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OOO 구매 통한 피해 주장 소비자 1000명에 달해
2년간 믿고 이용했는데…수억원대 피해도 다수 발생
올 들어 바뀐 경찰 지침탓에 사건 이송 마저 어려워
SNS 플랫폼 책임론도 불거져…제도적 대책 마련해야

사진= 공동구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대화 재구성 ⓒ공구 환불사태 자유 소통방 캡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공동구매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대화 재구성 <ⓒ공구 환불사태 자유 소통방 캡처/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최근 들어 ‘공동구매(공구)’ 형식으로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이 물건은커녕 환불 조차 받지 못하는 등 이와 관련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SNS 플랫폼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공구사이트 ‘엣OOO‘를 접한 소비자들은 공구를 활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 하고자 했지만 2년 넘게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공구사이트 운영이 돌연 중단되면서 눈뜨고 코베인 격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당 공구사이트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은 1000명이 넘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달 초 사기 혐의로 엣OOO 공구주 박모(33)씨를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간 보도와 경찰의 설명을 종합해 볼 때 피해 규모는 최소 수억원에서 최대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총 피해 액수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SNS 플랫폼을 활용한 공구사기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 마저 미흡한 실정이다. 게다가 최근 개정된 고소 관련 경찰청 내부 지침 변경으로 사건과 관련한 이관이 혼선을 빚으면서 피해자들은 답답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엣OOO 공구와 관련한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봤다. 

공동구매 사이트 판매 취급 품목 <사진출처=공동구매 사이트 캡처>
공동구매 사이트 판매 취급 품목 <사진출처=공동구매 사이트 캡처>

‘혹’하는 가격에 지인·가족까지 끌어모았다 ‘훅’

‘박리다매’를 내세우고 있는 공구는 일정 인원 이상이 한 번에 제품을 주문할 경우 일반 소매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거래방법이다. 

상품에 대한 사용자들의 자세한 후기와 제 값보다 싸게 살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주로 알뜰한 가정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SNS 플랫폼의 발달로 인해 공구가 더욱 활성화 됨에 따라 학생, 청년층, 노년층 등 다양한 세대들이 공구를 이용할 만큼 대중화 됐다.

이번 피해 발생 공구 사이트의 판매 가격은 회원들에게만 공개됐다. 카카오스토리는 주로 홍보 목적으로 사용됐다. 카카오스토리 게시글에는 간략한 상품 소개, 매입가 및 기본 공구 사이트 링크만 기재됐다. 공구 가격은 공유되는 링크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마친 후 확인할 수 있기에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링크를 통한 구매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제품 정보를 얻기 위해선 엣OOO 전용 소통방에 입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20만원이 넘는 물건들을 3회 이상 구매해야 한다. 출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소통방에서만 공유되는 전용 링크를 접할 수 없기에 가입비와 다름없는 물품 구매를 한 소비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사회초년생 20대 A씨는 주변 지인을 통해 엣OOO를 알게 됐다고 한다. A씨는 카카오톡에 개설된 엣OOO 소통방에 출입하기 위해 꾸준히 물건을 구매했다. 20만원이 넘는 물건들을 3회 이상 구매한 A씨는 조건을 충족시킨 끝에 소통방에 입장했다. 소통방 내부에서 유포되는 전용 사이트에서는 기존 공구 사이트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소통방에 들어가기 전에는 식재료, 생필품, 건강보조제 등과 같은 물건을 구매 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상품권, 금괴 등 고가의 물건도 조금 더 싼 가격에 구매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A씨는 소통방을 통해 알게 된 전용 사이트에서 상품권을 가장 먼저 구매했다. 10만원권의 상품권을 6만원에 살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한 까닭이다. 지난 2019년 말에 구매한 해당 상품권은 2020년 3, 4월 출고 예정이었다. 그러나 A씨는 출고 예정일이 훌쩍 넘었음에도 상품권을 받지 못했다. 엣OOO측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여파, 가짜 신세계 상품권 유통 논란으로 인한 수급 문제, 물건 납품 업체 배송 지연 등을 이유로 A씨에게 상품권을 배송하지 않았다.

A씨는 “스팸, 홍삼, 섬유유연제 등 저가의 생필품은 제때 받았으나 무려 1000만원치나 구매한 상품권이나 금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B씨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피해 금액만 무려 4억원이다. 오랜 시간 공구를 통해 현명하게 소비를 이어오던 B씨는 여느 때와 같이 엣OOO의 공구를 통해 물건을 구매했다.

