 사진에 게시한 댓글.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4월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속옷 빨래를 숙제로 내 주고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한 사진에 ‘섹시하다’는 등 성희롱 발언을 해 비판이 제기됐다.

이 초등학교 1학년 학급 담임교사인 김모씨는 학급특색교육활동 ‘효행레크축제’의 일환으로 학생이 자신의 팬티를 직접 빨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학급 커뮤니티 앱에 업로드하도록 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속옷을 빨고 있는 모습을 촬영해 업로드했고, 김씨는 이들 사진에 ‘분홍색 속옷 이뻐요’, ‘이쁜 속옷 부끄부끄’ 등의 댓글을 달았다.

과거에도 같은 숙제를 낸 바 있는 김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당시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학급 학생들이 속옷을 빠는 사진을 엮어 영상으로 만들고 이를 업로드하면서 ‘섹시팬티. 자기가 빨기. 행복한 효행레크축제’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에 ‘섹시팬티’라는 문구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김씨는 제목을 ‘팬티 자기가 빨기, 행복한 효행레크축제, 꿈트레이너 학교아빠’로 수정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와 비판이 지속되자 김씨는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김씨는 팬티 빨래 숙제를 내주면서 “부모님께서 칭찬과 함께 인정해주셔야 자존감이 자라난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자신은 학생들이 빨래를 한 사실보다 속옷 색상이나 학생들의 외모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이에 아동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주거나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울산시교육청은 지난 5월 1일 해당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아동성착취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손정우가 지난 11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손정우가 지난 11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다크웹에 아동 성착취 영상 공유·거래 사이트를 개설·운영한 혐의로 복역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법원이 불허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서울고법은 지난 7월 6일 손정우의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 관련 3차 심문기일을 열고 범죄인 인도 거절을 결정했다.

손정우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약 2년 8개월간 다크웹에서 아동 성착취 영상 거래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하면서 회원 4000여명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4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월을 확정받아 지난 4월 27일 형기를 모두 채운 뒤 석방될 예정이었으나 미국의 범죄인 인도요청에 따라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 생활을 지속했다.

서울고법은 “법정형이 더 높은 미국으로 보내 엄중한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고 유사범죄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면서도 “대한민국에서 손정우에 대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함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정우가 관련 사건으로 이미 대한민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점 △수사과정에서 범죄수익은닉 등 일부 사실관계가 드러난 점 △웰컴투비디오 회원들에 대한 발본색원적인 수사가 필요한 점 △손정우의 신병을 대한민국에서 확보해 수사과정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송환 불허 사유로 설명했다.

한편 손정우는 법원의 범죄인 인도 불허 결정에 따라 지난 7월 6일 출소했다.

 

KBS 공채 코미디언 불법촬영

ⓒ뉴시스
ⓒ뉴시스

지난 6월 KBS 공채 출신 코미디언이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건물 여자화장실에 불법촬영기기를 설치했다가 적발됐다.

KBS 코미디언 박모씨는 지난 2018년부터 올해 4월까지 KBS 연구동 여자화장실에서 32차례에 걸쳐 피해자들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촬영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 5월 27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15차례에 걸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피해자들의 모습을 촬영하거나 촬영을 시도하고, 불법촬영한 영상 7개를 소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의 범행은 화장실을 사용하려던 KBS 소속 PD가 불법촬영기기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알려지게 됐다.

박씨는 지난 10월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기관 등 취업제한 3년을 명령했다. 이에 검찰은 형량이 너무 낮다며, 박씨는 형량이 과하다며 각각 항소했다.

지난 22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씨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하고 5년간 신상정보 공개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기관 등 취업제한 등을 함께 요청했다. 박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내년 2월 2일 열릴 예정이다.

 

인권위,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 의견표명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30일 집중 행동 선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30일 집중 행동 선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03년 처음 논의된 차별금지법(평등법)은 그간 수차례의 입법시도에도 불구하고 개신교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돼 왔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 6월 29일 당론으로 정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인권위 역시 같은 달 30일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시안을 공개하며 국회에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지난 6월 23일 인권위가 발표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7.7%로 나타났다. 또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한 존재’라고 응답한 비율은 73.6%로 나타났다.

정의당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 발의와 인권위의 평등법 제정 촉구가 있었으나 차별금지법 제정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슈퍼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개신교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국민 대다수는 이미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고 있다. 여당이 압도적인 의석 수를 가진 상황에서 인권위가 제정 필요 의견을 밝힌 만큼 21대 국회에서마저 입법이 좌절된다면 여당에는 차별금지법 제정 의지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의 성범죄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뉴시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뉴시스

지난 7월 10일 새벽,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서울 북악산 삼청각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전 시장은 사망 전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피해자 측은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내용을 밝혔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피해자가 비서직을 수행하던 2017년부터 다른 부서로 발령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신체접촉을 하거나 속옷 차림의 사진, 음란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범행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하자 피해자를 향해 지지자들에 의한 2차가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피해자를 ‘고소인’, ‘피해 호소인’으로 칭하는 등 성폭력 사건에서 중요한 피해자 중심주의를 저버리고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공격을 하기도 했다.

