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국카페사장연합회 고장수 대표
‘코로나19’ 차별규제로 방역 사각지대만 늘어
정부, 탁상행정 아닌 실효성있는 대책 내와야
이제 시작…앞으로도 권리 찾기 위해 노력할 것

전국카페사장연합회 고장수 대표 ⓒ투데이신문
전국카페사장연합회 고장수 대표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종화 인턴기자】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는 중국·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 잠시 유행하는 대수롭지 않은 바이러스로 취급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는 어느덧 우리 삶을 따라다니는 불편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환절기·황사 등 날씨 상황에 맞춰 쓰던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됐고,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 아래 비대면 수업·재택근무 등 집 안에 갇힌 모습은 전혀 어색함이 없다.

이른바 ‘언택트(Untact)’가 일상이 된 요즘,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생명뿐만 아니라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을 손으로 셀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화려한 밤거리를 수놓았던 불빛들은 이제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했다. 소상공인 10명 중 8명은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했고 이 중 3명은 폐업 했다는 결과까지 나타났다. 아직도 코로나19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카페 홀 영업제한·다중이용시설 영업중단 등의 정책을 추가적으로 시행했다. 많은 사람들의 여가시설인 카페는 홀 운영이 제한됐고 헬스장 또한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일반 음식점은 여전히 홀 영업이 가능하다. 게다가 일부 운동시설외에 업장마다 교묘한 기준을 이용해 영업을 하는 등 방역 사각지대도 생겼다.

이런 잣대 없는 기준에 대항해 최근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수익성’ 보다 ‘형평성’을 주장하며 업종 간, 또는 동일 업종 내 차별의 문제를 호소하기 위해 전국 카페 사장님들이 모여 전국카페사장연합회를 만들었다. 일반 음식점·술집의 홀 영업과 달리, 비슷한 업종인 카페의 홀 영업은 규제된 불공평한 처사를 알리기 위해서다. <투데이신문>은 현재 카페 업계의 전반적인 상황 및 코로나19 관련 방역 정책에 대한 그들의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전국카페사장연합회 고장수(44) 대표를 만났다.

Q.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어떤 단체인가요.

네이버 카페를 기점으로 개인 카페부터 프랜차이즈 카페까지 약 4500여명 정도의 사장님들이 모인 연합회입니다. 일반 음식점은 정부의 규정 하에 여전히 실내 취식이 가능하지만 카페는 올해 1월 4일 기준, 전국적으로 홀 이용이 금지됐어요. 이러한 업종 간 규제의 불공평함에 대해 우리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권리를 찾기 위해 모였습니다. 사장님들의 억울한 심정을 전달하고 아직도 많은 가게들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얌체적인 운영행태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죠.

Q. 연합회 설립 이후 구체적으로 어떠한 활동을 해오셨나요.

우선 지난 1월 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오후 9시 이전까지 매장 영업허가’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어요. 추운날씨에도 수많은 사장님들이 시위에 참여해 정부의 형평성 없는 방역정책에 대한 통한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또한 그동안 카페 관련 단체나 협회, 프랜차이즈 본사는 업주들의 어려운 상황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합회가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우리를 도와주는 척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이에 대해 많은 사장님들이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무책임·무관심했던 자세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바라는 SNS릴레이도 펼치고 있는 중입니다. 

카페에 부착된 방역수칙 ⓒ투데이신문
카페에 부착된 방역수칙 ⓒ투데이신문

Q. 정부 방역 지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희 상식으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분들, 일명 카공족이라하죠. 이분들이 방역지침으로 카페에서 공부를 못하니까 인근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커피만 한잔 시켜놓고 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또한 누가 봐도 카페인데 같은 샌드위치를 만들더라도 불을 이용해서 조리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음식점으로 취급받아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영업형태는 같더라도 업종이 다르단 이유로 우리가 왜 영업중단의 손해를 봐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Q. 식당과 술집의 영업규제가 카페보다 덜 하다고 생각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식당은 한국외식식산업협회 등 음식점에 종사하는 사장님들을 지원해주는 대규모 단체가 존재하고, 이 단체들이 시위하는 경우 단합되는 인원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에 정부가 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봐요. 식당에서 판매하는 주류의 세금 또한 상당하기 때문에 쉽게 규제하기 힘든 실정이고요. 여기에 일부 언론들이 ‘파주 발 카페 집단 감염’ 등 유독 카페에 대해 자극적인 기사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앞선 이유들로 일반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정부까지도 카페를 위험한 공간으로 인식해 차별적인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영업규제로 인해 배달이나 라면을 파는 카페도 있는데요.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요.

카페라는 업종은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공간이 아닌, 고객들이 공부하거나 휴게하는 공간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장소가 제공해주는 분위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장인데요. 따라서 포장 주문만으로 수익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기존에도 동네 100m 반경마다 카페가 수두룩해 경쟁이 치열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겨울철 비수기 시장과 코로나19로 홀 영업까지 금지되면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매출액이 절반이상 급감한 상태라고 합니다.

인건비, 임대료만 하더라도 달마다 지출되는 고정비용이 만만치 않고 더군다나 프랜차이즈 사장님들은 가맹점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개인 카페의 경우, 대학가 인근에서 장사하던 사장님들은 더 심각하다고 봅니다. 가뜩이나 온라인 수업으로 매출이 급감한 상태에서 홀 영업정지까지 더해져 하루에 한잔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 들었고요.