육아용품, 생필품 위주로 물건을 구매해오던 B씨의 눈에 저렴한 가격으로 업데이트 된 상품권이 비쳤다. 물건을 제때 받았던 경험이 있는 공구 사이트였기에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구매한 상품권은 앞선 사례와 달리 제시간에 맞춰 배송됐다. 그렇게 몇 차례의 거래를 거친 이후 B씨는 1억원의 자본금을 투입했다. 이후에도 총 3억원어치 상품권을 구매했다.

B씨는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상품권 구매를 추천했다. 함께 더 많은 상품권을 구매한 탓에 피해금액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됐다. 언젠가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B씨의 기대와는 달리 물건은 결국 도착하지 않았다.

B씨는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을 볼 때마다 저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 업무에 집중도 되지 않고 하루하루가 너무 지옥 같다“ 며 “지인은 피해액이 10억원이 넘는다. 피해액수가 만만치 않아 변호사 선임비용, 소송비용 낼 여유도 없다. 주위 피해자 중 한 명은 현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로 중태에 빠져 중환자실에 있으며 또 다른 피해자는 집까지 내놓은 상황”이라고 참담한 상황을 전했다.

실제 본보는 엣OOO 회원을 통해 해당 공구사이트에 직접 접속, 구체적인 가격구성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직접 살펴본 공구사이트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다. 일례로 신라면 30봉지 1박스는 5000원(배송비 무료)에 판매하고 있었다. 금일(19일) 기준 네이버 포털 쇼핑 검색 결과, 신라면의 최저가는 1만8690원으로 확인됐다. 배송비 3000원을 포함한다면 2만1690원인 셈이다. 이렇듯 1/4밖에 되지 않는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고가의 전자제품 역시 파격적인 가격으로 구성돼 있었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 11 128GB의 경우 공식 애플스토어 판매가 128만6010원이다. 엣OOO 사이트에서는 이를 70만원에 판매했다. 58만6010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그밖에 금괴는 순금 골드바10돈 기준 100만원에 가격이 책정됐다. 지난해 12월 순금 도매가 시세가 10돈에 35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싼 가격이다. 10만원권 상품권 30장(롯데, 현대, 신세계, 국민관광, 홈플러스, SK주유, GS주유 등) 역시 1/3 가격인 100만원에 가격이 책정돼 있었다.

이처럼 소비자들을 혹하게 하는 가격구성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모으기 충분했다. 본보가 접촉한 수많은 피해자들 역시 싼 가격에 이끌려 엣OOO을 이용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피해자 상당수가 이 같은 경우일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동구매 피해 소송 관련 단톡방 인원들과 카페, 블로그 인원을 취합해보면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는 1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경찰이 수사 중인 만큼 피해 규모가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다수의 피해자들은 총 피해 액수는 수천억 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일 기준 엣OOO의 소식을 받아보는 회원수는 9079명에 달한다. <사진출처-카카오스토리 캡처>

탄탄한 공구 사이트였는데…

지난 2018년부터 2년 간 운영된 엣OOO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공구사이트였다. 카카오스토리에서만 소식을 받는 사람을 무려 수천명 모은 엣OOO는 소통방1, 소통방2, VIP방 등 수많은 방을 개설해 체계적으로 운영했다. 엣OOO 회원에 따르면 소통방1 참여인원은 1500명, 소통방2 참여인원은 1000명을 웃돌았다. 각 방에는 이들을 관리하는 ‘부반장’이 존재했다. 부반장은 단톡방 내에선 물건 구매 및 일상 이야기를 제외한 ‘사기 의혹, 환불요청’ 등의 발언을 한 회원에 대해 강제퇴장조치를 취할 만큼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별다른 문제 없이 운영되던 곳이였다.

이렇듯 오랜기간동안 회원들을 모집하며 활동해온 엣OOO는 지난해 12월 13일 공구장을 이모씨에서 박씨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박씨가 엣OOO를 운영한 뒤 소통방에선 다른 공동구매 사이트들도 물건을 빠르고 정확하게 준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엣OOO 단톡방에 속해있던 소비자들은 언급된 다른 공동구매 사이트들로도 유입됐다. 해당 사이트들 역시 엣OOO와 마찬가지로 소통방을 운영했으며 유아용품, 생필품, 상품권, 금괴, 골드바 등도 판매하면서 현금결제를 유도했다고 한다.

