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vs 안철수, 그 신경전의 끝은
안철수 뜨자 국민의힘은 비난으로 전환
열 받은 안철수, 국민의힘 향해 비난 가해
감정싸움이 지지층 싸움으로 번질 수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야권이 이번 4월 보궐선거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여당의 힘은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그런 여당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현재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후보 단일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후보 단일화 주도권 다툼이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다툼이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쌓이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4월 보궐선거는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의해 치러진 선거이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5년차에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정권심판론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만큼 야권에게 유리한 보궐선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보궐선거를 앞둔 야권은 후보 단일화 신경전이 한창이다. 주도권 다툼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주도권 다툼에 벌써부터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들도 많이 있다. 이런 이유로 야권 후보 단일화 다툼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이번 야권 후보 단일화 신경전은 예고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치적 지향점이 ‘진보’ 혹은 ‘중도개혁’이었다. 따라서 그에 해당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적 메시지가 ‘보수’ 혹은 ‘중도보수’로 갈아탔다. 그러다보니 국민의힘과 겹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역시 ‘보수’ 및 ‘중도보수’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안 대표와 지지층이 겹칠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 지지층이 겹칠 경우 주도권 다툼이 있다가도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결국 만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감정다툼까지 해도 해당 후보다 탈당까지 하지 않는 이상은 별 무리 없이 지나간다. 하지만 같은 당 소속이 아닐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국민의힘과 안 대표가 지지층이 같기 때문에 같은 파이를 놓고 서로 경쟁을 해야 한다. 파이는 한정돼 있지만 자신이 먹어야 하는 욕심이 과하게 되면 남의 것을 뺏어먹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주도권 다툼이 아귀다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의힘과 안 대표가 그런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안 대표를 향해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안 대표 역시 국민의힘을 향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지층이 겹치게 되면서 같은 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비난을 할 수밖에 없다. 만약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통합정당을 꾸리기 위한 신경전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무리 감정이 상했다고 해도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속으로 삭히면서 주도권 다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후보 단일화이기 때문에 주도권 다툼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안철수의 약진

사실 초창기에는 이처럼 감정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면서 급해진 것은 국민의힘이었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를 향해서 기호 2번 즉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뛰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안이다. 비록 3석이지만 공당 대표가 다른 정당 후보로 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통합을 해서 신당 창당을 하면 되는 문제이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결정이다. 따라서 국민의힘 제안을 안 대표가 받아들이기 만무하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제안을 거절하면서 국민의힘 태도는 돌변했다. 돌변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층을 지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안 대표가 돌풍을 일으키면 일으킬수록 국민의힘은 원심력이 작용될 수밖에 없다. 원심력이 작용되면 지지층은 안 대표로 떨어져 나가게 되고, 자칫하면 일부 의원들의 탈당으로도 이어지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로서는 국민의힘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안 대표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안적안’(안철수는 아는 사람들은 안철수를 경멸한다)을 내세워 안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국민의힘이 다소 과한 측면이 있을 정도로 안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자 안 대표 역시 참지 못하고 국민의힘에 대해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 통합경선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과 안 대표를 비롯한 범야권 후보들이 하나로 모여서 경선을 치르자는 제안이다. 그에 대해 국민의힘이 거절을 하자 안 대표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는 상식으로 해야 한다’면서 맞받아쳤다. 이런 다툼이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사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악연은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안 대표가 정치에 뛰어들면서 김 위원장과 인연을 맺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관계가 갈라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분명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해야 하지만 두 사람은 마치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사람들처럼 서로에 대한 비방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대방에 대한 비방은 결국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더욱 높이는 것이 되고 있다. 적당한 긴장관계는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면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과도한 긴장관계는 오히려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여당을 바탕으로 서울시정에 대한 비전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로 인한 날선 비판과 비난이 오가고 있기 때문에 서울 시민 유권자들이 과연 이런 모습을 좋아하겠냐는 것이다. 유권자들로서는 이들의 싸움은 결국 피로감을 더할 뿐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뒤로 미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위원장이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3월로 미뤄야 한다는 것도 이런 맥락이기는 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더욱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안 대표가 더 이상 기호 2번으로 뛰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후보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안 대표가 제안한 통합경선을 받아들일 경우 자칫하면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야권 후보가 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 최소한 국민의힘 소속 후보로 선출된 이후 야권 후보 단일화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3월에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김 위원장이 밝힌 것이다. 다만 안 대표는 계속해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국민의힘에 제안을 하고 있다. 안 대표로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3월로 늦춰질 경우 자칫하면 국민의힘에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의당이 3석의 소규모 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많은 시간을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 왜냐하면 짧은 시간에 논의가 이뤄질 경우 지지층 결집 다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당이 소규모 정당이다보니 지지층 결집 다툼 자체가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보다 장기적인 시간을 갖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하는 숙제를 안 대표가 갖고 있다. 이에 계속해서 후보 단일화 이야기를 꺼내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안철수 들어오라”는 이야기 이외에는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도권 싸움이 감정싸움