저희 매장 같은 경우 한 달 기준으로 직원들 인건비 1000만원, 임대료 1000만원, 원재료나 원두 값 포함 각종 공과금 등을 더하면 매 달 3000만원 가까이 되는 비용이 지출 되는데요. 그러나 지난해 11월 24일 수도권 카페 홀 영업정지가 시작된 이후 15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였던 하루 매출이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급격히 떨어져 직원들 월급은커녕 임대료조차 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영업 정지 시행 후 2달이 지난 지금은 약 4000만원 적자인 상태네요.

물론, 정부가 실시하는 ‘착한 임대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원 등 소상공인의 아픔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극히 드물 뿐, 여전히 혼자서 짐을 짊어지는 분들이 많고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매장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장하거나 영업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직원 감축은 물론, 일반 음식점으로 홀 영업을 재개하기 위해 라면을 팔거나 비싼 수수료를 물더라도 배달 서비스를 통해 최소한의 수익이라도 유지하려는 카페 사장님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시위 중인 전국카페사장연합회 ⓒ뉴시스
시위 중인 전국카페사장연합회 ⓒ뉴시스

Q. 지난 17일부로 영업규제 방침이 다소 완화됐는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정부가 이번에 홀 영업금지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2인 이상의 고객들에게 이용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할 것을 강력권고했습니다. 저희 매장 같은 경우 이용제한에 따른 고객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30분마다 안내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시간 안에 퇴장하는 고객이 드물뿐더러 점주 입장에서 오랜만에 온 손님들에게 ‘나가달라’고 말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른 회원 같은 경우는 ‘카페에 50분을 앉아 있으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덜하냐’며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위생 수칙이나 매장 방역 수칙을 철저히 하면 되지 않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편법을 이용해 시간제한을 준수하지 않는 고객들이 생겨나는 등 많은 애로사항을 겪고 있습니다.

Q. 고객들의 편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2인 이상 손님부터 이용시간 제한이 권고되기 때문에 입장 후 각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공부를 한다거나 시간이 초과된 경우 음료를 재구매해 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요. 편법이 아니더라도 저희가 현장에서 손님의 이용시간을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권고사항보다 과태료 부과 등 강제적인 조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완화 방침에 대한 연합회 사장님들의 반응은 어떠한지요.

사장님 대다수가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였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영업금지 전과 비교해 확연하지는 않지만 일일 매출이 약 절반 가까이 회복됐다거나 손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하시고요. 앞으로 연합회 사장님 모두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철저한 방역관리를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반대로 걱정이 된다는 반응 또한 적지 않았는데요. 카페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영업제한이 아닌, 영업중단의 조치를 받을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작년 5월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사태만 보더라도 집단감염 후 지금까지 영업중단이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이유들로 일일 감염자가 100명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영업을 잠정 중단하거나 당분간 계속 포장판매만 하겠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Q. 홀 이용 가능이 가능하게 된 이후 고객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그동안 버티느라 수고했다고 간식이나 선물을 가져다 준 고객님도 계셨고, “이웃과 담소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푸는게 삶의 낙이었는데 이제 좀 살만하다”는 고객도 있었어요. 늘 하던 일상이었는데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소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 고장수 대표 ⓒ투데이신문
전국카페사장연합회 고장수 대표 ⓒ투데이신문

Q. 여전히 집합금지 업종이 존재하는 상황인데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졌고 국내여행 또한 녹록치 않아 여행업계 종사자분들의 피해가 심하다고 들었어요. 하루 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해 여행시장이 다시 호황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업계 간 차별 규제에만 신경을 쓸게 아니라 피해 종사자들을 위한 현실적인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최근 뉴스 기사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약 10만 개의 카페가 영업 중이며 잠정 추산치까지 포함하면 약 20만 개의 카페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카페 직원들 대부분이 2030세대이기 때문에 점포마다 2명씩 고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략 40만명의 청년들을 고용하는 업종입니다.

저는 카페가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카페 폐업은 단순히 사장님 한 분이 무너지는 것이 아닌, 청년들마저 실직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어요. 이렇게 실업을 겪게 된 청년들은 재취업이 더욱 힘들지 않을까요. 이들이 잘못된 곳으로 빠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건 재난지원금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홀 영업 중심의 카페는 평상시보다 매출이 90%정도 급감한 상태에요. 매달 임대료를 내지도 못할 정도의 매출 입니다. 정부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만으로는 영업중단의 피해를 충분히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저희에게 필요한건 피해 액수에 따라 차등으로 보상해주는 재난보상금으로, 현재 정부를 상대로 18억원 규모의 재난보상금 소송도 진행하는 중입니다.

Q. 코로나19 이후 전국카페사장연합회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연합회를 통해 카페 업계 종사자분들이 다 같이 끈끈하게 다져진 만큼, 서로에 대한 동업자 정신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체육관련 종사자분들은 선후배 관계로 얽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비롯해 다른 문제가 생기더라도 본인들이 먼저 나서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목소리를 내는 등 업계에 대한 동업자 정신이 강했어요. 반면 카페 업계는 이전에는 서로를 그냥 적으로, 경쟁상대로만 생각하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주변 카페에 손님인척 들어가 규정을 위반하는지 감시하고 구청에 몰래 신고한다거나, 일부러 블랙 컨슈머처럼 행동하는 등 악의적인 모습이 비일비재 했고요. 이제는 서로 가볍게 인사나 안부 정도 나누는 사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현재 카페 운영과 관련해 부당한 문제를 겪을 경우 사장님들을 도와줄 수 있는 단체를 목표로 비영리단체를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카페 사장님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