박씨로 공구장이 바뀐 지 얼마되지 않아 물건이 제때 납품되지 않기 시작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기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많은 소비자들은 소통방에서 물건이 도착했다는 다른 회원의 후기를 접하며 장기간 물품 구매 발송이 이뤄지지 않아도 해당 업체를 신뢰하며 기다렸다고 한다. 

엣OOO와 이와 관련한 공구 사이트들이 물건 구매를 위한 자본을 넣고 오래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물건이 1월에 업데이트되면 3월 출고, 6월 출고, 9월 출고를 선택할 수 있는데 9월 출고를 받으면 가장 싼 가격에 물건을 받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장기간 기다려야 하는 배송을 택하고, 배송이 늦어져도 침묵했던 이유다.

그러다 박씨는 돌연 지난 1월 4일 소통방과 카카오스토리 게시판 등을 통해 모든 회원의 환불은 어렵지만 환불금 변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수한다고도 밝혀 회원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엣OOO를 통해 구매가 이뤄진 공구 사이트도 대부분 폐쇄되거나 운영자가 잠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환불을 못받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엣OOO를 통한 공구 사이트 피해 규모 역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피해자 C씨는 “큰 규모의 공구 사이트이기도 했고, 오랜기간 동안 꾸준히 물건을 구매해오던 고객이었기에 그만큼 믿음이 컸다. 그러나 돌연 잠적한 뒤 연락조차 되지 않는 박씨와 현상황을 지켜보면서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직접 사이트를 소개해 줬던 지인들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죄인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엣OOO 현 공구주 박OO 공지사항 진출처=카카오스토리 캡처
엣OOO 현 공구주 박OO 공지사항 <사진출처=카카오스토리 캡처>

우자매맘 사건과 비슷?...피해자들 “약한 처벌 안 돼”

공구와 관련한 대형 피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공구 사기 논란 ‘우자매맘’ 사건이 대표적이다. 

우자매맘 카페는 물건을 공동구매 가격으로 저렴하게 판매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모르면 손해인 카페로 알려졌다. 분유, 기저귀, 장난감 등 아이 용품에서 시작해 고객과의 신뢰를 쌓은 뒤 고가의 가전제품, 상품권과 골드바까지 고가의 상품을 취급했다. 

그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주문을 받은 뒤 ‘물품 배송이 늦어진다‘는 고객들의 항의가 지속되자 돌연 잠적했다. 주로 엄마들에게 추앙받던 그가 공동 구매 명목으로 650여명에게 총 1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고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해 12월 7일 인천 서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우자매맘 카페 운영자 조모씨를 구속, 검찰에 송치했다.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표극창)는 지난해 7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1심에서 조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렇듯 피해자들은 앞서 발생한 공구 피해 사례를 들어 이번 사건을 ‘제2의 우자매맘 사건‘으로 칭하고 있다.

