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운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전태일 열사’는 부당한 노동현실 가운데서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이 도래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습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육신을 화염 속에 내던지는 희생도 서슴지 않았죠.

그의 숭고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 열악한 노동현실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안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저임금과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며,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다 목숨을 잃곤 합니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노동존중사회에 대한 희망에 숨을 불어 넣어 줄 새로운 노동정책이 필요한 때, <투데이신문>은 ‘우리가 바라는 근로기준법’을 기획했습니다.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한 시민들께서 ‘내가 바라는 근로기준법’ 게시판에 손수 남긴 의견들을 토대로 실제 노동현장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이 원하고 바라는 노동정책을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내가 바라는 근로기준법’ 게시판에 남긴 글 ⓒ전태일기념관
‘전태일기념관’을 방문한 시민들이 ‘내가 바라는 근로기준법’ 게시판에 남긴 글 ⓒ전태일기념관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육아휴직을 마친 당신의 자리는 어디 인가요”

우리나라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육아휴직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은 근로자가 양육을 이유로 일정 기간 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입니다.

육아휴직은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을 중심으로 처음 도입됐습니다. 당시에는 여성 근로자에 한정해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기르는 경우에만 허용됐는데, 1995년부터는 남성 근로자에게도 적용됐습니다.

이후 수차례 개정을 거처 자녀 연령 기준이 확대됐는데요, 2005년 ‘3년 미만의 영유아’로 첫 상향 조정이 이뤄졌습니다. 2007년에는 남녀고용평등법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됐는데, 이로부터 3년 후인 2010년 ‘만 6세 이하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로 기준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2014년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로 확대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육아휴직 기간은 1년 이내입니다. 자녀 1명당 1년이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만일 자녀가 2명이면 각각 1년씩 총 2년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요청하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육아휴직 사용기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됩니다. 때문에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나 동동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직무로 배정해야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육아휴직자 수는 △2010년 7만2769명 △2014년 12만4593명 △2017년 14만531명 △2018년 15만2241명 △2019년 15만9153명입니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은 각 연별로 △7만807명 △11만8380명 △12만2405명 △12만7254명 △12만7488명입니다. 남성은 △1962명 △6213명 △1만8126명 △2만4987 △3만1665명입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근로자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18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가 사용 가능 여부 대한 질문에 대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 42.7% △전혀 활용할 수 없다 30.3% △활용할 수는 있지만 직장 분위기, 대체인력 확보 어려움 등로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 27.0%로 부정적인 답변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특히나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은 더욱 어려운 듯합니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해 1월 공개한 남녀 직장인 1578명 대상 남성 육아휴직 관련 설문 조사에 따르면 사내에 육아휴직을 쓴 남성 직원이 있다는 응답은 26.2%에 머물렀습니다.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이유로는 △남자들이 육아휴직을 안 쓰는 회사 분위기 40.6% △승진·인사 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 17.2%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15.7% 꼽았습니다.

스웨덴은 육아천국으로 알려진 국가입니다. 가족모델을 기반으로 부모의 일·생활 균형을 위한 육아휴직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8살이 되기 전까지 480일을 부부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 390일간 소득의 80%를, 나머지 90일은 매일 21유로(한화 약 2만8000원)씩 지급합니다.

우리나라도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육아휴직 근로자를 지금보다 2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 또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를 확대하고자 2022년부터 생후 12개월 이하 아동의 부모가 같은 기간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3개월 동안 부부 각자에게 월 300만원씩 지원할 계획입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그 기간 동안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육아휴직을 마친 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2017년 11월 24일부터 12월 7일까지 육아휴직을 한 전국 만 20∼49세 400명(남성 200명,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사용실태 및 욕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의 복직률은 92.5%, 여성의 복직률은 81.0%로 확인됐습니다.

여전히 여성 근로자 5명 중 1명, 남성 노동자의 10명 중 1명은 육아휴직 후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이유로는 △‘육아 병행이 어려운 근로조건’ 68.4% △‘회사의 부당한 처사’ 18.4% △‘개인적 사정’ 15.8% 등이 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 구걸하거나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가가 통보할 사항이라고 강조합니다. 때문에 출산 혹은 육아휴직으로 인해 해고나 보복성 인사, 종전과 연속성 없는 업무 강요 등 불이익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평생 일궈온 커리어를 포기한 채 육아에만 전념하는 것만이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아닙니다. 자신의 일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 부모야말로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이 건강한 육아문화, 건강한 노동문화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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