또 피고소인인 박 전 시장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7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소 당일 피고소인인 박 전 시장에게 알 수 없는 경로로 경찰의 수사상황이 전달됐고,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피해자는 2차 피해를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박 전 시장의 사망에 앞서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하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며 시장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경찰은 4개월여간의 수사를 거쳐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관용차 내에서 이뤄진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성소수자 축복’ 감리회 목사 징계

사진제공 =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사진제공 =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회)가 성소수자를 축복한 교단 소속 목사에게 중징계를 내려 비판을 받았다.

감리회 소속 목회자인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는 지난해 8월 31일 인천 부평역광장에서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임보라 목사, 대한성공회 김돈회 신부 등과 함께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하면서 성소수자를 축복하는 의미로 꽃잎을 뿌렸다.

이후 감리회 충청연회(감리회의 의회 조직) 동성애 대책위원회와 중부연회 ‘건강한 사회를 위한 목회자모임’은 이 목사의 성소수자 축복이 감리회의 교단법인 ‘교리와 장정’ 일반재판법 제3조 제8항 위반이라며 경기연회에 고발했다. 해당 조항은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일반범과(犯過)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정직(직무 정지), 면직(목사직 박탈) 또는 출교(교회로부터 추방) 등 중징계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

감리회는 지난 10월 15일 경기 용인시 온누리큰빛교회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 목사에게 정직 2년과 재판비용을 일체 부담하라고 선고했다. 정직 2년은 감리회 교단법의 정직 징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이다.

이 목사는 “계속해서 소수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축복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나눌 것”이라며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감리회 재판은 2심제로, 연회 재판에서 항소하면 총회 재판위원회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나다움어린이책 논란

ⓒ담푸스 출판사
ⓒ담푸스 출판사

여성가족부가 선정해 초등학교 등에 배포했다가 보수 개신교계와 정치권 등의 비판을 받아 회수한 ‘나다움 어린이책’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나다움 어린이책’은 자기긍정, 다양성과 공존을 지향하는 책을 통해 영유아기부터 자연스럽게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선정됐다. 여가부는 지난해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롯데지주와 함께 초등학교 교사와 작가 등 전문가 그룹이 선정한 책 134종을 선정해 일부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나다움 어린이책 가운데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는 여성과 남성의 신체와 성관계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또 <엄마 인권 선언>, <아빠 인권 선언> 등 책에서는 동성애와 동성혼에 대해 ‘원하는대로 사랑할 수 있는 권리’라고 설명하고 동성 부부와 그 가족을 나타낸 그림을 삽입했다.

이에 ‘반동성애기독시민연합’, ‘나쁜교육에분노한학부모연합’ 등 보수 개신교계 시민단체들은 ‘여가부가 포르노 같은 동화책을 배포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 같은 비판이 일자 여가부는 8월 26일 문제가 제기된 도서 7종에 대해 전량 회수를 결정했다.

이에 여성계에서는 “성평등과 다양한 가족 정책 추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일부 혐오세력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한 여가부를 강력 규탄한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심각하게 평가하고 통렬히 반성하라. 또한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시한 넘기게 된 낙태죄 개정입법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페미니즘’이 지난 9월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임신 중단에 허락은 필요 없다,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페미니즘’이 지난 9월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임신 중단에 허락은 필요 없다,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정한 낙태죄 개정입법 시한인 12월 31일을 불과 며칠 앞둔 가운데 지지부진한 국회의 처리속도로 인한 입법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해 4월 11일 형법상 자기낙태죄(제269조 제1항)와 의사의 업무상동의낙태죄(제270조 제1항)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결정하고 올해 12월 31일을 개정시한으로 정한 바 있다. 헌재의 결정 이후 여성계에서는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전면 폐지가 아닌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입법예고 했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낙태 허용 기간과 사유 등 합법적 허용범위를 삭제해 형법으로 이관하고 세부적인 낙태 시술절차와 사회·심리적 상담 등 지원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형법 개정안은 낙태죄에 대한 처벌조항과 허용요건을 규정해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기존 모자보건법상 허용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더해 헌법불합치 결정된 낙태죄 조항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의 임신유지·출산여부 결정가능기간은 임신 24주 이내로, 이를 임신 14주·24주로 구분해 허용요건에 차등을 뒀다. 14주 이내에는 조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24주 이내에는 임신한 여성의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근친관계 간 임신, 임신한 여성의 건강 위험 등 기존 모자보건법상 사유와 함께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입법예고에 여성계는 반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9월 29일 논평을 내고 “임신중지 기간 제한은 낙태죄 유지와 다름없다”며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는 것은 여성을 온전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국회에서는 낙태죄 전면 폐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종교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아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수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정한 개정입법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낙태죄의 개정·폐지 여부에 관심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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