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과 친문에서 멀어지고 있는 이낙연
새해 벽두부터 사면론 꺼내 비난 이어져
친문 지지층 사이서 등 돌려, 지지율 하락
호남서 심상치 않아, 텃밭서 한숨소리만
문 대통령·여당 지지율 함께 움직이고 있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달리면서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야권의 어느 주자가 출마를 해도 이 대표를 이길 수 없고, 여권 내에서 당내 경선을 한다고 해도 이 대표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그 전망은 불과 6개월도 가지 못했다. 올해 초반 이 대표가 패착을 보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어땠을까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정치권에서는 차라리 그 이야기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내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우세하다.

이 대표가 올해 초 갑작스럽게 국민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엄청난 패착이었다.

친문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결국 ‘진솔한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사실상 후퇴를 했다. 하지만 그 치명상은 엄청났다. ‘어대낙’이라는 이낙연 대망론이 사실상 끝난 것이 됐기 때문이다.

돌아선 친문

이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들자마자 친문 지지층은 돌아섰다. 핵심은 ‘전두환’씨를 보라는 것이었다.

전두환씨가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 시절 사면이 됐다.

그리고 전두환씨는 아직까지 자신의 행위는 정당한 행위였다면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친문 지지층은 두 전직 대통령을 현재 사면해줄 경우 ‘정치적 보복’에 의한 수감생활을 했다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을 가할 우려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친문 지지층으로서는 이 대표의 사면론은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올해 4월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할 경우 오히려 야권에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자마자 사면을 한다면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적 보복을 한 것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사면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했기 때문에 그동안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이 있어왔지만 사면론을 꺼내들면서 친문 지지층이 등을 돌린 것이다.

호남에서도 심상치 않아

또 주목을 해야 할 점은 바로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호남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동안 호남에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이 있어왔다.

하지만 사면론을 계기로 호남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호남 사람들은 “우리가 이낙연 밖에 없는 줄 아니냐”라면서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들면서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당내 지지 기반이 호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남 민심이 등을 돌린다는 것은 사실상 이낙연 대망론이 저 멀리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대표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전남 도지사를 지냈기 때문에 호남은 이 대표의 안방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면론을 계기로 호남은 이 대표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이 대표로서는 호남 민심을 잡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실제로 광주 광산을 지역구인 민형배 의원이 이 대표를 벗어나 이재명 경기지사를 공개 지지했다. 민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정책비서관 등을 지낸 대표적인 호남·친문 인사이다.

민 의원이 이 대표를 떠나 이 지사를 지지하게 된 이유는 사면론이다.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이나 기대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밝혔다.

그만큼 호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더불어민주당 내 새로운 대권 주자 재편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낙연 지고 이재명 뜨고

그것은 이 대표는 저물어가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이 지사의 지지율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기염을 토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친문 지지층과 호남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사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친문 지지층과 감정적 대립까지 했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이제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대권 개편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지사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세에 있거나 최소한 현상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반면 이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와 운명을 함께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말 즉슨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을 한다면 이 대표의 지지율도 함께 하락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이 지사는 문재인 정부와 직접적 연관이 없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대표로서는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면론으로 시작했던 이 대표의 새해 첫 출발은 결국 단추를 잘못 꿰게 되면서 다시 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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