문제는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다툼이 단순히 주도권 다툼으로 끝나야 하는데 감정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치열한 경선을 펼치고 있었는데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을 감정적으로 공격했다. 이것이 친문 지지층에게는 각인 되면서 이 지사에 대한 감정이 별로 좋지 않았고, 이 지사에 대한 공격이 크게 이뤄졌다. 훗날 이 지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이 “X가지가 없었다”면서 후회를 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렇지만 친문 지지층 중 일부는 아직도 이 지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국민의힘과 안 대표가 주도권 다툼까지 하는 것은 좋지만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된다면 야권 지지층은 분열하게 된다.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것이 결국 흩어진 표심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A후보 지지층과 B후보 지지층이 하나의 후보로 단일화를 하게 되면 합쳐지는 것이 산술적인 내용이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려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산술적인 것이지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 특히 후보들 간의 감정싸움이 지지층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된다면 그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과 안 대표의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장기화’ 돼서는 안 되고, 감정싸움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게 된다면 지지층은 감정이 상하게 되고, 그로 인해 후보 단일화가 됐다고 해도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게 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안 대표의 주도권 다툼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정권교체라는 거대한 목표가 있다면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이 서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원색적인 비난 등은 하지 않고 있다. 열린민주당에서는 김진애 의원 등이 서울시장 출마를 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공생관계이면서 보완관계일 뿐이지 원색적인 비난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차피 하나로 가야 할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과 안 대표는 서로 함께 가야 할 동지인지 동지애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것이 유권자들 특히 지지층에게 고스란히 반영된다면 후보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투표 당일 야권 단일 후보에게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감정다툼을 한다면 야권 단일 후보를 배출한다고 해도 지지층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안 대표의 주도권 다툼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도권 다툼이 결국 유권자들에게는 좋지 않게 비쳐지면서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 더욱이 낮은 투표율로 인해 조직표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안 대표가 서로 싸우게 되면 조직표는 분산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에서는 ‘3자 승자론’을 꺼내들었다. 즉, 안 대표와 후보 단일화 없이 국민의힘 후보만으로 선거에서 승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이 먼저 꺼내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속 증폭돼서 이야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힘 자강론을 위한 이야기일 뿐이지 현실적으로 3자 승자론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표를 분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감정싸움만 할 경우에는 지지층마저도 감정싸움에 휘말리게 되면서 기권표가 속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도권 다툼이 감정싸움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마이어스가 되고 있고, 그것이 정권교체를 이뤄내지 못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해서 야권이 패배하게 된다면 그 책임 공방 때문에 한동안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측된다. 야권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 객관적인 데이터는 야권이 유리하게 돼있지만 그것을 어떤 식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유권자 피로도 높아지고

앞으로도 계속 야권 후보 단일화 논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민의힘과 안 대표의 신경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의 피로도는 더욱 쌓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를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하느냐를 놓고 첨예하게 갈등을 보이고 있으면서 객관적 데이터로 인한 야권 우세가 기울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착실하게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반면 야권은 지지층별로 분열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국민의힘이나 안 대표 모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만나 야권 단일화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만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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