공구사기 피해자들은 “이번 엣OOO 사건은 우자매맘 사건과 동일한 수법으로 이뤄졌다“ 며 “혹여나 박모씨 역시 우자매와 같이 약한 처벌을 받고 풀려나게 된다면 결국 피해자들의 환불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무수히 많은 피해자만 남겨진 채로 사건이 일단락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본보는 엣OOO 공구장 박씨의 입장을 자세히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다만 박씨가 남긴 글을 토대로 미뤄볼 때, 그는 이번 피해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법적 책임을 다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엣OOO 카카오스토리 게시판에 “이 모든 일에 총 책임은 제게 있으며 현재 고객님들께 환불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자수를 함으로서 저에게 내려지는 모든 책임과 죄값을 치룰 것이며, 어떤 법적 처벌이라도 받겠다. 환불문제에 있어 환불금이 생기는 대로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건을 수사중인 강남경찰서 지능팀은 “사이버수사팀은 사기 혐의로 박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관련 피해자 신고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사 진행 사항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고소장을 경찰에 추가로 제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올 들어 바뀐 경찰 지침탓에 고소장 접수에 혼선이 생겨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8일 개정된 경찰청 내부 지침으로 인해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고소장 이송조차 쉽지 않다는 것.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 중인 피해자 D씨의 경우 해당 사건의 관할 경찰서가 강남 경찰서인 탓에 거주지 인근 경찰서에서 고소장 이송 신청을 했다. 원칙적으로 고소장을 받은 경찰서는 이송을 해주거나 이관 처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고소장을 접수한 뒤 집으로 돌아가던 C씨에게 부천 경찰서 측은 서울경찰청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고소장 이송이 힘들다는 소식을 전했다. 결국, D씨는 부천 경찰서에 재방문해 고소장을 회수한 뒤 직접 우편으로 보냈다. 변경된 지침탓에 피해자의 혼란이 배가 된 것이다. D씨 뿐만 아니라 소송 단톡방에서는 비슷한 사례로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다수 존재했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에 변경된 지침의 경우 중요사건을 리스트화해서 중요한 사건일수록 경찰서 단위가 아닌 지방청 단위로 수사하게끔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경찰서에서 상위 기관(지방청)으로 보내는 것은 사건의 성질, 대상자 수, 규모에 따라 경중에 관한 판단 과정을 거쳐 고소장 이송이 진행되는 것이다. 큰 사건일수록 체계적인 수사가 필요하기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불편이 야기된 점을 인지했으며 추후 지침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판매자 탓만 하기엔 허술한 제도...“역할 따른 책임규정 시급“

엣OOO 공구 피해 사건은 대형 SNS 플랫폼 카카오스토리와 카카오톡을 이용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발생했기에 카카오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SNS 오픈마켓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상반기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SNS 기반 쇼핑몰에 대한 피해구제 신청은 65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9%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거래 소비자 피해 사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SNS 플랫폼 거래 관련 소비자상담은 총 3960건 이었다. 이 중 소비자의 불만·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배송지연·미배송’이 절반이 넘는 59.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계약해제·청약철회 거부’가 19.5%(775건), ‘품질 불량·미흡’ 7.0%(278건), ‘폐업·연락 두절’ 5.8%(229건) 등 순이었다.

이렇듯 다양한 유형으로 SNS 플랫폼 거래 피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SNS 플랫폼의 거래 관여도 및 역할에 따른 책임규정 도입 등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스토리는 SNS 플랫폼일 뿐 전자상거래법에 의거해 직접적인 제재를 하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SNS상에서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하는 사항이 발견되면 차단 및 삭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관련 대응 방침을 설명했다.

결국 SNS상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는 사건이 발생한 뒤에 이뤄지는 후속 조치만 있을 뿐, 사전에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피해 방지 및 안전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SNS를 통한 소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행하는 피해와 관련해 SNS 플랫폼은 사실상 각종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 

엣OOO 피해자 E씨는 “사기 피해를 당한 우리 스스로가 바보 같다고 여겨지며 그 누구도 우리를 좋게 보지 않아 힘들다“며 “막대한 피해금액 탓에 도움받을 길도 없고 그 누구도 먼저 손을 뻗지 않았다. 관련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오래 전부터 반복돼 오던 공동구매 피해 사건에 대해 별다른 보완책 없이 계속해서 방치해 둔다면 점차 피해 범위와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아직까지 제도적인 차원에서 공구 피해를 막긴 어렵다. 하지만 피해 사례를 소비자 스스로 사전에 방지 할 수 있는 나름의 예방책은 몇 가지 있다.

공구 사이트 샵플래닛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공동구매 사기피해로 인해 정직하게 사업을 하는 다른 공구사이트들 역시 피해를 입고 있다.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와 업무에 지장이 있는 상황“이라며 “공구 사기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식 홈페이지 유무를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제 공동구매 사기의 경우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인터넷에 정식 홈페이지, 사업자 등록이 된 곳 위주로 공구를 진행하신다면 사기피해를 조금 더 줄이는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공구 사이트 요필 관계자도 “공구 자체가 박리다매 형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모집해야 하는 공구 사이트 특성상 사기 이슈로 인해 정직한 판매자들 역시 피해를 입고있다“며 “사기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 판매업 신고 여부, 공식 홈페이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덧붙여 마케팅 활동 여부도 중요하다. 최근 마케팅 활동을 살펴보면 폐업여부를 알 수 있고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SNS 공구 피해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발생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련 법제도가 허술한 부분이 존재했다.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